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 다 같으시죠? 그런데 예쁘기만 한 내 아이가 자라며 또래 아이보다 행동이 느린 것 같고, 말도 느린 것 같다면 어떨까요? 아동심리센터, 아동발달센터와 같은 곳을 다니기도 할 텐데요, 이들 센터의 공통점은 '발달재활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발달재활 서비스 대상은 장애인이라 칭하고 있지만 꼭 장애 아동만 그런 곳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았더라도 아이의 발달에 대한 의문점이 들면 누구나 찾을 수 있지요.
해당 센터에 가면 전문가들은 이런저런 검사를 받게 하고 다양한 종류의 심리 관련 치료를 권합니다. 그 중 운동 발달에 대한 치료는 감각통합치료, 심리운동치료, 특수체육 프로그램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각각의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야구 선수가 야구장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여기서의 타자는 자녀이거나 글을 읽는 본인이어도 됩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말합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홍길동입니다.” 홍길동 선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타석에 들어설까요? 타석에 서서 평소 하던 습관대로 몸과 방망이를 흔들며 방망이 그립의 감각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투수와 눈싸움이 시작되고, 투수가 던지는 모든 행위에 집중하다 보니 눈을 깜빡일 사이도 없습니다. 순간 불어대는 바람에도 홍 선수의 눈은 깜빡이지 않았지만 땀이 살짝 난 이마가 시원함을 전해줍니다.
투수가 제1구를 던졌습니다! 우리 홍길동 타자는? 크게 헛스윙하며 넘어질 듯하면서도 중심을 잘 잡아냅니다. 자, 다시 투수를 바라보며 평소 하던 습관 엉덩이 한 번 흔들고 방망이도 두어 번 흔들며 왼손으로 헬멧을 한 번 건드려보고 투수를 노려봅니다. 자, 다시 투구 시작, 우리 홍길동 선수 쳤습니다! 1루를 향해서 전력 질주!! 속도가 빨랐던 것일까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으나 다시 중심을 잡고 심판의 콜을 바라봅니다!
결과는 세이프! 관중들의 함성에 우리 홍길동 타자가 주먹을 불끈 쥐어 봅니다.
자~ 짧게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의 모습을 묘사했는데요. 이 타자의 모습 안에는 오늘의 주제인 '감각통합'과 '특수체육', '심리운동'적인 요소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야구의 타석에 들어선 타자의 행동에서 감각은 무엇이고, 심리는 무엇이고, 또 특수체육은 무엇일까요?
감각적인 요소 찾아보기
야구의 신체 메커니즘에는 감각적인 요소가 많습니다. 타석에 들어서면서 방망이를 잡으며 그립의 촉감을 느끼고, 바람도 느껴보며, 청각으로 관중들의 함성을 포함 감독과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러한 감각에는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하지 못하는 감각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투수를 바라볼 때는 시각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해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이 예문을 보니 넘어질 듯 안 넘어지는 평형 감각, 즉 전정 감각적인 부분을 언급합니다. 또 감각에는 '고유수용감각'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신체 위치, 자세, 평형 및 움직임(운동의 정도, 운동의 방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감각입니다. 예를 들어 눈을 감고 음료수를 들어서 마신다고 생각해 볼까요? 시각적인 정보가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힘으로 음료수를 집어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입에 가져가야 음료수가 쏟아지지 않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눈으로 입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더라도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갈 수 있지요. 이처럼 고유수용감각은 몸이 각 부분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자극을 받는지 뇌에 전달합니다. 밤에 캄캄한 곳에서도 화장실 볼 일을 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고유수용감각 때문입니다.
앞의 예문에서는 바람이 불어 이마를 스칠 때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 고유수용감각에 해당합니다.
특수체육적인 요소 찾아보기
배트 스윙 시 작용 · 반작용의 원리, 가속도의 원리가 작용합니다. 또한 근력이 좋아야 힘있는 배팅을 할 것이고, 속도가 빨라야 주루 플레이가 잘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운동 기능을 좋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 특수체육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리운동적인 요소 찾아보기
여러 사람이 있는 야구장에서 집중을 하고 몰입하는 것, 관중들의 함성에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 것 등이 심리운동적인 요소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결국은 ‘이 세 가지가 협동하고 있구나, 협동이 잘 될 때 좋은 야구선수가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발달을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협동해야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앞에서 언급한 운동 발달에 대한 치료 방법인 감각통합치료와 심리운동치료, 특수체육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각통합치료란?
'감각통합'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유추하면 '감각을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각이라고 하면 '오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감각통합은 오감 중에서도 시각, 촉각, 청각과 전정감각(평형감각-직진하고, 회전하고, 가속하는 것에 대한 감각), 고유수용감각(몸에 대한 감각, 신체 내부적으로 느껴지는 움직임, 위치, 균형, 육감 등을 감지하는 감각)이 잘 조직화되고 협동되어 아동의 전체적인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초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특히 신체의 밸런스와 움직임에서 전정감각과 고유수용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기관의 협동이 없으면 잘 넘어지고, 자전거도 잘 타지 못하며, 움직임 자체를 싫어하게 됩니다.
