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광고에서 나오던 강철보다 더 세다는 프라이팬의 코팅! 저번 몸풀기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티타늄, 불소수지 등의 강력한 "단어"를 곁들여 보여줬기 때문에 그 내구성에 대한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이 내구성 테스트를 위해 새로 산 프라이팬을 못, 나사 혹은 자갈로 긁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취미생활로 승마를 하지 않는 이상 고가의 프라이팬 (그것도 6개씩이나)을 내구성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긁고 던진다면, 식구들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에라! 모르겠다. 호기심 해결이 인생의 첫 목표다. 프라이팬 6개 모두 긁어보자!
그렇게 강려크하다는 프라이팬 코팅이니... 뭐로 긁지?
잔인한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흉기(?)를 찾다가 무려 국기함을 발견했다. 내 기억으론 초등학교 4학년 시절 학교에서 만들었던 국기함. 이 녀석이 아직도 집에 있었다니!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국기함을 만들까?
암튼 내 학창시절에는 국기함을 만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사용했던 것이 바로 사포다. (
일명 빼빠
) 거친 면을 다듬는 사포는 나무는 물론 철, 스테인리스(
엄마의 발음으로 하면 스댕
)와 같은 금속 재질 역시 부드럽게 연마할 수 있는 재료이다. 따라서 금속 조리기구를 프라이팬에 긁는다는 환경을 가정하여 조금 거친 입도(거칠기)의 사포를 준비했다.
음식을 만들 땐 조리기구를 긁듯이 프라이팬에 접촉할 경우도 있지만, 국자, 포크 등으로 찍히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를 가정하여 송곳을 일정 높이에서 낙하시켜 접촉면을 확인하는 테스트도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어떤 집에도 있을 법한 오래된 송곳 하나를 준비해봤다.
마지막으로 동네 어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짱돌 그리고 녹슨 못과 나사 등등을 준비했다. 이는 봉골레 파스타나 갑각류, 조개류 등의 요리를 할 때 프라이팬 코팅 표면이 얼마나 잘 버티나 확인하려는 방법이다. 생각보다 아파트촌에서 자갈을 찾는 게 쉽지 않아 온종일 동네 어귀를 돌아다녔다. 시커먼 남자가 검은 비닐봉지에 자갈을 몰래 담는 모습을 이상하게 보시는 어르신들이 꽤 많았다.
간첩신고는 113
ROUND #1 : 날카로운 파스타의 맛은?
이른바 날카로운 파스타 테스트는 홍합, 갑각류를 사용하는 요리를 할 때 코팅 면이 벗겨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아파트촌에서 구하기 힘든 자갈을 어렵게 공수한 만큼 매우 강한 인상이 남는 실험이다. 또한, 녹슨 못으로 잘못 다칠 경우 파상풍의 위험도 따른다. 처자식이 있는데... 원고료에 보험비는 안 들어가는데...
일단 실험은 약 40초간 날카로운 재료를 넣고 흔들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40초가 짧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것도 설날 당일에 혼자 프라이팬에 짱돌을 넣고 돌리고 있으면 내가 이러려고 부모님 댁에 힘들게 왔을까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하고 나온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놀랍다! 6개의 프라이팬 모두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한 면을 선보였다. 단지 짱돌에서 나온 모래가루가 조금 묻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내심 스크래치라도 나서 뭔가 보여주기를 원했던 필자에게는 허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정도 내구성이면 모시조개, 홍합, 꽃게 등의 딱딱한 식재료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한다. 역시 프라이팬의 로망은 해물을 팍팍 넣고 불꽃이 올라오는 "플람베" 아니던가? 쉐프가 되기 딱 좋다.
ROUND #2 : 추락하는 송곳은 날개가 없다
송곳 낙하 테스트는 1m 높이에서 송곳을 낙하해 프라이팬의 송곳 자국으로 내구성을 알아보는 실험이다. 흔히 식재료를 볶을 때 국자나 숟가락을 강하게 프라이팬 바닥으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정확하게 낙하하는가에 있다. 잘못 낙하할 경우 송곳이 방바닥을 찍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세 사는 서러움. 조준 잘못해서 강화마루 찍히면 주인아줌마의 폭풍이 따라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군 시절 사격 하나는 백발백중이었다. 월미도 야시장의 다트 던지기에서도 인형 몇 개 땄다. 자 시작해볼까?
생각외로 너무나 간단히 끝난 테스트였다. 운석이 떨어지는 그런 크레이터를 예상했지만, 결국 6종 프라이팬 모두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라이팬의 바닥 색상에 따라 송곳 자국이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 힘까지 견딜 수 있을까 궁금해 자유 낙하 운동 공식을 찾아봤지만, 한글보다 영어와 숫자가 더 많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v=gt 등 )
그냥 보편적인 일반화를 통해 내린 결론은 "동일한 외부적인 힘, 날카로운 표면이 1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면 프라이팬 바닥에 흠집을 남긴다." 였다. 포크, 젓가락 등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카로운 조리기구는 프라이팬 코팅력 유지를 위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겠다.
