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Q. 아이가 코로나로 인해 한참을 집에서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외동아들이어서 남들과 함께 어울린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하루는 다른 친구의 것도 자기 것처럼 막 쓰고 가져왔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라서 아직 자신의 물건과 구분이 없는 것인지, 그렇게 하는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어서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많은 어린 아이들은 타인의 물건을 묻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는 따로 내 것과 남의 것에 경계가 없기 때문에 밖에서도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때문에 발달적으로 만 3~5세까지는 아이의 흥미를 끄는 물건을 가져가는 것을 훔치거나 도둑질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남의 것을 마음대로 쓰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보통의 발달 상으로는 6~7세부터 8세에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쓰거나 가져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즉 이 시점에 아이들은 실제로 자신이 어떤 것을 소유하고 있고, 허락 없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죠.
타인의 물건을 가져오는 이유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데 예를 들어 만약 아이가 어른으로부터 타인의 물건을 가져가거나 허락 없이 쓰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다면 아이는 어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반항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잠재적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거나 단순히 재미 삼아 하기도 합니다.
타인의 물건을 가져오는 아이에게 알맞은 해결책
이제 본격적으로 남의 물건을 가져오는 아이를 위한 양육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1) 집에서도 물건의 소유를 정하고 타인의 것을 빌리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아이들은 만 3세부터는 자신의 것과 타인의 것을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이거 내 꺼!” 혹은 자신의 이름을 넣어 “이건 00꺼야” 라고 아이가 말하는 것을 보셨을 것입니다. 이 때 집에서 아이와 함께 물건들의 주인을 구분하고 연습하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만약 아빠의 휴대폰을 아이가 묻지도 않고 가져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아이의 행동이 아빠에게 방해가 되지 않더라도 묻지 않고 물건을 가져가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여기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아이에게 벌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므로 혼을 내기 보다는 빌려 달라고 부탁하는 법을 가르치면 됩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물건을 만질 때 허락을 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예를 들어 아이의 책을 부모가 읽어주는 경우 “아빠가 이 책을 봐도 될까?”와 같이 간단한 질문을 해주세요. 아이가 동의한다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아이가 싫다고 하면 “괜찮아. 알겠어. 이해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어떤 모습이 다른 사람의 것일 때 그것을 공유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며 아이가 정중하게 요청했더라도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2)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줍니다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물건을 쓰고 가져왔다고 한다면 아이가 가져간 물건을 즉시 돌려주도록 알려주세요. 이것을 부모님이 대신 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가 수줍더라도 스스로 노력해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을 할 기회를 주세요. 단, 아이가 할 말을 미리 연습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습니다. “미안해. 내가 허락없이 너의 물건을 썼어. 다시 돌려줄게.”와 같이 간단한 대화법을 연습해서 솔직히 말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만약 물건의 주인이 어른이라면 아이가 허락 없이 물건을 쓸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주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다음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 = 민경미 (유아 특수교육 교사)미국 캔자스 대학 교육 심리(아동발달/학습) 박사 과정 중이며 동 대학 유아 특수교육 석사 졸업했다. 캔자스주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캔자스주 공립학교 셀돈(Sheldon) 유아 특수 교사로 재직 중이다. 미국 DEC와 ISJ 학회에서 ‘아이의 실행 기능 높이는 교육법’과 ‘트라우마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 자기조절법’등 다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트라우마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훈육할까?>를 지었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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