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달려온 시간, 어려움이 많았기에 오히려 더 짧게만 느껴지는 2023년의 해가 저물어 간다. 밀렸던 일과, 바쁘다는 이유로 그간 소원했던 주변을 챙기다 보면 아마도 남은 몇 주는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려보내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럼에도 하드웨어 마니아와 게이머에게는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용하던 PC의 업그레이드 여부. 특히, 인텔 프로세서 기반의 PC를 사용하고 있다면, 매년 하순 새로 출시되는 인텔의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가격비교사이트를 바라보며 끝없는 장고를 이어가고 있을 시기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매번 출시될 때마다 어느 정도의 성능 향상을 보장하는 인텔 플랫폼. 더구나 최근 인텔은 과거와 달리 12세대부터 이어져온 LGA1700을 유지하고 있어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등 일부 하드웨어를 교체하는 정도로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유혹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인텔 코어 i7-14700K 와 코어 i5-14600K
기존 메인보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AMD 플랫폼 사용자만이 누리던 특권이었다. 매번 새로운 프로세서가 출시될 때마다 규격을 바꿔왔던 인텔 플랫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메인보드를 바꿔야 한다면 이때부터는 업그레이드가 업그레이드가 아닌 느낌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런 인텔이 12세대부터 사용해온 소켓 규격을 14세대에서도 유지하는 건 꽤나 신선한 충격이다. 그 사이 PCIe Gen5의 지원, DDR5 메모리의 안착, USB 3.2 Gen2x2 지원 등 몇몇 부분이 변화했지만, 그럼에도 인텔 600 시리즈 칩셋부터 성능이나 기능의 제약 없이 14세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새로운 프로세서를 꼭 한 번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에게는 꽤나 반가운 일이다. 14세대까지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최소화하며 사용하고, 새로운 플랫폼이 될 15세대에 이르러 새로운 PC를 구입하는 최적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니까!
가격만큼이나 성능도 포기할 수 없는 사용자라면 인텔 14세대 Core i7-14700KF 모델을 추천할 만하다. 14세대 프로세서가 기존 13세대 랩터레이크의 개선판이라 본다면, 13세대와의 차이점은 아마도 향상된 캐시와 높아진 클럭으로 인한 약간의 향상에 국한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인텔 Core i7-14700K는 랩터 코브(Raptor Cove) 아키텍쳐의 P-코어 8개와 그레이스몬트(Gracemont) 아키텍쳐 기반의 E-코어 12개로 구성된다. P-코어는 하이퍼 스레딩을 통해 코어당 2개의 스레드를 지원하므로 총 28 스레드가 된다. 8개의 P-코어와 8개의 E-코어로 구성된 코어 i7-13700K와 달리 코어의 구성 자체가 늘었다. 여기에 28MB의 L2 캐시도 4MB 증가했으며, 33MB의 L3 캐시도 3MB 증가했다. 동작속도 역시 최대 200MHz 가량 증가해 유의미한 수준의 성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픽이 포함된 i7-14700K 버전도 존재하므로 필요에 따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이 등급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환경이라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확률이 높으므로, 역시 추천은 Core i7-14700KF 쪽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다.
조금 더 가성비에 집중하는 사용자라면, 인텔 코어 i5-14600K를 추천할 만하다. 코어 구조나 캐시 등의 변화는 없지만, 동작속도는 200MHz 가량 향상됐다. 따라서 i5-13600K/KF 사용자를 위한 업그레이드라기 보다는 그보다 하위모델을 사용하던 인텔 사용자가 프로세서만의 업그레이드로 충분한 성능향상을 기대할 때 추천할 만하다. 6개의 P-코어와 8개의 E-코어, 총 20 스레드 등 코어와 캐시 구조는 기존과 동일하다. 여기에 인텔 UHD 770 내장 그래픽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조금 더 가격에 민감한 웹서핑, 사무용 PC 등에 어울리는 i3 시리즈는 아직 출시 전이고, 이 등급의 PC는 업그레이드보다 PC 전체를 교체하는 수요가 많다고 보면,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하는 경우 위의 두 제품이 적당해 보인다.
# 문제는 그래픽카드! 하지만 내장 GPU도 쓸만해
문제는 그래픽카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뜬금없이 한국의 PC 게이머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미래의 먹거리를 둔 치열한 수싸움이 그래픽카드의 수급과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머신 러닝,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미래의 먹거리산업은 의외로 GPU와 큰 연관이 있다. 이 새로운 산업의 기반이 되는 고성능 반도체가 바로 GPU이기 때문. 때문에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국의 규제를 빗겨갈 수 있는 AI용 반도체 등을 만들어 왔지만, 미국 정부는 이는 물론 그래픽카드에 사용하는 고성능 GPU의 대중국 수출까지 금지해 버렸다.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와 AMD의 GPU를 클라우드 서비스, AI 알고리즘 훈련, 하이 퍼포먼스 컴퓨팅, 데이터 처리, 영상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발전을 견제하는 경제적인 목적과,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정치적 긴장 등 여러 이유로 중국으로 향하는 AI 반도체의 수출길을 막았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RTX 4090 그래픽카드의 GPU만 뜯어내 AI용 시스템에 탑재하는 편법을 사용했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 GPU의 대중국 수출까지 막아버렸다.