ROUND #3 : 쓰라린
빼빠
사포의 추억
거친 사포 면으로 프라이팬의 코팅면 위를 왕복 3회 밀었다. 참고로 사포는 거칠기에 따라 #24부터 최대 #800까지 나온다. 여기서 숫자가 낮을수록 거칠기가 거친 사포이며 실험에 사용된 거칠기는 #40으로 상당히 거친 입자에 속한다. 물론 벤치마크라는 타이틀이 아니면 그 누구도 새 프라이팬에 사포질을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사포로 6개의 프라이팬을 밀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자 그럼 상상조차 못 했던 사포질 결과를 알아볼까?
테팔 제이미 올리버 인덕션 프라이팬은 티타늄 프로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제이미가 멋지게 광고한 이 제품은 주물 방식으로 제작된 제품이다. 역시나 사포에는 장사가 없는 건가? 사진과 같이 프라이팬 표면이 거칠게 연마되었다. 이거 괜히 사포로 긁었나 싶었다.
테팔 쏘옵티말 그레이 프라이팬은 티타늄 포스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티타늄에 포스다. May be Force with you~ (이 드립을 꼭 치고 싶었다.) 테팔 쏘옵티말 프라이팬은 앞서 테스트한 제이미 제품보다는 잔 스크래치가 적어 보인다. 혹시나 몰라 다시 한번 밀어봤지만 동일한 결과였다. 프로와 티타늄 차이일까? 다스베이더의 포스가..
테팔 엑스퍼티즈 블랙 프라이팬은 티타늄 엑설런스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이번엔 엑설런스다.
벗겨 먹는 조영남이 생각...
오! 생각보다 스크래치가 적게 나왔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밀어 봤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잔 스크래치도 적을 뿐 아니라 송곳으로 긁은 것 같은 큰 스크래치도 적게 나왔다.
테팔 캐릭터 레드 프라이팬은 티타늄 프로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제이미 프라이팬과 같은 코팅 처리라 그런지 스크래치도 비슷하게 선명했다. 자잘한 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굵고 선명하게 보이는 왕 스크레치를 보고 있으면 마음도 덩달아 아파왔다. 레드 색상의 프라이팬의 내부 코팅은 생각보다 약해 보인다는 것? 제이미 의문의 2패.
드디어 해피콜로 넘어왔다. 해피콜 다이아몬드 코팅 포셀 프라이팬은 바야흐로 불소수지 (다이아몬드 함유)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가격을 보면 진짜 다이아몬드가 들어갔을까 의문이 들지만, 일단 제조사의 설명을 믿어 보기로 했다. 사포로 다시 세 번 밀어보자. 오~ 자잘한 스크래치는 적어 보인다. 이 정도면 해피콜 선방각?
마지막 해피콜 IH 프라이팬, 이영애 누님의 팬도 역시 불소수지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다. 이름이 다른 제품과 달리 거창하지 않고 단순한 게 맘에 든다.
대장금 버프.
테스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위 사진과 같이 스크래치가 가장 적게 나왔다. 더불어 스크래치가 적게 나온 것은 물론 송곳으로 긁은 것 같은 큰 흠도 몇 개 보이지 않는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밀어 봤지만 결과는 동일하게 나왔다. 약간 의외의 결과였다.
계속 걱정된 사항이지만, 사포로 민 건 실수인 것 같다. 모두 버틸 것으로 생각했지만, 스크래치가 마음속까지 긁혀 버렷다. 6번. 아니 세 번씩 긁었으니 총 18번. 이 결과는 차치하는게 좋을 것이라 판단된다. 결과가 버리긴 아까워 글에 싣긴 했지만, 그냥 참고사항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나쁜 마음(?)만 먹지 않으면 코팅은 버텨준다
하필 설날이었다. 기름 없이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본다며 그 비싼 계란 6개를 몰래 들고 베란다에 홀로 나가 쭈그리고 앉아 자갈 파스타를 만드는 괴이한 모습을 보여준 게. 물론 가족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지만, 프라이팬의 내구성, 특히 코팅력에 대한 사실을 조금이나마 실험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테스트를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프라이팬 6종 모두 기름 없이 계란 프라이를 할 수 있었음은 물론 거친 재료를 사용해도 쉽게 코팅 면이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강한 외부의 힘과 날카로운 접촉면에는 다소 취약하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이 프라이팬을 파괴하고 말 것이라는 나쁜 마음(?)만 가지지 않는다면 코팅 벗겨짐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처럼 외부적인 강한 힘으로 스크래치를 내는 실험보다도 장기간 사용하면서 벗겨지는 코팅 면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구입하고 꾸준히 1년간 사용한 프라이팬의 내구성도 테스트해보고 싶다. 마음속까지 긁혔던 프라이팬 6종의 내구성 테스트. 이 글을 보는 소비자들이 프라이팬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유종진
기사 제보 및 문의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