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PCIe 4.0 NVMe SSD를 손에 넣었다. SATA3 SSD보다 12배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니까 게임이든 웹 서핑이든 굉장히 빠를 것 같아서 기대된다.
그런데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SSD를 사용하려면 포맷은 물론, 운영체제를 새롭게 설치해야하고, 사용 중이던 여러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 이것저것 설치하고 세팅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다. 운영체제 설치는 30분이면 끝나지만 은행 홈페이지 보안 프로그램 게임 설치, 데이터 백업까지 모두 하려면 하루 안에 끝날 것 같지 않다.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무언가 방법이 없을까? 다행히 있다. 그것은 바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이다. 기존 스토리지(저장장치)에 있는 데이터를 다른 스토리지에 동일한 상태로 이전하는 작업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복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주요 SSD 제조사들은 대부분 SSD 구매자들을 위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겠다.
SSD 제조사들의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
SSD용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는 씨게이트(Seagate)의 '디스크위자드'(DiscWizard), 마이크론(Micron) • 에이데이타(ADATA) •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의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Acronis True Image), 삼성전자의 '데이터 마이그레이션'(Data Migration)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각각 소프트웨어 명칭과 인터페이스 외에는 별로 차이가 없고 사용법도 비슷하다. 그래서 아무 거나 다운로드하여 이용하고 싶은 마음도 들 텐데 그래서는 안 된다. 사용자의 PC에 각 제조사의 SSD가 장착된 경우에만 해당하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씨게이트 SSD만 있는 경우 다른 제조사의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소프트웨어는 작동하지 않는다.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처럼 여러 제조사가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도 각각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마찬가지이다. 다만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는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경우 제조사와 무관하게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할 수 있다.
SSD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방법
실제로 SSD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마이크론의 SATA3 SSD인 ‘Crucial MX500 250GB’(이하 크루셜 MX500)의 데이터를 다른 SSD에 마이그레이션을 시도했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대상으로 정한 SSD는 씨게이트의 PCIe 4.0 NVMe SSD인 'FireCuda 530 M.2 NVMe 4TB'(이하 파이어쿠다 530)이며, 디스크 위자드를 사용해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디스크 위자드는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운로드 링크는 여기이다.
디스크 위자드를 PC에 설치하고 실행하면 첫 화면에서 왼쪽에 보이는 ‘도구’ 항목을 클릭한다. 그러면 ‘디스크 복제’ 항목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다.
디스크 복제 마법사가 실행되면 ‘자동(권장)’ 항목을 선택하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원본 디스크’ 선택 단계에서는 크루셜 MX500을 선택한다. 제품명 대신 모델명(CT250MX500SSD1)만 보여서 헷갈릴 수 있는데 모델명 앞뒤로 SSD 용량 232.9GB(십진법 기준 250GB)와 SSD 인터페이스인 Serial ATA(SATA)가 있어서 분간할 수 있다.
‘대상 디스크’ 선택 단계에서는 파이어쿠다 530을 선택하면 된다. 영문으로 제품명이 함께 보여서 훨씬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다음 버튼을 클릭하면 대상 디스크의 파티션이 모두 삭제된다는 경고 창이 나온다. 한번 더 중요한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음 단계에서는 ‘이 머신의 디스크 교체’를 선택하고 넘어가면 된다. 기존 PC에 있는 SSD를 새로운 SSD로 교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운 PC의 SSD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하는 경우에는 두 번째 항목인 ‘다른 머신에서 사용’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디스크 복제 중’이라는 창이 뜨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작업이 진행된다. 작업 시간은 원본 디스크 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에 사용한 크루셜 MX500에는 데이터가 약 200GB 담겨 있었는데 작업 시간이 35분 정도 걸렸다.
디스크 복제가 완료되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종료된 것이다. 안내창 내용에 따라 PC 전원을 끄고 원본 디스크(크루셜 MX500)를 분리한 다음 파이어쿠다 530만 장착한 상태에서 이전 상태와 똑같이 시스템 부팅이 이뤄진다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성공이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끝난 후에는 PC에 파이어쿠다 530과 크루셜 MX500을 동시에 연결해도 파이어쿠다 530만 제대로 인식한다. 크루셜 MX500도 함께 사용하고 싶다면 ‘제어판-관리 도구-컴퓨터 관리-디스크 관리’로 이동해서 디스크를 활성화시키고 볼륨 삭제 및 포맷을 해야 한다.
크루셜 MX500과 파이어쿠다 530을 PC에 연결하여 디스크 속성을 살펴보면 사용 중인 공간이 동일하게 199GB로 나온다. 여유 공간은 크루셜 MX500이 18.1GB였는데 파이어쿠다 530은 3.44TB여서 19배 가량 많다.
운영체제를 비롯해 각종 소프트웨어도 모두 설치되어 있고 디렉토리와 파일도 똑같이 있기 때문에 백업을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디스크 성능은 대폭 향상되었다. SATA3 SSD인 크루셜 MX500은 인터페이스 대역폭 한계로 인해 순차 읽기 및 쓰기 속도가 500MB/s(초당 메가바이트)대에 머물지만 파이어쿠다 530은 순차 읽기 속도 7257MB/s, 순차 쓰기 속도 6792MB/s를 제공한다. SATA3보다 대역폭이 12배 가까이 높은 PCIe 4.0 x4 인터페이스가 적용된 최신 SSD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으로 SSD 업그레이드를 간편하게
PC 스토리지를 교체할 시기가 올 때마다 운영체제 등 소프트웨어 설치와 데이터 백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있어서 그런 고민을 덜 수 있다.
아직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미덥지 못해서 SSD를 구매해도 그냥 정석대로 운영체제 설치부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일단 한번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체험해본 다음 어떤 방식이 더 좋을지 결정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뭐든지 빠르고 간편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대이니 새로운 SSD를 구매했다면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도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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