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시대의 핵심이라 불리는 HDR은 영상 콘텐츠 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100니트 이상의 휘도가 실현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HDR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게임이다.
게임은 이미 가공된 콘텐츠를 디스플레이에 맞게 재 가공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그 자체가 원본이며 다양한 디스플레이 스펙에 맞는 최적의 셋팅을 적용할 수 있다. HDR이 적용되면 지금 보다 넓은 범위에서 빛을 다룰 수 있어 현실 그래픽을 추구하는 게임 업계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이런 이유로 콘솔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HDR을 콘솔 게임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미 XBOX One 버전으로 출시 된 포르자 호라이즌3와 기어즈 오브 워 4가 HDR을 지원하도록 만들어 졌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도 11월 10일 부터 HDR 지원이 예고된 상황이다.
게임이라면 빠질 수 없는 PC 업계도 HDR 대응에 분주하다.
모니터 업계가 움직이지 않아 HDR 지원이 본격화 된 것은 아니지만 엔비디아와 AMD, 인텔 모두 HDR 게이밍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중에서도 엔비디아는 HDR 도입에 보다 적극적인 자체를 취해 왔다.
얼마 전 발매된 쉐도우 워리어2(Shadow Warrior 2)에서 최초로 HDR이 지원된 것도 엔비디아가 기술 지원을 해 줬기 때문이다.
오늘은 쉐도우 워리어2를 통해 게임 콘텐츠 시장에 대표 기술로 자리 잡을 HDR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 HDR 지원하는 최초의 PC 게임, 쉐도우 워리어2
쉐도우 워리어2는 1997년 3D Realms Entertainment가 만든 오리지널 쉐도우 워리어를 최신 그래픽 기법으로 재탄생 시킨 쉐도우 워리어의 후속 작이다.
정통 FPS 형태의 게임 처럼 보이지만 검과 검기를 이용한 무기나 기술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총 싸움 위주의 일반 FPS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개발사는 폴란드 위치한 플라잉와일드호그(Flying Wild Hog)라는 인디게임 개발사인데 쉐도우 워리어에 앞서 2011년 발매한 하드 리셋(HARD RESET)도 인디 수준 이상의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호평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발매된 쉐도우 워리어2는 엔비디아의 기술 지원을 통해 좀 더 특별한 게임으로 만들어 졌는데 'Multi-Res Shading'과 'HDR'이 바로 그것이다.
Multi-Res Shading은 맥스웰 아키텍처 부터 적용된 다중 뷰포트 프로젝션을 말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한 화면을 여러 개로 분리해 각각의 품질을 제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선이 집중 되지 않는 주변부 화질(해상도)을 낮춰 프레임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서 GPU 성능에 목마른 VR 게이밍 중심으로 Multi-Res Shading 기술을 활용해 왔는데 VR이 아닌 일반 게임에 이 기술을 최초로 활용한 게임이 쉐도우 워리어2다.
쉐도우 워리어2에서 Multi-Res Shading을 사용하면 화면 전체 영역 중 주변부 20%가 원래 해상도 보다 낮게 랜더링 된다.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40% 부터 최대 60%까지 해상도를 낮출 수 있고 이렇게 되면 57.42 FPS였던 평균 프레임을 72.42 FPS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50 FPS 조차 넘지 못했던 4K UHD 해상도에서도 Multi-Res Shading 사용하면 최대 64.07 FPS까지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엔비디아 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다.
HDR도 엔비디아 지원으로 가능하게 된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HDR 구현에 핵심이 되는 톤 맵핑 알고리즘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API 등을 개발하였고 이를 지원할 게임 리스트를 지포스 GTX 1080 발표 당시 공개한 바 있다.
이 리스트에 포함된 7가지 게임 중 HDR을 지원하게 된 최초의 게임이 바로 쉐도우 워리어2고 HDR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TV와 연결하면 누구나 HDR로 재생된 게임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엔비디아는 쉐도우 워리어2에서 HDR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기술 지원은 물론 BT.2020 색역을 검증하기 위한 HDR 디스플레이까지 제공했다고 한다.
HDR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가장 먼저 피력한 메이커는 엔비디아가 아닌 AMD 였지만 AMD는 기술만 소개 했을 뿐 엔비디아 처럼 게임 개발사의 협력은 이끌어 내지 못한 상황이다.
■ SDR vs HDR, 어떻게 다른가?
HDR은 100니트 이상의 밝기(현실에선 평균 400니트 이상, 최대 1000니트)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에서 더 많은 밝기 단계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자연에서의 밝기 보다 어두운 디스플레이에 맞춰 암부와 명부를 희생한 것이 SDR이고 이보다 훨씬 밝은 디스플레이에서 암부와 명부를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게 된 것이 HDR이다.
