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민혜(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빈뇨'란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칼럼은 내과 등에 내원해 요(尿) 검사를 진행했으나 '과민성 방광'과 같은 소견이 없음에도 아동의 빈뇨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대한 내용입니다.
빈뇨 증상 있는 아동의 패턴
저에게 빈뇨 증상으로 상담을 의뢰하는 아동의 패턴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질적으로 긴장과 불안 상태가 높은 아동이 스트레스 사건을 겪습니다
가정 보육만 하다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거나 유치원 선생님한테 혼났다거나 이사를 가게 됐다거나 등 환경적 변화나 대인관계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보통의 낙천적인 친구들이라면 일정 기간 후에 잘 적응하게 되지만 기질적으로 불안함이 높고 예민한 아동은 이런 생활 스트레스 사건에 과도하게 긴장합니다.
2) 우리의 신체는 긴장과 불안을 느끼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이로 인해 가슴이 쿵쿵대며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고 설사, 빈뇨와 같은 자율 신경계 이상에 의한 신체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3) 소변을 봐야만 불안이 해소되는 것처럼 느낍니다
최초에는 과도한 긴장감→자율신경계 이상에 의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지만 이러한 빈뇨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면서 소변을 봐야만 불안이 감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4) 진짜 소변이 마려운 게 아니라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실에 갑니다
이 상태가 되면 이제는 '실제 잔뇨감'이 있어 화장실에 가는 게 아니라 지금 느끼는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해소시키기 위해 화장실에 가게 됩니다. 소변을 보면 잠깐 동안 시원한 느낌이 들며 긴장이 잠시 동안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실제 빈뇨' 증상이 있을 때를 떠올리며 지금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옷에 실수를 할 것 같다거나 정말 잔뇨감이 있다고 '왜곡된 느낌'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은 이와 같은 패턴으로 아이는 수시로 화장실에 들락거리게 됩니다. 저는 빈뇨 증상으로 의뢰한 아동을 상담할 때 인지행동적 접근을 활용합니다. 인지행동적 접근이란 우리의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 행동이 수정되도록 하는 심리치료 이론입니다. 이 방법은 제가 부모 상담 중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기법입니다.
인지행동적 접근의 핵심은 아이 스스로 '진짜 소변감'과 '가짜 소변감'을 구분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설명하는 진짜 소변감은 실제적인 배뇨를, 가짜 소변감은 '지금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라고 느끼는 왜곡된 생각과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잔뇨감을 의미합니다.
인지행동적 접근 방법
이 방법은 언어 표현 능력과 수용 능력이 충분히 발달된 5세 이상의 아동에게 시행했을 때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긴장해서 수시로 화장실에 가는 날, 부모가 화장실에 동행합니다. 혹은 부모와 함께 화장실에 가는 걸 부끄럽게 느낄 정도로 큰 아이는 혼자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소변을 다 본 후 색이 투명색에 가까운지 노란색(진짜 소변색)에 가까운지, 소변량은 어떤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확인합니다. 단, 부모와 함께 화장실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느낄 정도로 큰 아이는 혼자 관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이의 소변이 실제 소변색에 가까울 때는 이렇게 반응해 주세요.
"쉬야가 노란색이고 양도 많은 걸 보니 우리 단꿈이(아이 이름)가 이번에는 진짜 쉬야가 마려웠었구나."
아이의 소변이 투명색에 가까우며 양도 '찔끔'일 때는 이렇게 반응하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단꿈이가 진짜 쉬야가 마려운 건 아닌데 지금 마음이 너무 떨려서 꼭 쉬야가 나올 것처럼 느껴졌나 봐. 단꿈이 쉬야 색이 투명한 수돗물 색에 가깝고 이렇게 조금만 나오는 것은 이번에는 꼭 화장실에 오지 않았어도 괜찮았다는 뜻이야."
이런 연습을 아이와 몇 주간 반복합니다. 그럼 아이는 스스로 진짜 소변감과 가짜 소변감을 적절히 구분할 수 있게 되며, 가짜 소변감으로 느껴질 때에는 화장실에 당장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훈련을 하는 동안 아이가 옷에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절대 당황하지 말고 무심한 듯 반응해 주세요. 당황한 아이 곁에서 부모가 같이 놀라면 아이는 자신의 소변 실수를 과도하게 의식, '앞으로는 쉬야가 조금만 마려울 것 같아도 바로 화장실에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빈뇨 증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은 생각을 수정함으로써 행동을 수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과 함께 빈뇨 증상이라는 행동 자체를 개선하기 위해 행동 수정 방법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1) 배뇨가 아닌 다른 방안으로 긴장 완화시키는 방법 찾기
아이가 긴장하거나 불안해할 때 긴장을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예를 들면 엄마가 아이 손을 포근히 잡고 아이가 잘 때 듣는 노래를 짧게 불러주거나 아이와 마주 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천천히 세는 식으로 아이와 함께 이완 훈련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2) 생활 습관 교정하기
취침 3~4시간 전에는 수분(야채, 과일 등 포함) 섭취하지 않기, 외출 전 배뇨하기 등 생활 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습니다.
위의 방법들로도 빈뇨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가를 찾아 필요한 도움을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내성적이며 평소 잘 긴장하는 아동은 언어적으로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아이는 부모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태일 수 있어서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 = 강민혜
단꿈 심리상담연구소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육심리 전공 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현재 단꿈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 상담 및 놀이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불안, 강박, ADHD 등의 증상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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