쉽게 이해하고자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가서 바이킹을 탈 때 무서워서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는다고 해도 내가 바이킹과 같은 놀이 기구를 타고 있다는 것을 육감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감각들이 잘 협동해서 뇌로 전달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잘 안되는 아동을 치료하는 것이 감각통합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치료 대상]
- 운동 발달단계보다 늦은 아동
- 잘 넘어지고 잘 다치는 아동
- 대 · 소근육의 협응이 잘 안되는 아동
- 놀이터의 균형감각을 요하는 기구에서 잘 놀지 못하는 아동
- 걷거나 뛸 때 뒤뚱거림이 심하거나 둔해 보이는 아동
- 부모가 느끼기에 '뭔가 느리고 이상하다!'라고 생각이 드는 아동
[치료사 자격]
- 작업치료사 면허 취득자(감각통합치료는 작업치료사의 고유 치료 영역입니다)
특수체육이란?
특수체육에는 감각기관의 협동을 통해서 이뤄지는 운동 기능이 더욱 향상되도록 돕는 트레이닝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재활을 위한 신체활동 및 운동치료, 변형된 체육교육, 통합을 도와주는 사회성 발달 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야구 타석에서는 타자의 신체 메커니즘에서 스윙 스피드와 임팩트 파워를 높여주기 위한 신체 단련 운동, 베이스로 달리는 스피드를 높여주기 위한 근력 강화 운동이 특수체육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운동의 요소가 있는 것이죠.
특수체육을 통해 신체의 유연성, 근력, 유산소 운동 등 기초체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일반 체육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비슷한 측면이 많습니다.
특수체육 프로그램에서는 변형된 체육 수업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변형이란 장애 아동이나 발달이 느린 아동이 참가하는 수준에 맞춰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구를 배우고 싶은데 배구공으로 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면 풍선으로 시작할 수 있는데, 풍선은 배구공이 변형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물론 교육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여러 환경 속에서 발달 지연 및 운동감각의 저하로 인해 체육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수준에 맞는 신체활동을 제공하고, 학령기에 많이 이뤄지기에 사회성 발달과 통합 수업을 돕기 위한 다양한 신체활동을 경험토록 돕는 것이 특수체육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교사나 치료사, 센터 고유의 치료 과정 또는 교육과정에 따라 내용이 다소 다르기에 ‘특수체육은 이것이다!’라고 특징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뒤이어 얘기할 심리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사의 치료 내용과 과정이 다르기에 센터마다 추구하는 치료적 가치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고, 상담을 통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센터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 대상]
- 발달 지연,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체장애, ADHD, 기타 학교 체육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
- 비만, 집중력 부족, 사회성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
- 문제행동 수정, 에너지 발산, 스트레스 해소, 기본운동 기술이 필요한 아동
- 개별화 및 소그룹 체육수업이 필요한 아동
[치료사 자격]
- 특수체육학과 출신 전공자(대학원 포함)
- 체육 관련 학과 전공자 중 특수 체육 관련 교육 이수자 및 자격 취득자
- 발달재활서비스 제공인력 인증자
심리운동이란?
심리운동은 독일에서 만들어진 치료 영역입니다. 착안 당시 심리와 운동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신체와 정신은 상호작용해야 하는 밀접한 관계이고, 심리치료에서 다루는 감정과 정서, 사고, 정신 등의 영역과 운동치료에서 다루는 신체활동 및 움직임, 신체 발달 과정 등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에서 도입됐습니다.
심리 영역의 주요 키워드인 자신감, 자아 결정성, 자기통제, 몰입, 성취감 등의 요소와 운동영역의 주요 키워드인 움직임, 발달, 신체활동 등이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치료적 가치에 주목합니다. 따라서 심리운동은 심리적 과정과 운동적 과정이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이며, 쉽게 말해 심리치료와 운동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언어학자 하인리히 짐머(Heinrich Zimmer)는 “인간은 물리적인 환경과 사회적 주변인들과의 신체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성, 인지, 심리적 요소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신체 경험과 신체 움직임을 매개로 하는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놀이와 움직임 과제라 볼 수 있는 지각, 체험, 경험을 통해(아동 스스로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 아동의 전인적인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적 · 치료적 콘셉트가 바로 심리운동치료라고 강조했습니다.
[치료 대상]
- ADHD, ASD, 틱 장애, 발달 지연 아동
- 심리적 · 정서적으로 조절이 어려운 아동
- 집중력이 낮은 아동
- 과한 애착과 강박 증세가 심한 아동
- 놀이 치료를 비롯한 여러 치료를 받고 있는 아동
[치료사 자격]
심리운동 전공자는 많지 않습니다. 심리운동학과 자체가 학부 과정에 없는 실정이고, 대학원에도 개설된 대학이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아래 세 가지 항목에 헤댕하는 치료사가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체육 관련 학과 전공자 중 관련 교육 이수자 및 자격 취득자
- 발달재활서비스 제공인력 인증자
- 특히 심리운동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보급하는 학회 활동을 열심히 한 치료사
또한 치료사의 이력에 심리운동학회 활동과 슈퍼비전을 받은 치료사인지 꼭 확인하세요.
마치며
사실 하나의 글로 세 가지 치료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개념을 잡기 어려운 부모님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야구 타석을 연상하는 것이 가장 빠른 이해를 돕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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