게임은 그 자체가 원본이라는 장점 때문에 다양한 그래픽 기법을 통해 SDR 환경에서도 현실 세계와 비슷한 밝기 차이를 구현할 수 있지만 SDR 기반의 기존 기술만으로 최소 4~5배 이상의 높은 휘도가 실현된 지금의 디스플레이를 완벽하게 활용할 순 없다.
그래서 400 니트 이상이 일반화 된 대화면 TV를 사용할 때는 밝기를 일부러 낮춰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HDR 기술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빛과 색을 볼 수 있다.
위 사진은 쉐도우 워리어2에서 HDR 출력을 활성화 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SDR 상태에서의 쉐도우 워리어2는 암부를 살리기 위해 명부의 디테일을 포기한 듯한 화면이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명부의 디테일이 완벽히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칼을 잡고 있는 손을 보면 마치 명암비를 고의적으로 높여 놓은 듯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명암이 나타나는데 HDR 상태에서의 쉐도우 워리어2는 모든 것이 현실에 가깝다.
그림자 진 명부에서도 그 강약이 잘 살아 있고 빛이 너무 강해 거의 하얗게만 보였던 암벽들도 본래의 색을 유지하며 완벽한 형태를 보여준다.
다른 장면도 마찬가지다. HDR 상태의 쉐도우 워리어2는 암부와 명부 모두 클립핑 되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지만 SDR 상태로 변경된 쉐도우 워리어2는 암부의 계조가 날아가고 명부는 전부 날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 HDR을 최적으로 즐기기 위한 셋팅법
HDR은 10비트 컬러가 필수다. 그래서 HDR 영상 데이터를 압축할 때 사용하는 HEVC 비디오 코덱도 10비트 컬러를 사용하는 Main10 프로파일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게임에 적용되는 HDR도 10비트 컬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8비트 컬러는 ST-2084 PQ 감마가 정의한 휘도 범위를 표현해 낼 수 없다. 그래서 HDR 게이밍을 즐기려면 HDR 디스플레이와의 연결에 10비트 컬러를 설정해야 한다.
PC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반 모니터들은 HDR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8비트 컬러를 사용해도 상관 없지만 HDR 디스플레이, 즉 UHD TV에 연결하려면 출력 색상을 10 bpc로 바꿔야 한다.
그래픽카드 컨트롤 패널에 들어가서 화면 출력 부분의 컬러 포맷을 YCbCr420이나 YCbCr422로 변경하면 10비트 이상의 컬러를 적용할 수 있다.
RGB 포맷으로 3840x2160/60Hz에서 10비트 이상의 컬러를 선택하는 것은 HDMI 2.0 신호가 가진 대역폭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다. 해상도를 낮추거나 재생빈도를 절반으로 낮춘다면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부드러운 움직임이나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HDMI도 꼭 2.0 이상에 대응이 해야 HDR 메타 데이터를 UHD TV가 인식할 수 있다. HDMI 2.0a나 2.0b를 지원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는 HDR 메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어 HDR 영상을 보낼 수 없다.
PC와 연결된 TV나 리시버도 마찬가지다. 둘 다 HDMI 2.0이상을 지원하는 포트에 연결해야 하고 TV는 설명서 대로 관련 옵션을 활성화 시켜줘야 한다.
필자가 사용하는 삼성 UHD TV에선 'HDMI UHD Color'이라는 옵션을 해당 포트에 활성화 시켜주면 HDR 신호를 인식할 수 있다. LG UHD TV는 'HDMI UHD 딥컬러' 라는 옵션을 활성화 시켜주면 10비트 컬러로 입력이 가능하며 HDR 신호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 HDR 게이밍, 임팩트는 글쎄..
쉐도우 워리어2로 경험해 본 HDR 게이밍은 강한 여운을 남길 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나 엑소더스 같은 HDR 영상을 처음 접했때 처럼 뿌연 안개가 걷히면서 선명하고 강한 빛이 밝게 빛나던 느낌은 거의 없고 HDR이기에 바뀔 수 있는 예상된 변화, 딱 그 정도였다.
게임이란 콘텐츠 특성 상 SDR의 한계까지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그래픽 기법이 적용이 적용되어 왔기에 일반적인 영상 콘텐츠 수준의 임팩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100니트 한계에 묶여 있던 영상 콘텐츠 처럼 HDR로 접했을 때의 그런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면 HDR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이머들이 적지 않을 듯 싶다.
일단 쉐도우 워리어2가 PC 기준으론 첫 번째 HDR 게임이니 이번 결과만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유보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PC로 등장할 AAA급 타이틀 중에서 HDR이 적용된 게임이 등장하면 그때 다시 HDR 게이밍에 대해 논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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