강아지 보호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봤을 이것! 바로 셀프 미용이다. 강아지는 월 1회, 부분 미용(=위생 미용)은 2주에 한 번씩 받을 만큼 미용 횟수가 잦다. 미용은 강아지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강아지는 낯선 공간에서 1시간 이상 보호자와 떨어진 상태로 미용을 받는 내내 서 있는다. 보호자도 매번 미용 예약을 잡고, 적잖은 미용비를 지불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 초보자들은 한두 번만에 포기하는 셀프 미용
이렇다 보니 강아지 이발기(클리퍼 또는 바리깡이라고 부른다)를 사서 셀프 미용을 시도해보는 보호자들도 많은데, 반 이상은 한두 번 하다가 포기한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강아지가 다칠까 봐, 도구 사용이 익숙지 않아서, 강아지가 예민하게 굴어서 등등… 그래서 다시 애견미용 샵을 찾게 되는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괜히 미용해줬다가 애(강아지) 감기 걸리는 거 아냐?’ 걱정이 들어 봄까지 미용을 미루는 사람들도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겨울에도 미용이 필요한 이유
▲ 강아지들은 미용 시간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양이와 달리 강아지는 스스로 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달 이상 미용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털끝이 손상되어 털 엉킴 현상이 일어난다. 털이 엉키면 목욕 후 털 건조도 어렵고, 통풍도 잘 되지 않아 습진 같은 피부 질환이 생기기 쉽다. 이뿐만 아니라 엉킨 털은 빗질할 때 피부에 자극을 줘서 강아지들을 예민하게 만든다. 동물도 똑같이 아픔을 느낀다. 우리가 엉킨 머리카락을 빗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그래서 겨울에도 강아지들의 미용이 필요하다.
▲ 미용 전, 후 댕댕이
미용이라고 해서 전신 털을 다 밀거나 짧게 깎아줄 필요는 없다. 장모종처럼 털 엉킴이 심해서 관리가 어려운 동물들은 털 길이를 길게 커트해 체온을 잃지 않을 수준으로만 미용해주면 되며, 부분 미용(발, 항문, 생식기 주변, 얼굴)만 수시로 해줘도 강아지들이 위생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간단한 미용은 약간의 기술과 장비만 있으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물론 저주받은 X손들은 불가하다).
홈 커트!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 미용에 필요한 도구들을 준비하자
▲ 틴닝 가위와 일자 가위
미용 도구는 보호자의 사용 편의성과 이발기의 날이 강아지 털에 얼만큼 잘 드는지에 기준을 두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중모 반려견을 커트할 때 이발기와 일반 가위만 사용하면 날 자국, 가위 자국이 많이 남는다. 이럴 땐 틴닝 가위를 섞어 커트해주면 깔끔하다. 비숑의 경우 커브가위를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
강아지 홈 커트, 추천 미용 도구
1) 전신용 이발기: 등, 다리의 털을 시원하게 밀어주는 이발기다. 모터 힘이 좋아 털이 많은 부위를 빠르게 클리핑 할 수 있다.

2) 부분용 이발기: 발바닥, 얼굴, 항문 등 위생 미용을 하는 데 좋다. 작고 가벼워 예민한 부분을 미용하기 쉽고, 소음이 적다. 단 날이 짧고 모터의 힘이 약해 미용 부위가 제한적이다.
3) 발톱깎기와 발톱 연마기: 발톱 끝을 잘라주는 기기다. 단 초보자에게는 혈관을 자를 위험이 큰 기존 발톱 깎기보다 발톱을 갈아주는 연마기를 추천한다.
4) 이어파우더: 귀 질환 예방제다. 귓속에 털이 많으면 습기가 차서 세균이 발생하기 쉬운데, 그렇다고 매번 귓털을 뽑으면 아이들에게 자극이 된다. 이어파우더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귓속을 뽀송뽀송하게 유지해줘 세균 억제와 염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 보호자보다는 강아지를 배려한 이발기를 고르자
▲ 많이 사용되는 탑컷 클리퍼 YD 9000 프로 / 닉센 애견이발기 NX1500 / WAHL KM5
‘강아지 이발기’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가격대의 이발기들이 나온다. 보호자들은 보통 절삭력과 내구성, 가격 위주로 이발기를 찾게 되는데, 사람보다는 미용을 받는 대상, 즉 강아지 입장에서 덜 자극적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강아지에게 좋은 이발기는 발열, 진동, 소음이 적고 이발 시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털이 부드럽게 잘 깎이는 제품이다.
강아지 이발기 구매 시 체크 포인트
▶ 부분 미용부터 시작하자
전체 미용은 자격증을 가진 전문 애견미용사도 1시간 이상 집중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집에서는 털 엉킴 방지 미용과 부분 미용만 해줘도 충분하다.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고 부분 미용부터 차근히 시작하자.
