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Q. 만 5세 여아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깜깜한 어두운 곳을 특히 무서워했는데 요즘은 자꾸 어두운 환경이 되면 괴물이 나온다고 무서워합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 자기 싫어서 하는 거짓말이라 생각했지만 아이의 표정을 보면 정말 불안해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 “괜찮아, 옆에 엄마가 있잖아” 하고 안심 시키려 하는 데도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 같아요. 

더욱이 아이의 이런 두려움이 불안함을 키워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불안감이 혹시 아이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불안 지수가 높은 아이 행동 솔루션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개와 마주치게 된 날, 처음 간 바닷가에서 파도에 놀다 물을 먹게 된 날, 깜깜한 곳에서 무엇인가에 깜짝 놀라게 된 순간, 갑자기 큰 소리에 너무 놀란 날 등 많은 상황들이 아이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이런 불안감을 쉽게 지나쳐 버리거나 불안으로 인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않고 통제하려 하곤 합니다. 

어떤 아이라도 두려움과 걱정, 불안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불안은 때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안전하고 보살핌을 받는 상황에서도 부모와 떨어지게 되면 불안해하는 것처럼 말이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느낌은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부모가 한 번쯤은 아이의 불안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어떤 순간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까?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적인 발달 범주 안에서의 심리적 변화 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배우고, 익히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 느끼는 감정에 불안과 두려움이 포함될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전에 개를 만난 적이 없는 아이는 친구 집에서 만난 강아지가 아무리 얌전할지라도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불안이 사회적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가 놀림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면 친구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것을 본 불안한 감정은 친구를 위로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도록 마음의 의지를 줄 수 있습니다. 

발달상 ‘정상’ 범위의 불안은 어느 정도일까?

영유아의 경우 양육자와의 분리 불안이나 낯선 사람, 시끄러운 소음 등으로부터의 불안은 발달상 정상 범위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만 2~3세 아이의 경우에는 동물, 어둠, 천둥과 번개, 불, 물이 불안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만 4~5세의 경우 벌레, 길을 잃어버림, 괴물, 죽음이 그것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만 5~7세는 세균/질병, 자연재해 혹은 학교가 아이에게 불안을 주며, 만 7~12세는 자신의 성적에 대한 평가, 사회적 상황, 강도나 납치 등이 불안감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

기질기질적으로 예민하여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기질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타고 나는 특유의 성향이기 때문에 두려움과 예민한 기질이 아이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것을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이들은 처음 보는 것들, 처음 간 장소 등에도 불안함을 느끼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다른 아이들보다 오래 걸립니다. 감각 과민 요소감각 과민 요소는 특정 감각에 아이가 불편함을 느껴서 불안을 유발하는 이유입니다. 특정 감각은 청각, 촉각, 미각에 대부분의 과민한 아이들이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큰 소리에 과민해 민감한 아이들은 그러한 환경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작은 옷 촉각의 불편함으로 불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미각이 예민해 편식을 주로 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미각의 음식에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강박강박 관념에 의한 일상 루틴 외 다른 변화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들은 자신이 예상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걱정을 덜 하게 됩니다.

분리불안분리불안 애착의 요소. 많은 영유아의 경우에는 부모로부터의 분리가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불안함을 표현하는 방법

아이들에게 불안감이란 추상적인 느낌과 감정이기에 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또한 정확한 자신의 감정과 지금의 행동이 불안감에서 오는 것을 인지하기도 어렵죠. 때문에 아이가 불안의 감정을 마주칠 때는 보통 회피와 극심한 고통으로 표출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아이가 너무 불안한 나머지 “숨을 못 쉬겠어요. 가슴이 아파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끄러운 소음이 불안한 아이는 공동 화장실에 손 건조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화장실에 가야 하는 순간에도 안 간다며 뻗치고 우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 불안의 증상입니다. 

불안감이 높은 아이는 특정 활동, 상황 또는 사람에 대해 회피를 하려 하고,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밤에 혼자 잠을 자는 것을 힘들어하고, 아무런 의학적 이유 없이 두통이나 복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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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불안해할 때 피해야 할 사항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지 말아주세요많은 부모들은 상황을 빨리 종료하기 위해 “뭐가 무서워. 괜찮아. 아무것도 아냐.”라고 무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감정의 무시는 내면에 해결되지 않는 지속적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무시한다고 덮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아이에게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괜찮아” 혹은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 같이 압박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받아주세요. 

유발 상황을 피하지 말아 주세요어떤 부모들은 아이의 불안 요소를 알고 이를 유발하는 상황을 피하게 함으로써 아이를 보호합니다. 아이가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자세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물을 무서워한다고 친구들과 수영장 가는 것을 멈추거나 어두운 곳에서 불편해서 자는 것을 피하게 된다면 아이가 더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되 힘을 실어 주지 마세요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과 그 감정에 동의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이 겁이 나 회피하려 한다고 생각해 볼까요? 겁이 나는 아이의 감정에는 귀 기울이고 동정심과 공감을 표현하세요. 하지만 아이가 두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셔야 합니다.  

유도적인 질문은 하지 마세요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말하도록 격려하되 “깜깜한 곳에서 혼자 자는 게 두려워?” 혹은 “시험이 걱정돼?" 와 같은 유도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긍정/부정의 답이 필요하지 않는 질문을 하세요. 예를 들어, “네가 혼자 잘 때 기분이 어때?”와 같이 아이가 감정을 설명하도록 유도해 주시면 됩니다. 

아이의 불안함을 줄여줄 수 있는 방법

불안을 없애려 하지 말고, 아이가 불안을 다스리도록 도와주세요아이가 불안을 극복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참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불안한 감정이 생기면 깊은 심호흡하는 법을 알려주거나 가볍게 아로마 향이 있는 로션을 손에 바르고 마사지하게 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애착인형을 꼭 껴안게 하는 등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생각을 파악하고 긍정적 사고를 하게 도와주세요걱정과 불안은 우리의 뇌가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영유아의 경우에는 힘들 수 있으나 초등학생의 아이라면 자녀에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걱정과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아무도 나랑 안 놀려 하면 어떡하냐’는 불안이 있다면 지난 점심시간에 같이 앉아 있던 사람이 있는지, 쉬는 시간에 무엇을 다른 친구와 했는지 등을 천천히 생각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 안에서 긍정적인 상황을 보고 아이가 그 부분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별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훈련된 조종사들도 돌발적 비상사태가 발생되면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아이가 똑같은 상황에 지속적으로 불안함을 느낀다면 단계별 방법을 갖도록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스스로 불안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만약 심호흡하는 것이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첫 번째 단계는 ‘멈추고 호흡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아이가 상황을 평가할 수 있게 하고, 마지막으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여러 방향의 그림이나 리스트를 제안하는 표를 만들어 놓으면 아이가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글 = 민경미 (유아 특수교육 교사)미국 캔자스 대학 교육 심리(아동발달/학습) 박사 과정 중이며 동 대학 유아 특수교육 석사 졸업했다. 캔자스주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캔자스주 공립학교 셀돈(Sheldon) 유아 특수 교사로 재직 중이다. 미국 DEC와 ISJ 학회에서 ‘아이의 실행 기능 높이는 교육법’과 ‘트라우마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 자기조절법’등 다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트라우마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훈육할까?>를 지었다.

길문혁 기자/ansgur0317@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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