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PC 게이머들이 알고 있다시피 가상화폐 광풍 때문에 게이밍용 그래픽 카드를 제값주고 사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게이밍 노트북으로 눈길을 돌리는 사용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픽 카드와 CPU, 메모리, 모니터, SSD, 키보드, 마우스(터치패드)등 완전한 PC를 휴대 가능한 수준의 컴팩트함으로 만나볼 수 있고, 무엇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스크탑용 게이밍 그래픽 카드 가격으로 완전체를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면에서도 월등해 보인다.
기사 작성 시점인 5월 상순을 기준으로 지포스 RTX 3070의 최소가는 약 185만원인 반면, 모바일용 지포스 RTX 3070이 탑재된 게이밍 노트북은 그보다 훨씬 싼 16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이정도면 그래픽 카드 하나 사는 것보다 차라리 동일 GPU가 쓰인 노트북을 사는게, 같은 가격에 같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서 PC 게임을 위해서는 훨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 같은 이름 다른 성능
지포스 20 시리즈와 지포스 10 시리즈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GPU의 스펙이 같았다. 하지만 노트북은 '배터리'와 '공간'의 제약 때문에 데스크탑 PC와는 동작 조건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GPU 스펙 자체는 동일해도 동작 클럭과 공급되는 전력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다.
이에 엔비디아에서는 모바일용 GPU는 Max-Q라는 이름으로 구분했는데, 노트북 설계에 따라 최적화된 전력과 클럭을 제한하는 방식이고, 때문에 같은 모델명이라도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는 데스크탑용에 비해 성능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포스 30 시리즈에 와서는 지포스 10/ 20 시리즈와 달리 성능을 중시한 Max-P와 전성비를 고려한 Max-Q 표기를 제외하였다. 지포스 10/ 20 시리즈를 떠올리는 사용자는 이름만 보면 데스크탑 버전 그대로의 GPU가 노트북에 쓰였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데, 위에 데스크탑용 지포스 RTX 2080 Ti 급 성능을 내주는 데스크탑용 지포스 RTX 3070과 그의 모바일 버전 스펙을 비교했다.
모바일 버전은 게임 성능을 좌우하는 GPU 스펙 자체가 다른데다, TGP는 데스크탑 버전이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거의 세 배 가까이 크다. TGP가 크다는 것은 그래픽 카드가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뜻도 되지만, 그만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여기서는 게임 성능으로 나타난다.
3DMark Fire Strike의 GPU 스코어를 기준으로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RTX 3070의 성능을 비교했다. 인텔 코어 i7-10870H CPU가 사용된 두 노트북은 동일 스펙에 거의 비슷하게 설계된 제품들로, TGP 115W 세팅 모델이 TGP 80W 세팅 모델 대비 약 31% 높은 성능을 내준다. 데스크탑 버전은 TGP 80W 시스템 대비 약 56%나 높은 성능을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비교를 위해 지포스 RTX 3060 Ti FE와 지포스 RTX 3060의 Fire Strike 점수를 비교했는데, 노트북용 RTX 3070은 TGP 115W 세팅에서도 RTX 3060 Ti보다 부족한 성능을 보였고, TGP 80W 세팅은 RTX 3060보다 낮은 성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표로 정리된 내용 중 GPU 스코어를 별도 차트로 정리했다. 모델명은 같아도 데스크탑 버전과 노트북 버전의 성능차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기사에 인용한 노트북용 RTX 3070의 성능은 특정 모델의 성능인 만큼 다른 모델에서는 설계 차이에 따라 데스크탑 버전에 보다 가깝거나 이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VGA, 같은 이름 다른 성능
기사 초반에 이야기한 것 처럼 가상화폐 광풍은 PC 게이머들이 데스크탑에서 게이밍 노트북으로 유도했지만, 현재 노트북용 지포스 30 시리즈 그래픽 카드의 이름만으로는 데스크탑과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내준다고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에 정리한 것처럼 같은 GPU라도 데스크탑 버전에 비해 모바일 버전의 성능 차이가 크게 날 수 있고, 제조사 설계에 따라 데스크탑 버전의 한 등급, 혹은 두 등급까지 낮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에서는 노트북의 그래픽 카드 스펙에 동작 클럭과 TGP를 병기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초기에는 권고 사양이었기에 속된말로 '생까는' 제작사가 많아서 한때 논란이 되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강제 표기로 바뀌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것도 제조사 홈페이지에서의 이야기지, 가격 비교 사이트의 제품 설명에는 여전히 그래픽 카드의 모델명만 표기해 어느 수준의 성능일지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데스크탑 그래픽 카드보다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하는 것이 나은 것이 현실이지만, 비록 사용된 GPU의 모델명이 같다해도 데스크탑과 노트북용 그래픽 카드의 성능은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을, 심지어 '체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단순히 이름에 혹해 구매했다가 예상치를 밑도는 성능에 후회하는 일은 예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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