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가 시스템 성능에 영향을 줄까요? 네. 줍니다. 메인보드의 핵심 부품인 칩셋은 CPU나 그래픽카드, 스토리지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각각의 슬롯과 포트에 정해진 대역폭과 인터페이스에 따라서 성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 인터페이스 버전이 같거나 인터페이스 그 자체를 아예 따지지 않는 부품이라면 어떨까요? 그 대표적인 부품이 CPU입니다. CPU와 메인보드는 소켓과 칩셋 호환성을 매우 심하게 가립니다. 아예 장착이 안 되거나, 아니면 장착은 되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하지만 일단 장책해서 부팅이 된다면 그 다음은 따지지 않습니다. 일단 켜지기만 하면 동작에 이상이 없어 보이거든요.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메인보드 때문에 CPU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메인보드의 어디가 CPU 성능에 영향을 줄까요? 바로 전원부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CPU는 갈수록 코어 수가 늘어나고 클럭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력 사용량 역시 이에 따라 올라가고 있습니다. 고급형 모델일수록 그 변화 폭은 더욱 크지요. 이렇게 늘어난 CPU의 전력 사용량을 감당할 스펙을 메인보드 전원부가 갖추지 못했다면 아무리 좋은 CPU를 장착해도 제 성능을 내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부스트 클럭이라는 변수가 더해집니다. 요새 나오는 CPU는 최고 클럭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 실행 중인 작업과 전력 공급량, 그리고 온도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CPU 클럭을 더 높게, 그리고 더 오래 유지하려면 그만큼 메인보드 전원부의 스펙이 탄탄해야 하며 쿨러 역시 부스트 클럭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맞춰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법도 합니다.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CPU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할 정도로 하자가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단 말인가?' 저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맞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중에 출시되는 메인보드 중에는 분명 최신 고성능 CPU를 감당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메인보드들은 가격이 상당히 저렴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성능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쓸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고요. 좋은 메인보드가 필요한 최신 고성능 CPU가 아니라 구형 보급형 CPU를 장착한다면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겠죠. 문제는 메인보드가 CPU의 성능을 제약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건 큰 차이가 있잖아요?
이 '모르고 쓰는' 상황은 인텔 LGA 1700 플랫폼에서 유독 많이 발생합니다. 인텔이 2세대 동안 하나의 소켓을 유지하면서 구형 600 시리즈 칩셋과 새로 나온 700 시리즈 칩셋이 섞여 있고, 여기에는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두루 존재합니다. 여기에 인텔 프로세서의 전력 사용량은 세대를 거듭해가면서 늘어나고 있지요. 그래서 새로 나온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는 있어도,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메인보드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에 비해 AMD AM5 플랫폼은 메인보드의 기본기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입니다. 메인보드 가격이 경쟁사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전원부 구성이 탄탄한 제품 위주로 출시되고 있거든요. 나중에 보급형 제품이 늘어나면 또 몰라도 아직까지는 신경을 덜 써도 됩니다.
비싼 메인보드일수록 좋다, 전원부가 중요하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성능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나 될가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우선 테스트 조건부터 소개하지요.
CPU는 코어 i5-13600K와 라이젠 9 7900X를 골랐습니다. 절대로 13600K가 7900X와 동급의 CPU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스펙은 둘째치고 가격만 비교해도 얼마가 차이나는데요. 당연히 7900X가 좋지요. 그런데도 비교 대상을 이렇게 고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AM5 플랫폼은 저렴한 메인보드에서도 고급형 CPU인 라이젠 9 시리즈의 제 성능을 내는데 문제가 전혀 없지만, 인텔의 경우 중급형에 해당되는 코어 i5 시리즈만 해도 전력 사용량이 많고 은근히 메인보드를 가린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13600k vs 7900X가 아니라, 메인보드에 따라서 CPU 성능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봐 주세요.
이번 테스트에서 CPU 더 중요한 게 메인보드의 선택인데요. 인텔 LGA 1700과 AMD AM5에서 저렴한 제품과 고급형 제품을 하나씩 꼽아 테스트했습니다. 특히 인텔 LGA 1700의 경우 CPU는 신형인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써도, 메인보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구형인 600 시리즈 칩셋으로 골라 가격을 낮춘 시스템이 많습니다. 그래서 600 시리즈 칩셋을 썼습니다. 메인보드 외에 다른 테스트 조건은 DDR5-5200 32GB와 DDR4-3200 16GB, 지포스 RTX 3060, 윈도우 11을 사용했습니다.
AMD AM5는 X670E 한 장, B650 한 장을 골랐습니다.
ASUS ROG STRIX X670E-A GAMING WIFI S. 16+2 페이즈로 구성된 전원부를 탑재했으며 최저가 기준 70만 원의 고급형 메인보드입니다.