▲ 미용 전이나 후, 산책 등을 통해 긴장을 풀어주자
1) 긴장 풀어주기 - 집에서든 전문 샵에서든 미용은 강아지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초보자의 서툰 미용은 강아지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므로 미용 전후 산책, 놀이 같은 활동을 통해 긴장을 풀어준다. 무엇보다 미용 과정에서 강아지에게 화를 내지 않고 ‘잘한다~ 착하다~’ 칭찬해주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해준다.
▲ 발바닥 털만 잘 관리해줘도 슬개골탈구를 상당수 예방할 수 있다
2) 부분 미용하기 - 발바닥 털이 길어지면 이물질에 오염되기 쉽고, 미끄러지기도 쉽다. 이는 슬개골탈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발바닥 털은 수시로 보호자가 커트해줘야 한다. 참고로 강아지의 발바닥에는 온 신경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발만 잡아도 짓거나 발을 숨기는 등의 반응을 할 수 있다(강아지의 80%가 발을 만지면 싫어한다). 때문에 발 미용 전, 발을 만지게 해주면 간식을 주는 적응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
▲ 많이 사용되는 부분용 이발기 리케이 킴라베 KL-327 /
연마기 겸용으로 사용 가능해 가정용으로 적합한 JP인터네셔널 닉센 NX1000
발바닥은 부분 미용 이발기를 사용한다. 너무 짧은 날을 사용하면 면도할 때처럼 발바닥에 자극을 주니 중간 날(1mm)로 밀어주는 게 좋다. 미용 작업이 강아지 시야에 보이지 않도록 발바닥을 뒤로 살짝 젖히고, 패드 사이 털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주면서 클리핑한다. 이때 반드시 강아지의 발바닥에서 시선을 떼지 않도록(자칫 상처를 낼 수 있다) 주의하며, 시간이 지체되면 강아지의 거부반응이 커지므로 강아지의 움직임을 최대한 억누른 상태에서 빠르게 미용을 끝내야 한다.
이 외에 항문, 생식기 부위의 털도 발바닥 털을 미는 과정과 동일하게 이발을 해준다. 특히 항문은 주름이 많아서 이발기로 상처를 내면 반려견이 크게 고통스러워하므로 주의한다.
▲ 강아지의 털 뭉침은 피부 질환을 야기한다
3) 뭉친 털 풀어주기 - 강아지의 털 뭉침은 피부질환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즉시 풀어줘야 한다. 봄이 되면 털이 골고루 뭉쳐서 털 뭉치가 된 강아지를 데리고 미용실을 찾는 보호자들이 많은데, 이는 강아지에게도 힘들고, 미용사에게도 힘들다(털 뭉침이 심하면 미용 비용이 추가된다). 털 뭉침은 목줄/하네스를 채우는 가슴 부위와 귀 뒤쪽 부위가 잦다. 털이 심하게 뭉쳐 있을 경우,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털 뭉치를 손으로 살살 분리한 뒤 강아지용 디탱글러(털 엉킴 방지 스프레이)를 뿌려서 털을 풀어준다. 가장 좋은 방법은 털이 엉키지 않도록 하루에 한 번 빗질해주는 것이다.
▲ 이발기 날은 발열이 빨리 되므로 수시로 식혀서 사용한다
4) 셀프 미용 시 주의점 - 이발기는 15~20분 정도 사용하면 날이 뜨거워져 강아지의 피부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때문에 미용 중간중간 손등에 날을 대며 열을 체크하고, 지나치게 뜨거우면 잠시 식혔다가 사용한다.
또한 움직임이 많은 강아지들은 미용 도구 사용 시 상처가 나기 쉽다. 예를 들어 얼굴 부위의 털을 밀고 있는데 고개를 휙 돌린다든가 몸을 움직여 피부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다. 빠르게 털을 자르고, 빠르게 도구를 뺄 줄 아는 테크닉이 필요하다.
미용만큼 중요한 이발기 관리법
▲ 미용기기 세척제인 커티스
이발기는 관리도 중요하다. 강아지에게 금속 알레르기가 있거나, 지저분한 이발기 날에 피부가 상처를 입으면 두드러기, 부종, 가려움 등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미용이 끝난 후에는 이발기의 날을 분리하고, 날에 묻은 잔털을 브러시로 털어준 뒤, 커티스(미용기구 소독제)를 뿌려 잘 말려준다. 잘 말려주지 않으면 날에 녹이 생긴다. 완전히 건조되면 마지막으로 오일을 뿌려준다. 가위도 동일한 방법으로 청소해준다.
▲ 홈 커트로 반려견의 외모와 건강을 지켜주자
매년 따뜻한 봄이 오면 거대한 털 뭉치가 되어 샵을 찾는 반려견들이 많다. 올해는 그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홈 커트로 반려견의 외모와 건강을 지켜주자.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자문, 사진 / 케이스타일(K.style) 애견샵(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