△ 게이머가 선망하는 RTX 4090을 사야 한다면 300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그나마 조텍 게이밍 지포스 시리즈가 305만 원으로 ASUS나 MSI 대비 제일 가성비가 좋다. 사실상 PC 본체 가격을 넘어서는 금액을 더해야 그래픽카드 한 장을 구매할 수 있다.
때문에 다수의 그래픽카드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 중국에서 RTX 4090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RTX 4090에 국한돼 이 제품의 가격만이 상당히 올랐지만, 하위 라인업에 영향을 끼칠 확률이 다분하다. 중국에서 하위 라인업 그래픽카드의 GPU를 적출하기 시작하면 이 역시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될 수도 있으며, RTX 4090 시리즈의 높은 가격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하위 제품군의 가격이 덩달아 상승할 여지도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그래픽카드까지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면 가급적 빨리, 그리고 RTX 4080 이하의 라인업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게이머가 아니라면 코어 i5-14600K가 제공하는 UHD 770 그래픽 역시 충분한 수준의 유틸리티를 제공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 또한 방법이다. RTX 30 시리즈 사용자라면 그래픽카드의 업그레이드를 일단 미루고, 내년까지 추이를 지켜보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새로운 인텔 14세대 프로세서가 기존 시리즈와 플랫폼을 공유하며 꽤나 매력적이고 경제적인 업그레이드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렇게 그래픽카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선택이야 언제나 사용자의 몫이지만, 앞서 설명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조금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업그레이드 방안을 찾는 기지를 발휘할 때이다.
# 본격적인 PC 조립, 가성비 높이는 공식 '천기누설'
이쯤 되면 의구심 한 가지가 남을 수 있다. "도대체 그래픽카드가 얼마나 비싸길래?" 내장 GPU를 이토록 빨아준다는 건가!! 는 정도 아닐까 싶다. 답을 찾고자 23년 12월 첫 주 기준 PC 한 대 구매에 필요한 비용을 친절하게 공개한다. 먼저 부품 선정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심을 듬뿍 담았음을 밝힌다. 여기에 대해 가타부타할 필요가 없는 것이 PC 구매에는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선호하는 브랜드에 좌우됨이 현실이다.
그 점에서 오랜 기간 PC를 사용해 봤고 개인적으로 신뢰해도 되는 유통사를 첫 번째로 꼽았고 두 번째는 최근 시장 평가가 '만족'이라는 측면을 향하고 있는 제조사를 리스트에 올렸다. 물론 시피유는 인텔 코어 i7-14700K 와 코어 i5-14600K가 메인이다.
이를 중심으로 메인보드, 메모리, NVMe. 스토리지, 케이스, 파워가 구성되어야 PC가 완성된다. 하지만 위클리포스트는 여기에 두 가지 부품을 추가로 나열했다. 먼저 LGA 1700 소켓의 밀착력을 좀 더 극대화시켜 열전도율을 높여주는 써멀라이트 LGA1700 시피유 가이드다. 두 번째로 쿨러다.
다크플래쉬가 12월을 기점으로 출시한 히트파이프 6개 구성 D21 공랭쿨러다. 두 가지 부품을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쿨링 효율 증대라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특히 LGA1700 소켓은 걸쇠 장력 방식이 양쪽 끝단을 프레스로 누르는 방식인데, 이방식은 힘이 양쪽만 집중되면 가운데 밀착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가이드는 이러한 문제는 보완하는 성격이며, 이렇게 사용하면 공랭 방식으로도 14세대 고발열을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단, 히트파이프 6개 이상을 사용한 TDP 260W 이상 쿨러일 경우가 해당한다.
메인보드는 대원씨티에스가 지난 6일 시장에 공급한 애즈락 B650M PG 라이트닝 제품을 추천한다. 블랙 디자인을 선호하는 게이머의 취향을 십분 반영, 그레이 패턴 PCB에 블랙 히트싱크 여기에 메모리 소켓 그리고 분리형 I/O 실드까지 다크 그레이 패턴으로 통일했다. B650 칩셋은 저렴한 만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해 라이젠 7000 CPU 기반 메인보드의 가격 안정화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제품이 호환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각광을 받는 M-ATX 규격이라는 특징도 사용성 측면에서 장점이다. M-ATX 규격임에도 메모리 슬롯은 DDR5 규격 4개를 확보했다. 대응하는 메모리 클럭은 최대 7,200 MHz + O.C 규격이며, 메모리 오버클럭 기능 AMD EXPO(Extended Profiles for Overclocking와 XMP(eXtreme Memory Profiles)까지 둘 모두를 지원한다.
