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나오는 IT 제품들을 보면 다시 한 번 고성능 추구에 열을 올리는 듯한 모양새다.
그래픽 카드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CPU, SSD 등등등... 모바일 플랫폼은 그나마 휴대용 폼팩터라는 한계상 배터리 시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어 어느정도 절제되고 있지만, 전기와 확장성 걱정없는 데스크탑은 사용자에게 쿨링 책임을 떠넘기고 '성능' 최우선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확실하다.
덕분에 사용자는 번거로운 오버클럭없이도 최상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 급부로 거침없이 뿜어내는 열과 전력을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의 성능이 필요한 사용자라면 기꺼이 반대급부를 지불할 용의가 있겠지만, 쾌적한 사용 경험도 추구하는 사용자라면 근래 성능 우선 주의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용 경험도 중시하는 사용자라면 보통 스윗스팟이라 불리는,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지점을 찾는 일에 관심을 돌릴 시점이다.
현재 최고성능 게이밍 그래픽 카드인 지포스 RTX 4090은 100% 성능을 내주는 TGP 스펙이 450W지만, 그보다 약 30% 가량 낮은 전력 한계치에서도 95% 수준의 성능을 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하는 전력이 낮으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 요금과 발열이 낮아지고, 발열이 낮으니 열을 식혀주기 위한 쿨링팬의 회전 속도가 낮아지면서 소음도 적어지는 식이며, TGP 300W가 지포스 RTX 4090의 스윗스팟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텔 13세대 코어 CPU 중 플래그십인 코어 i9-13900K의 스윗스팟은 어느 수준이고, 어떤식으로 찾을 수 있을까?
코어 i9-13900K의 스윗스팟 탐색, 클릭 몇 번으로 OK
스윗스팟은 기본 상태보다 공급되는 전력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간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성능 하락이 발생한다. 전력을 줄이는 방법은 직관적이다. 바로 최대 전력값이나 전압을 조절하는 것.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야 재부팅 - 바이오스 진입 - 수치 조절 - 윈도우 부팅 - 테스트 후 성공이냐 실패냐에 따라 다시 재부팅과 조절, 테스트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윈도우에서 간단히 설정을 변경한 후 테스트할 수 있다.
오늘의 주인공인 코어 i9-13900K를 포함한 인텔 CPU는 XTU(Extreme Tuning Utility)를 이용해 윈도우에서 스윗스팟 탐색에 필요한 전압과 전력을 손쉽게 조절하고 테스트할 수 있다. CPU가 소비하는 전력(W=V*A)은 전압(V)을 조정해 바꿀 수 있으며, 보통 오버클럭 시에는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높이지만, 스윗스팟 탐색과 같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압을 낮추는 언더볼팅이 행해진다.
일정 이상으로 전압을 낮추는 것은 오버클럭을 위한 오버볼팅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전압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열심히 수행하던 작업이 실패해 시간과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게다가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이라는 공식에서 보듯, 전압 조절보다 전력 조절이 더 안정적이고 직관적이다.
실제로 코어 i9-13900K 스윗스팟 탐색에서 XTU를 통한 전압 조정은 의미있는 결과를 나타내지 못했고, 기본 세팅에서 언더볼팅 오프셋 0.05V를 넘기면면 시네벤치 R23 안정성 테스트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CPU, 메인보드, 바이오스, 쿨러, OS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얽힌 만큼 원인 확인이 어려웠으며,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전력값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코어 i9-13900K의 스윗스팟을 탐색했다.
코어 i9-13900K 스윗스팟, 220W ~ 230W
CPU의 전력 제한을 조절해 나가며 포착한 코어 i9-13900K의 스윗스팟 지점은 대략 220W서 230W 사이다. 전력제한을 완전히 풀었을 때의 성능을 100%로 본다면, 시네벤치 R23 멀티 코어 테스트 기준 전력 제한 230W에서는 약 93%, 220W와 210W에서는 약 90%의 성능을 기록했다.
성능을 중심으로 본다면 280W나 소비해 발휘하던 성능을 그보다 약 20%나 낮은 전력으로 90% 수준의 성능을 내주고, 100℃에 달하던 온도가 80℃ 초중반으로 안정화되었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80℃ 초중반 역시 높은 온도라 말할 수 있지만, 전력 제한 없을 때와 비교하면 코어 i9-13900K의 고성능에 대한 댓가로는 합리적이랄 수 있는 수준이다.
시네벤치 R23처럼 전체 코어가 열심히 일해야하는 프로그램에서는 CPU 전력제한 설정이 효과적인 스윗스팟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게임처럼 CPU 이용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시로 변하는 작업에서는 전력을 한계까지 끌어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전력 제한을 풀어놓은 상태에서도 CPU에 공급되는 전력은 약 110W에 불구하고, 온도는 63℃를 기록했다. 따라서 게임을 위한 전력 스윗스팟은 최소 110W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전력 제한이 없을 때도 온도는 60℃ 초반에 불과해 게임을 위한 스윗스팟 탐색은 의미가 없다.
실제로 멀티 코어 작업을 위한 스윗스팟으로 확인된 220W 지점에서도 전력을 제한하지 않았을 때와 동등한 성능과 온도, 전력 특성을 기록했다.
CPU 팩토리 OC 시대, 간단하게 쾌적한 사용 환경을
CPU의 팩토리 OC 시대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경우 'K' 버전 자체가 성능 극대화를 원하는 사용자층을 겨냥한 제품이고, 빅-리틀 아키텍처가 도입되면서 사용자가 직접 오버클럭하기에는 신경 쓸 부분이 더욱 많아졌다. 복잡한 오버클럭 설정을 신경 쓰면서 고생하느니 사용자도 제조사가 아예 처음부터 극한의 성능을 추구한 모델을 내놓는게 속 편한 면이 있다.
단지, 제조사에서는 성능 최대화와 동시에 '스윗스팟'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보다 성능 극대화에 올인하는 것이 속편하다.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자칫하면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천차만별인 사용자 환경을 모두 만족할 절대 성능과 전성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아직도 오버클럭을 시도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실사용 가능한 수준에서 의미있는 성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졌다. 따라서 오버클럭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극한까지 높아진 성능의 효율을 잡는 방향으로 튜닝의 즐거움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오버클럭과 달리 전력 세팅을 바꾸는 것만으로 손쉽게 가능하고, 펄펄 끓던 온도와 전력을 낮춰 보다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참고로, 코어 i9-13900K의 스윗스팟 탐험을 위한 본 기사에서의 전력 세팅은 특정 시스템 구성에서 가능했던 값으로, 사용자의 시스템 구성이나 사용 환경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모든 시스템에서 적용 가능한 수치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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