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민경미(유아 특수교육 교사)
Q. 저희 아이는 초등학생인데, 자주 숙제를 까먹어서 안 하거나 혼자서 무엇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쉽게 산만해지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도 여러 지시가 한 번에 주어지면 따르기 힘들어하며 집중을 못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아직 어리니 조금 더 크면 집중력이 나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좀처럼 바뀌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으로 볼 때 주위에서 혹시 ADHD가 의심된다고도 하는데, 아이의 행동과 어떻게 해야 아이를 도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면서 충동을 조절해 집중하고, 어떠한 일을 계획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해서 목표를 향해 일하고, 스스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새롭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응하고, 궁극적으로 추상적 사고와 계획에 참여하도록 돕는 일은 삶의 성공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들입니다.
이 역할들은 ‘실행 기능’ 능력의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마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위해 지휘하는 것처럼 이는 전두엽 두뇌가 하는 실행 기능으로써 인지, 행동, 그리고 감정적인 많은 작업을 감독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요.
위 아이의 행동을 단순하게 보면 “아이가 부주의하네”, 혹은 “산만해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구나”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 ADHD 혹은 산만한 아이라고 평가하기 전에 아이의 실행 기능의 발달 부분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연구에 따르면 ADHD를 앓고 있는 아이의 90%가 이 실행 기능에 문제가 있으며, 그중 많은 문제가 성인기까지 지속된다고 합니다. 또한 성공한 사람들을 오랜 기간 추적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이 실행 기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꼭 ADHD가 아니어도 성공의 키는 실행 기능 발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실행 기능이란?
아이의 여러 다른 발달 이정표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실행 기능 능력도 발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에는 이 실행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실행 기능에는 크게 7가지 기능(자기인식, 억제, 비언어적 작업기억, 언어적 작업기억, 감정적 자기조절, 자기 동기, 계획 및 문제 해결)이 있는데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달합니다.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실행 기능의 능력을 ‘자기조절 능력’이라 부릅니다. 실행 기능은 대부분 만 7세부터 활발하게 발달되지 시작되며 20세 중반까지 꾸준히 발달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문제행동/증상이 아이가 실행 기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볼 수 있을까요?대부분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심각하지 않은 한 ‘아직 어리니까’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쉬운데 고학년이 되고 중고등학생이 됐는데도 실행 기능의 장애가 있는 경우라면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실행 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독립적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합니다. 또는 무엇을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거나, 한 번에 두세 가지 정도만 기억할 수 있거나,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벅차게 느낀다면 실행 기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제를 잊고, 작업하는 소요 시간을 추정하기 어려우며, 산만하고, 자기의 소지품을 찾는 것을 어려워하며 가방은 정리가 돼 있지 않고, 이름/주요 세부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어려우며, 지침을 듣고 따르는 데 문제가 있고,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 다른 작업으로 이동하며, 다단계 지침을 기억하고 따르는 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단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단계를 기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스포츠 팀과 같은 조직에서의 역할 이해를 잘 하지 못하며, 일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집에서 아이는 흔히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 하기로 했던 다음 일을 잊어버리거나 아이의 방은 늘 어지럽혀져 있어 지저분하기 쉽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자신이 했던 방금 전 이야기를 다시 들려 달라고 하면, 주요 세부 사항을 건너뛰고 말하기 쉽습니다.
아이가 실행 기능 부족일 때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시간제한 설정을 해 주세요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의 큰 어려움은 ‘계획’과 ‘통제’입니다. 많은 교육 치료사들은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좋으며,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경우 시간제한을 할당하라고 권고합니다.
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의 경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미리 아이가 가능한 단계와 시간을 숙지하고 여러 종류의 숙제를 분배해 두는 것입니다.
계획해 적는 습관을 길러주세요노트 카드, 기호, 스티커 메모, 목록, 저널 등을 사용해 정보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작업 메모리가 부족한 것을 보완합니다. 자녀가 정보를 눈앞에 볼 수 있게 되면 실행 기능을 조율해 작업 기억을 쌓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부분의 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은 작업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숙제와 같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표 혹은 다이어리를 사용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또한 해야 할 일과 우선순위를 정해서 아이가 그 할 일을 하나씩 완성하도록 도와주세요.
신체 활동과 스포츠 게임 활동, 태권도와 같은 활동을 늘려주세요신체 활동(예를 들어, 에어로빅 운동 또는 요가)와 조직적인 스포츠 활동(축구, 농구, 태권도)과 같은 활동은 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스포츠 활동은 룰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며 규칙과 전략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 활동은 자신의 성과를 모니터링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스스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왜 그런 지를 돌아보고,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계획을 짜게 돼 실행 능력의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신체 활동은 산소를 뇌로 흐르게 하기 때문에 두뇌 발달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줍니다.
직접 체험 학습, 경험 학습을 하도록 도와주세요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는 학습을 하게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덧셈/뺄셈을 가르치더라도 블록과 같은 것을 직접 사용하거나 문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단어 자석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가능한 한 물리적인 문제를 만들게 하는 것이죠. 이는 아이들이 언어적 기억과 비언어적 기억의 조화를 이루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실행 기능이 발달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시각적인 효과가 있고 손으로 경험해 배우는 학습은 실행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잠시 멈춤’을 연습하게 하세요실행 기능이 부족한 아이는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에너지가 쉽게 고갈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중간에 자주 휴식을 취하면 스스로 충전하는 기회가 됩니다. 3~10분 이내로 잠시 휴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산만하고 길을 잃지 않고 과제를 끝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 격려하는 혼잣말을 하도록 연습합니다자녀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긍정적인 자기 진술은 아이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지도록 합니다. 특히 성공을 시각화하고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단계를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계획을 향상하고 지켜나가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설탕 함유 음료를 조금 마셔봅니다많은 부모들이 설탕은 때때로 산만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자녀가 많은 실행 기능(예를 들어, 시험을 보거나 큰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을 하고 있을 때, 스포츠음료와 같이 적당한 설탕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음료의 포도당은 실행 기능이 시작되는 전두엽에 연료를 공급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모금’입니다. 아주 조금이면 아이의 혈당을 충분히 올려서 일을 마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 = 민경미 (유아 특수교육 교사)미국 캔자스 대학 교육 심리(아동발달/학습) 박사 과정 중이며 동 대학 유아 특수교육 석사 졸업했다. 캔자스주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캔자스주 공립학교 셀돈(Sheldon) 유아 특수 교사로 재직 중이다. 미국 DEC와 ISJ 학회에서 ‘아이의 실행 기능 높이는 교육법’과 ‘트라우마 아이들을 위한 효과적 자기조절법’등 다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트라우마 있는 우리 아이, 어떻게 훈육할까?>를 지었다.
길문혁 기자/ansgur0317@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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