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텔 엘더 레이크를 시작으로 PC 플랫폼의 변혁이 시작되고 있다.
모바일에서 데스크탑으로 넘어온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AMD의 3D V-Cache와 Zen3+의 라이젠 6000 시리즈, DDR5 메모리와 PCIe 5.0, 와이파이 6E 등 크고 작은 혁신이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의 변혁의 목적은 한 단어로 결론 내릴 수 있다. 바로 스피드.
더 빠른 성능은 더 빠른 작업 속도를 제공하며, 작업 속도가 더 빨라지면 더 많은 여유 시간 혹은 더 많거나 고품질의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와이파이 6E에 대해 잠시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다.
와이파이 6E, 주파수 대역만 달라졌을까?
HDMI 2.1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보통 규격에 E(Enhanced)나 Ex(Extended) 등의 접미사, 혹은 소숫점이 붙은 새로운 규격이 사용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 이름처럼 기존 규격의 큰 틀이 유지되기에 최적화나 기능이 추가된다고 해도 큰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때문에 기존 규격을 쓴다고 해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텔 엘더 레이크와 AMD 램브란트 플랫폼에서 지원을 천명한 와이파이 6E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유기 업체는 와이파이 6E에 대해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간섭없이 빠른 성능을 체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기술적인 내용에 관심없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와이파이 6E의 전환은 특별히 와닿지 않을 수 있다. 2.4GHz와 5GHz가 그랬듯, 6GHz도 언젠가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다시 새로운 주파수 대역을 찾아야할테니까.
하지만 정말 단순히 지원 주파수 대역폭을 추가했다고 와이파이 6'E'라는 새로운 규격을 만든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랬다면 지난 기사에서 다룬 넷기어 나이트호크 RAXE500 테스트에서 6GHz와 5GHz 연결 대역폭 테스트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되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와이파이 6E에는 6GHz 밴드외에 어떤 기술들이 추가되었을까?
와이파이 6E, 6GHz에 더해신 최적화 기술 더해 효율을 높이다
우선, 와이파이 6E 규격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6GHz 주파수 대역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
와이파이 6E의 6GHz 주파수는 6GHz로 대표되지만 실제 사용 가능한 주파수 폭은 1.2GHz에 달해, 20MHz로 나눌 경우 최대 60개 채널을, 160MHz로 나눌 경우 7개 채널을 확장할 수 있다. 5GHz 주파수 대역이 20MHz로 25개 채널, 160MHz로 2개 채널 구성이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채널 확장에 맞춰 그많큼 많은 장비를 수용할 수 있고, 채널간 간섭 회피도 수월하다.
게다가 5GHz는 DFS 채널이라하여 레이더나 위성 통신, 기상 레이더 등 사회 기간 시설들에 우선 배당된 채널이 중간에 있어 채널 구성 방식이 제한받을 수 있다. 같은 160MHz라도 모든 채널에서 연속된 주파수 사용이 가능한 6GHz대와 달리 서로 떨어진 주파수 대역을 묶으면 그 처리를 위해 그만큼의 오버헤드가 발생하니 성능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또한, 와이파이 6/ 5/ 4 등 전 세대 규격 장비들이 몰리는 2.4GHz 및 5GHz 주파수대역과 달리, 6GHz 주파수는 와이파이 6E 규격 장비만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주파수 대역보다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추가로, 와이파이 6E는 클라이언트가 채널을 더욱 빨리 잡을 수 있도록 PCS(Preferred Scanning Channels) 기능을 도입했다. 매 80MHz 채널마다 앞부분 20MHz 채널에 할당된 PSC는 클라이언트가 라우터(공유기)를 검색할 때 우선 스캔하는 대역으로, 기존 방식보다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
와이파이 6E 규격에서는 클라이언트 탐색에 2.4GHz와 5GHz를 이용한다. 이후 와이파이 6E 기기가 확인되면 트래픽 처리는 6GHz에서 이뤄진다. 즉 6GHz에서는 탐색 트래픽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유효 대역폭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이는 PSC 채널을 통해 이뤄지므로 공유기서 보내는 탐색 요청도 줄일 수 있다.
한편, 기존 규격들과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6E에서도 장비간 혼선을 최소화히기 위해 용도나 사용 환경등에 따라 출력과 이용 가능한 밴드를 구분하고 있다. 미국 FCC는 U-NII(The unlicensed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라고 하여 용도별로 크게 4개의 서브 밴드로 구분한다.
장비는 각 출력과 EIRP(Effective Isotropic Radiated Power)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서브밴드가 정해져 있는데, 표준 파워 장비 중 실내외 고정 위치에 쓰이는 장비들은 5번과 7번 서브 밴드를 활용하며, 6번과 8번은 이동형 방송 장비나 케이블 TV 릴레이 서비스등에서 사용하도록 지정되어있다.
