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1분기가 지나갔다. 올해에도 IT 시장에는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 예정인데 PC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텔과 AMD는 각각 자사의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커피레이크(Coffee Lake)와 라이젠(Ryzen) 라인업을 완성하여 본격 경쟁 태세이다.

지난 해까지는 두 기업 모두 하이엔드 라인업 비중이 높았는데 올해 초에는 메인스트림과 보급형 제품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보급형, 저전력, 미니 PC 등 다양한 소비층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양상이 달라졌다.

그 중 미니 PC는 올해 1분기 라이젠 프로세서에 베가(Vega) GPU를 내장한 레이븐릿지가와 커피레이크를 지원하는 보급형 칩셋 3종(H370, B360, H310) 메인보드가 출시되어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그렇다면 인텔과 AMD 플랫폼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지는데 이번 기사에서는 레이븐릿지와 커피레이크 미니 PC를 요모조모 비교해보겠다.

라이젠 3 2200G와 코어 i3-8100으로 알찬 미니 PC 구성

한때 미니 PC라고 하면 크기는 작고 성능은 별 볼일 없는 제품부터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미니 ITX 규격이 대중화된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일반 데스크톱 프로세서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내장 GPU로 웬만한 작업은 무난하게 처리 가능하므로 적정한 성능과 작은 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니 ITX 규격으로 적합한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3 2200G(레이븐릿지)와 인텔 코어 i3-8100(커피레이크)을 꼽을 수 있다. 각각 현시점에서 해당 플랫폼 중 최저가 쿼드코어(4코어) CPU이며 4K 멀티미디어 콘텐츠 재생을 지원하는 GPU를 내장해 기본 사양도 준수하다.

레이븐릿지 지원 기가바이트 AB350N-Gaming WIFI 게이밍에디션 제이씨현(좌),
커피레이크 지원 기가바이트 H370N WIFI 듀러블에디션 제이씨현(우)

레이븐릿지와 커피레이크용 미니 ITX 메인보드는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하면 보급형 칩셋을 선택해야 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레이븐릿지는 B350 칩셋, 커피레이크는 H310, B360, H370 칩셋 미니 ITX 메인보드의 가격대가 낮은데 그렇다고 해도 10만 원 초반대부터 시작해서 같은 칩셋을 사용하는 ATX 규격 메인보드보다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H310 칩셋은 디스플레이 동시 출력을 2개까지만 지원하고 PCI-Express 3.0과 USB 3.1 미지원 등 제약이 따르므로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상위 칩셋인 H370이나 B360을 탑재한 메인보드를 고르는 것이 낫다.

ATX 메인보드와 비교하면 면적은 1/3 정도에 불과하지만 CPU와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 주요 부품 모두 호환되므로 보급형부터 하이엔드 PC까지 다방면으로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내장 GPU 출력을 위한 인터페이스는 HDMI, 디스플레이포트(DisplayPort) 등이며 제품에 따라서는 포트가 3개 제공되므로 그런 제품을 쓰면 다중 디스플레이 환경을 구성할 때 유리하다.

그리고 와이파이(WiFi) / 블루투스(Bluetooth) 기능을 기본 지원하는 메인보드라면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하고 키보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각종 케이블 연결과 정리를 할 필요 없어서 편리하다. 

미니 ITX 케이스 '쿨러마스터 ELITE 110A'

미니 ITX 케이스는 종류가 다양한데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서 선택 기준을 삼아야 한다.

위 사진 속 케이스는 대양케이스가 국내에 유통 중인 쿨러마스터(Coolermaster)의 'ELITE 110A'이다. 메인보드는 미니 ITX 규격만 호환되지만 ATX 파워서플라이와 길이 200mm 이하인 그래픽카드가 호환되므로 미니 PC에 성능과 확장성도 필요한 경우 유용하다.

크기는 260 x 208 x 280mm인데 일반적인 ATX 케이스와 비교하면 너비는 약간 넓고 높이는 절반 가까이 줄인 큐브 디자인이 특징이다.

CPU 쿨러 크기도 조립 시 중요한 미니 PC

참고로 조립하기 전에 CPU 쿨러 크기를 잘 알아둬야 한다. 일명 초코파이로 부르는 인텔 CPU 기본 쿨러는 높이가 50mm 미만이어서 문제 없는데 AMD 라이젠은 제품군에 따라서 기본 쿨러가 다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한다.

위 사진은 레이븐릿지의 기본 쿨러인 레이스 스텔스(Wraith Stealth)를 케이스에 장착한 모습인데 파워서플라이와 간격은 15mm 정도이다. 따라서 레이스 스파이어(Wraith Spire)나 레이스 맥스(Wraith Max)처럼 높이가 80mm인 쿨러는 호환 불가이다.

레이븐릿지/커피레이크 미니 PC 성능 비교

이제 라이젠 3 2200G와 코어 i3-8100 미니 PC의 성능을 비교해보겠다. 앞서 살펴본 쿨러마스터 ELITE 110A 케이스와 G750M 파워서플라이, DDR4-2144MHz 4GB 메모리 2개, 120GB SATA SSD(인텔 SSD 510, 삼성 840 EVO)로 PC를 조립하여 CPU와 메인보드 외에는 사양을 최대한 동일하게 맞췄다.