그래픽카드 소켓은 견고 해졌다. PCIe 4.0 X 16 규격 강화 스틸 디자인으로 한층 강해진 래치와 추가 앵커 포인트로 갈수록 무거워지는 중량급 그래픽카드 장착도 탄탄하게 지지한다. 소켓이 흔들리거나 휨 현상에 강해 신호 오류가 적으며, 메인보드 안정성 또한 보장한다.
메모리와 NVME는 마이크론 DDR5 5600MHz 제품과 마이크론 P5+ NVMe 1TB 제품을 추천한다. 먼저 메모리 제품군은 표준 클럭이 DDR-5600으로 DDR5 시스템 초기의 4,800MHz, 5,200MHz보다 한결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이러한 넉넉함을 앞세워 요즘 시대의 멀티 코어 CPU에 필요한 빠른 속도, 넓은 대역폭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최신 규격도 마찬가지다. 인텔 XMP 3.0, AMP EXPO 규격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한 번 구입하면 당분간은 업그레이드 걱정할 필요 없게 만드는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안정된 선택지다.
그럼에도 크루셜 메모리의 막강한 경쟁상대는 삼성전자다. 하늘이 도왔을까? 때마침 삼성전자 DDR5 메모리 최근 제품 중심으로 호환성 문제가 대두되며 힘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한 때 대세라고 여겼던 삼성의 위상이 달라진 메모리 규격 앞에서는 기를 못 쓰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마이크론의 입지는 변함이 없다. 한국에 들어오는 제품은 먼저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이 끝난 상태이기에 자잘한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DDR5 시대를 맞아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분위기는 그 점에서 환영할 만한 시그널이다.
NVMe SSD에서 마이크론은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NVMe 규격 기반 SSD 크루셜 P5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PLUS 모델로 더욱 입지를 다졌다. 2280 규격 기반 NVMe 제품으로 최대 5년간 품질을 보증한다. 용량은 500GB, 1TB, 2TB로 3가지인데, 제조사는 이번 제품에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결정적으로 자체 컨트롤러를 사용한 첫 제품이다.
캐시는 500GB와 1TB 모델은 1GB DRAM을 2TB 모델은 2GB를 장착했다. 낸드 플래시는 더욱 특별하다. 마이크론은 P5 PLUS 제품에 176단 TLC(트리플 레벨 셀) 3세대 4D 낸드 플래시를 투입했다. 참고로 176단 설계는 마이크론이 세계에서 첫 번째로 개발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12월에 해당 제품 생산을 발표하던 당시 차용한 단어가 '업계 최고층'인데, 더구나 전 세계에서 두 번째 제품을 설명하면서 등장한 거창한 문구다.
마지막은 파워다. 시장에서 파워만큼 다양한 선택지도 드물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제품 출시가 쉽다는 의미다. 즉, 사용자가 냉정하게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 점에서 맥스엘리트가 출시한 맥스웰 DUKE 1000W 80PLUS PLATINUM 풀 모듈러 ATX 3.0 파워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시소닉의 품질은 수성하고 가격은 낮춰 소비자 선택지를 늘리겠다는 복안 성격의 품이다. 최신 그래픽카드 지원을 위한 ATX 3.0 및 PCIe 5.0 지원이 특징이다. 여기에 80PLUS PLATINUM 고효율 인증을 획득했음에도 가격 경쟁력은 오히려 높아졌다. 매쉬 패턴 케이블과 12VHPWR 전용 홀더까지. 사실상 품질은 프리미엄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력은 매우 높다.
이러한 하드웨어 조합으로 각각의 시스템 견적을 뽑은 결과 가격은 i5-14600K가 약 127만 원, i7-14700K로 하면 약 141만 원이 나온다. 여기에 외장 그래픽카드를 추가한다고 치자. 그럴 경우 추가되는 금액은 RTX 4060Ti 제품의 경우 약 50만 원, RTX 4070 Ti는 약 120만 원, RTX 4080은 150만 원 상당이다. 만약 곧 죽어도 게이머가 선망하는 RTX 4090을 사야 한다면 300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그나마 조텍 게이밍 지포스 시리즈가 305만 원으로 ASUS나 MSI 대비 제일 가성비가 좋다. PC 본체 가격을 넘어서는 금액을 더해야 그래픽카드 한 장을 구매할 수 있다.
실상이 이러니 내장 GPU 존재의 이유가 눈부실 수 밖에!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저작권자ⓒ 위클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포스트 주요 기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