와이파이 6E의 표준 전력 장비는 효율 개선을 위해 새롭게 도입된 자동 주파수 조정(AFC, Automated Frequency Coordination) 기능을 활용해 장비간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파수 목록을 할당하며, 20MHz 채널이 가장 높은 젼력 스펙트럼 밀도를 갖도록 정의된다.
대부분의 개인용 공유기나 무선 AP, 스마트폰 등이 대상인 LPI(Low Power Indoor)와 VLP(Very Low Power) 장비는 AFC가 사용되지 않는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전체 서브 밴드 활용이 가능하다.
PC서도 고효율 무선 경험의 와이파이 6E, 와이파이 6는?
2020년 1월 3일 와이파이 6E 규격이 발표된 후 이제 막 2년이 지나 3년차에 접어들었다.
2021년 11월 인텔 엘더 레이크를 시작으로 PC 플랫폼서 와이파이 6E를 공식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이어 2022년 1월 CES서 AMD가 라이젠 6000 시리즈(코드네임 램브란트) 플랫폼에서 와이파이 6E 지원을 공식화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와이파이 6E의 도입과 함께 공유기의 출시도 이뤄지는 중이다. 단지, 엘더 레이크 출시 이후 DDR5에서 보듯 신규 규격 제품은 기술력 과시의 목적도 어느 정도 있는 만큼 고스펙, 고가 제품이 우선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와이파이 6E 공유기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로, 넷기어 나이트호크 RAXE500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현 시점에서 역대급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단지, 와이파이 6E 공유기와 무선 랜카드 조합이 필요한 만큼 가격 부담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기에, 가격에 민감하다면 부담될 수 있다.
와이파이 6E 구성을 위한 비용이 아직 부담되는 사용자에게 와이파이 6도 충분한 대안이다.
성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어디까지나 효율의 차이인 만큼 환경에 따라서는 와이파이 6도 충분할 수 있고, 5GHz 주파수는 2009년 와이파이 4(802.11n)부터 도입되어 호환성이 뛰어나므로 기존 장비를 무리해서 교체할 필요도 없다.
와이파이 6E는 주로 무선 효율성 개선에 집중된 규격인 만큼 보안 등의 기능면에서는 와이파이 6와 차이가 없어, WPA3와 같은 최신 보안, 2.4GHz와 5GHz를 하나로 묶는 스마트 커넥트 기술, DFS 채널 활용, 나날이 늘어가는 와이파이 수용 능력 확보등의 신기술 활용도 지장이없다.
넷기어 나이트호크 RAX200은 와이파이 6 규격으로 2.4GHz와 듀얼 5GHz 밴드 구성이다. 2.4GHz와 5GHz, 6GHz 밴드가 혼용된 와이파이 6E 규격의 나이트호크 RAXE500와 전체 무선 대역폭 자체는 동일하지만, 6GHz 주파수를 쓸 수 없는 와이파이 6 이하 규격의 기기가 많은 환경에서는 RAX200이 오히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와이파이 6E는 기존 규격과의 호환성을 위해 아직은 6GHz 단독 대신 5GHz와 2.4GHz를 포함한 트라이밴드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하지만, 와이파이 6는 나이트호크 RAX120 같이 2.4GHz와 5GHz 단일 밴드로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무선 고성능이 필요없거나 사용 장비가 많지 않다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와이파이 6 규격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와이파이 6E 대중화의 시작, 와이파이 6E와 공존은 운명
규격 제정 후 약 2년만에 AMD와 인텔의 지원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제 PC 시장에서도 와이파이 6E 규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효율 최적화에 무게를 두어 와이파이 6보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기존 규격과의 호환성 확보를 위해 6GHz외에 2.4GHz와 5GHz도 요구되고, 아직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인 만큼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와이파이 6E가 대중화되어도 핵심인 6GHz 밴드가 기존 규격 제품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2.4GHz와 5GHz 밴드 단말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면 와이파이 6 등 기존 규격과의 공존은 운명이다. 아직도 새로운 와이파이 4 및 802.11g 규격 제품이 나오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상당히 오랜 기간 공존하게 될 것이다.
기술 전환이라는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면에서 반길 일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주로 와이파이 6E의 변경점을 살펴보고, 와이파이 6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다뤘는데, 아무래도 기술적 내용이 들어가다보니 일부 독자는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공유기 선택 고민을 덜어줄 것이다.
고효율-고성능의 와이파이 6E / 고성능-호환성-가격의 와이파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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