ASRock B650M PG Riptide. 12+2+1 페이즈로 구성된 전원부를 탑재했으며 최저가 기준 27만 원의 메인보드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AM5 메인보드 중에선 가장 저렴한 편이죠.
인텔 LGA 1700은 Z690 한 장, B660 한 장을 골랐습니다.
MSI MPG Z690 포스 WIFI. 18+1+1 페이즈 구성 전원부, 최저가는 40만 원입니다.
ASUS PRIME B660M-K D4. 6+1+1 페이즈 전원부, 최저가는 14만 원입니다.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한 메인보드 중 가장 싼 가격을 자랑하지만 전원부 구성이 가장 부족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CPU-Z의 멀티코어 테스트입니다. 인텔/AMD 모두 고급형과 보급형 메인보드에서 성능 차이가 없네요. 그럼 지금까지 떠든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계속해서 보시죠.
시네벤치 R23의 멀티코어 테스트입니다. AMD의 경우 고급형과 보급형 메인보드의 성능 격차가 오차 범위 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적지만, 인텔은 보급형 보드와 고급형 보드 사이의 성능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CPU-Z는 멀티코어 테스트라고 해도 코어 i5-13600K 정도의 CPU라면 몇 십 초만에 끝나지만 시네벤치 R23는 몇 십 분이 걸리는 테스트기에, 메인보드의 전원 공급 능력 차이가 두드러지게 날 수밖에 없습니다.
wPrime입니다. 이것도 상대적으로 실행 시간이 짧은 테스트다보니 차이가 심각하게 나진 않습니다.
블렌더 테스트입니다. 몬스터, 정크샵, 클래스룸의 순서대로 테스트가 진행되는데요. 그래서인지 가장 마지막 테스트 항목인 클래스룸의 경우 앞서 진행한 테스트와 다르게 인텔 보급형 메인보드에서 성능 하락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길게 지속될수록 영향을 준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습니다.
이건 단순히 '저렴한 메인보드는 성능이 낮다'고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고, '저렴한 메인보드는 전원부 구성이 빈약하기에 높은 클럭을 장시간 유지할 능력이 없어 최대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테스트가 FPU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처음 1분 동안에는 보급형 보드건 고급형 보드건 클럭을 똑같이 유지해 주는데요.
30분 후에는 인텔 보급형 메인보드에서는 최고 클럭이 많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AMD는 20만원 후반대의 메인보드건 70만원의 고급형 메인보드건 클럭을 일정하게 유지해주고 있습니다.
AM5 플랫폼의 클럭 그래프입니다. 위는 ASRock B650M PG Riptide, 아래는 ASUS ROG STRIX X670E-A GAMING WIFI S인데요. 부스트 클럭을 보다 민감하게 조절하는 AMD 특성상 클럭이 꾸준히 변하고 있지만 대체로 큰 변화 없이 일정한 값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LGA 1700 쪽의 클럭 변화는 매우 큽니다. 고급형 메인보드인 MSI MPG Z690 포스 WIFI는 정말 칼같은 클럭을 유지해 주지만(그래프 가장 위), 저가형 메인보드인 ASUS PRIME B660M-K D4는 처음에는 클럭이 높아도 1분 30초만에 크게 떨어졌다가(그래프 중간), 30분 동안 계속해서 클럭이 잠간식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가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그래프 가장 아래).
위 테스트에서는 유독 한 가지 메인보드만 저조한 결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여기서 내려는 결론은 특정 제조사의 특정 제품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저렴한 제품은 전원부 구성이 빈약할 수밖에 없고, 그런 제품에서는 CPU의 부스트 클럭이 높게 유지되기가 힘듭니다. 이건 어느 제조사의 메인보드건 예외가 아닙니다. 개중에는 가격에 비해 전원부가 빈약한 제품도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도 전원부 구성은 우수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돈을 투자한 만큼 전원부 구성은 좋아집니다.
다만 라이젠 7000 시리즈의 경우 라이젠 9 정도의 고급형 CPU도 20만 원 중후반대의 저렴한 메인보드에서 제 성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반면,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 i5 같은 중급형 프로세서만 해도 보급형 메인보드에서 성능에 제약이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가성비를 높이겠다며 저가형 메인보드에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조합한 시스템은 완벽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조건이 아니며, 어느 정도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AM5 메인보드가 비싸다는 의견이 있지만 13세대 코어 프로세서 역시 제 성능을 발휘하려면 AMD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소리죠.
물론 부스트 클럭이 떨어지는 걸 감안하고 보급형 메인보드에 신형 CPU를 꽂아서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이 CPU의 모든 성능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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