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정연호 기자] 날이 추워지면서 운전을 할 때 필수로 사용하게 된 히터. 히터를 빵빵하게 틀면서도 “이렇게 쓰면 연비가 나빠질 텐데”라며 걱정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본론부터 말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히터는 연비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차는 별도의 난방장치를 쓰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많다. 히터는 전기차 연비에 그렇게 좋지 않은 기능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엔진 열을 낮출 땐 냉각수를 사용한다. 엔진 열을 낮춘 뒤 뜨거워진 냉각수 중 일부는 히터코어라는 부품을 지나간다. 이때, 뜨거운 냉각수로 온도가 올라간 히터코어에 팬의 바람을 통과시켜 따뜻한 공기를 만드는 게 히터의 원리다. 이 따뜻한 공기로 차 안을 난방한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에서 히터가 연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한 한 적이 있다. 휘발유차와 경유차를 대상으로 시험실 온도와 습도를 각각 –6.7℃, 0%로 설정하고, 히터 풍량의 최대 설정 온도를 18℃, 22℃, 26℃로 맞춘 뒤 연비 영향성을 확인했다. 다양한 조건별로 12회에 걸쳐 검증한 결과, 히터 사용은 연비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았다.
2013년 조사결과지만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히터를 사용할 때 1초에 약 0.007cc 정도의 연료가 소모됐다. 당시 금액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약 50원이 더 들어갈 정도로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 다만, 에어컨은 히터에 비해 12배 더 많은 연료를 소모했다. 시원한 공기를 만드는 에어컨 컴프레서는 엔진의 동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엔진은 바퀴를 돌리는 것 외에도 추가로 할 일이 생기는 것이라 연료 소모량이 커진다.
겨울에 연비가 미미하게 나빠지는 건 히터의 문제가 아니라 차가워진 엔진을 뜨겁게 하는데 더 많은 연료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히터와 냉방 및 제습을 조절하는 A/C 버튼을 함께 사용하면 연비가 나빠지기도 한다. 겨울철에 차 내부와 외부 온도차로 인해 유리창 내부에 습기가 찰 때 제습 기능을 통해 습기를 제거하는 사람이 많다. 이 역시 컴프레서로 작동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힘을 이용하고 연료 소모량을 늘린다.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내연자동차와 달리 히터를 사용할 때 따로 난방 장치를 탑재해 사용한다. 이러한 난방장치를 사용할 때 추가로 전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비가 하락한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은 좀더 복잡해진다. 한국인사이트연구소의 김아람 책임연구원은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 히터 사용시 하이브리드 차량은 평균 10~17%의 연비 하락 효과가 일어난다. 저속에서 엔진 대신 모터를 이용하는 특성상 엔진 열을 히터에 활용할 수 없고 전기를 통해 열을 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히터와 함께 쓰는 게 열선 시트와 운전대 열선인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열선 기능도 연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열선 시트와 운전대 열선은 자동차에서 만든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면 발전기 가동 시간이 늘어나 기름이 더 들어간다. 기름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싶다면 내연기관차는 히터를 쓰는 게 좋다. 전기차의 경우엔 히터보단 열선을 사용하는 방식이 에너지 소비를 더 줄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차량 주행 후 3~5분이 지난 뒤 히터를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처음 시동을 걸고 엔진이 예열된 뒤 이를 식히는 냉각수 열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차의 경우 시동을 켜고 바로 히터를 작동시키면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히터가 연비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창문을 닫고 히터를 계속 켜면 내부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아지고 산소가 부족해져 졸음 운전을 유발할 수 있다.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차량 내부를 환기하는 게 필요하다.
만약, 히터에서 계속 찬바람이 나온다면 냉각수가 부족하거나, 서모스탯(수온 조절기)이 고장 난 상황일 수도 있다. 엔진 냉각수를 통제하는 서모스탯에 문제가 나면 히터가 느리게 작동한다. 엔진에서 히터로 가는 냉각수 통로가 막혔을 때도 찬바람이 나오기도 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