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 김미미, 김효선(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아동심리상담사)
아기의 발달은 대개 일정한 순서로 진행되지만 속도는 개인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많은 부모들이 다른 아기들과 자녀를 비교하며 발달이 느리다고 걱정을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른 아기들과 비교하기에 앞서 '내 아기'의 발달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발달은 '수정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해 신체적 기능이나 심리적 기능에 있어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말한다. 여기서의 변화는 '발전하는 것', '후퇴하는 것' 혹은 '다른 방식으로 해볼 수 있는 것', '능력이 쌓이는 것'들을 말하는데 한 개인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개인차가 있다.
발달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신체 발육을 보면 2개월쯤 목 가누기, 백일쯤 뒤집기, 6개월쯤 앉기, 돌 무렵 걷기 등 목 가누기, 뒤집기, 앉기, 걷기의 순서가 있다. 아이들의 근육이 위에서 아래로 발달한다는 것. 언어 발달을 예로 들어 보면, 울음으로 시작해 1음절어의 옹알이에서 한 단어, 두 단어, 문장 등 그 순서가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신체, 언어, 인지 등 아이들의 발달은 일정한 순서에 따라 이뤄진다. 덕분에 아이의 이후 발달을 예측할 수 있고, 다음 단계를 조금 일찍 촉진시킬 수도 있다.
순서는 있지만 속도는 일정치 않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발달의 순서는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 또한 한 영역에서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발달이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발달의 순서는 대체로 일정하지만 개인마다 발달의 속도, 끝나는 시기, 최종적으로 이뤄지는 정점 등에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아이를 이해할 때 아이의 발달 수준을 먼저 살핀 후에 인지, 언어, 사회적 관계의 수준을 살펴야 한다.
민감한 시기가 있다
발달의 '민감 시기'는 아이들이 발달하면서 어떤 능력이 잘 발달되거나 그렇게 하는 데 기초가 되는 최적의 시기를 뜻한다.
사람에게는 '민감 시기'라는 표현이 적합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자신의 주양육자를 선호하며 친밀감을 형성하는 낯가림 시기가 있다. 보통 9~12개월이 되면 다른 어른을 보고 울고, 주양육자가 아닌 다른 가족에게 안기려 하면 매우 불안해한다. 이때는 불안해하는 아이를 안심시키며 기다리는 것이 좋다.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도 있다. 생후 2년 이내와 사춘기가 이에 해당된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영양가를 잘 맞춰줘야 한다.
언어 폭발기도 있다. 약 2세 전후로 평소 가르쳐주지 않은 단어를 말해 부모를 놀라게 한다. 이때는 더 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 상대가 돼 주고, 책을 통해 언어발달을 도와줄 수 있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민감 시기가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의 전후 과정을 잘 살피며 민감 시기를 파악해야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최대의 발달 효과를 이룰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민감 시기를 놓친다면 회복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야 한다.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생김새, 성향 등 아이는 부모로부터 많은 유전인자를 받는다. 그런데 타고난 유전으로만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에 의해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다.
환경은 아이가 지닌 유전인자의 제한 범위 내에서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감각적으로 까다로운 아이, 모래나 점토 등을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의 아이라면 아이에게 조금씩 노출시키되 다른 친구들이 그것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게 하면서 점차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아이가 한 번 만지고 또 두 번 만져보며 적응하게 된다. 감각적인 자극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언어나 인지, 정서, 신체 발달이 많이 느리다면 마냥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현재 발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상 범주 내에서 느린지 빠른지를 파악해야 한다. 발달이 늦은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 발달이 빠른 아이라고 해도 부모가 아이의 발달 수준을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한다
일상생활에서 부모와 나누는 대화와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는 아이의 현재 능력은 물론 잠재 능력까지 발휘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아이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키우려고 하지만 아이의 타고난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역할이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우리 아이가 왜 이러는지, 발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글 = 김미미, 김효선
일산하하가족상담센터장. 아동 대상의 놀이치료, 인형 진단평가, RT 발달 중재는 물론 청소년, 성인, 부부 상담까지 전 세대에 대한 상담 및 강의를 하고 있다. <눈맞춤 육아법(하루 5분, 아이의 마음까지 안아주는)>을 지었으며, 유튜브에서 <놀이치료사 하하선생님의 눈맞춤TV>를 통해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희철 기자/poodle@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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