우선 PC의 종합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PCMark 10 벤치마크를 실시하였다. '이센셜스(Essentials)'는 프로그램 시작 성능과 웹 서핑 및 화상 회의 성능, '생산성(Productivity)'은 문서 작업 성능 확인용 생산성, 'DCC(Digital Content Creation)'는 사진과 영상 편집 및 렌더링 등 비주얼 작업, '게이밍(Gaming)'은 다이렉트X 11 기반 게임 성능을 측정한다.

각 항목 점수를 종합하여 비교하는 '익스텐디드 오버롤(Extended Overall)'을 보면 라이젠 3 2200G가 코어 i3-8100 PC보다 약 24.3% 높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다른 항목은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게이밍 점수 차이가 126% 정도나 되어서 종합 점수 격차가 벌어졌다.

두 번째로는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성능을 비교해보았다. 테스트는 1920x1080(Full HD) 해상도에서 게임을 실행하고 프랩스(Fraps) 유틸리티로 1분 동안 FPS(초당 프레임)를 측정하고 평균치를 산출한 방식이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침체된 PC 시장에 업그레이드 붐을 일으킨 게임답게 배틀그라운드는 그래픽카드 없는 두 PC로는 제대로 실행하기 버거웠다. 라이젠 3 2200G PC 성능이 코어 i3-8100 PC보다 2배 넘게 우수했지만 그래픽 품질을 최하로 설정해도 평균 20 FPS 정도여서 부족하다.

오버워치도 라이젠 3 2200G PC가 2배 정도 높은 성능인데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끊김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세 가지 게임 중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가장 낮아서 코어 i3-8100 PC로도 평균 100 FPS를 넘었으며 격차는 15% 정도로 감소했다.

따라서 게임 성능은 확실하게 레이븐릿지 미니 PC가 우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4K HEVC 10bit 비디오 하드웨어 가속 지원하는 레이븐릿지와 커피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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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PC는 전통적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 재생 성능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는 레이븐릿지와 커피레이크 모두 합격점이다. 4K 해상도 HEVC 10비트(bit) 동영상(400Mbps)을 팟플레이어로 재생(하드웨어 가속 모드)해보면 양쪽 모두 CPU 점유율이 15% 내외를 유지한다.

4K HEVC 10비트 동영상은 고화질을 높은 효율로 압축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프로세서를 사용해도 재생이 버거운 편이어서 근래에는 GPU를 이용한 하드웨어 가속이 대안으로 자리 잡았는데 레이븐릿지의 베가 GPU와 커피레이크의 HD 그래픽스 630은 그 기준을 충족한다.

소비전력 때문에 미니 PC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 점에서는 코어 i3-8100 PC가 유리하다. 윈도우 10 화면에 진입한 뒤 아무 작업도 하지 않은 유휴 상태(IDLE)와 4K HEVC 10비트 동영상 재생, 3DMark 파이어 스트라이크 스트레스 테스트 시 모두 라이젠 3 2200G PC의 소비전력이 더 많기 때문이다.

GPU 성능을 많이 사용하는 3DMark 벤치마크 실행 시에는 소비전력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데(약 34.5%) 그렇다고 해서 라이젠 3 2200G PC가 전력을 낭비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전력이 더 많기는 하지만 게임 실행 시 최대 2배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으므로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두 미니 PC의 온도를 측정하였다.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각 시스템은 PC 케이스에 조립하였고 CPU의 열기를 감지할 수 있는 통풍구에서 열화상 카메라(FLIR i5)로 실시간 온도를 쟀다.

PC 전원을 켜고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은 유휴 상태와 프라임95(Prime95) 유틸리티를 20분간 실행한 CPU 사용률 100% 상태에서 비교하였다.

라이젠 3 2200G 열화상 사진

코어 i3-8100 열화상 사진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측정한 결과 라이젠 3 2200G와 코어 i3-8100 PC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사진상으로는 유휴 상태에서 코어 i3-8100 PC의 온도가 2.5°C 높게 나왔지만 실시간으로 살펴보면 온도가 계속 변해서 실제 차이는 1~2°C 안팎이며 이는 CPU 사용률 100%일 때도 마찬가지이다.

PC 성능을 최대한 사용하는 상황에서도 양쪽 다 온도는 50°C 미만이어서 기본 쿨러로 원활한 쿨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게임 성능은 레이븐릿지, 저전력은 커피레이크 코어 i3

지금까지 라이젠 3 2200G와 코어 i3-8100으로 AMD 레이븐릿지, 인텔 커피레이크 미니 PC를 비교해보았다. 요약하면 CPU 성능은 서로 큰 차이가 없고 내장 GPU 게임 성능은 레이븐릿지, 소비전력은 커피레이크가 더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가격대는 4월 둘째 주 기준으로 CPU와 메인보드만 고려하면 레이븐릿지는 20만 원 초반대(라이젠 3 2200G + B350), 커피레이크는 20만 원 중반대(코어 i3-8100 + H370)여서 AMD가 다소 유리하므로 그 점도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참고사항이다.

일단 현시점에는 레이븐릿지가 내장 GPU를 사용하는 미니 PC용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게임을 배제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 재생만 원한다면 커피레이크가 더 경제적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구매 전에 자신이 중요시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알맞은 선택을 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