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치 상승과 코로나 사태로 급등한 그래픽카드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MSRP 100달러 중반 하던 그래픽카드가 40만원에 팔리고 있고 최신 기술이 모두 담긴 모델은 최소 100만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제 정신이면 절대 사기 힘든 가격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당장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고 현재 시장은 그런 수요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언젠가는 정상화 되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변화가 찾아오는 건 기대하기 힘들다.
그 나마 다행인건 엔비디아와 AMD 모두 세대 교체를 끝내지 않았다는 점인데 얼마 전 신 모델을 투입한 AMD에 이어 엔비디아도 RTX 시리즈의 막내 모델을 오늘부터 시장에 공급하게 만들었다. 이 모델이 시장 가격 안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게 된 건 사실이다.
오늘은 엔비디아가 새롭게 투입한 RTX 30 시리즈의 막내, 지포스 RTX 3050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상위 모델을 싸게,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
지포스 RTX 30 시리즈의 막내 모델로 투입된 3050은 200달러대로 투입되는 첫 번째 모델이다. 3050 이후 더 낮은 등급이 투입 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썬 가장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는 RTX 시리즈이며 그 가격이 249달러 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200달러대는 GTX 16 시리즈가 포진된 시장이기 때문인데 모든 모델이 그런 건 아니지만 RTX 3050이 249달러에 출시 됨으로써 이와 비슷한 가격대인 GTX 1660 Ti와 GTX 1660 SUPER, GTX 1660은 사실 상 판매율 하락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나마 가격이 젤 저렴한 GTX 1660은 30달러 차이가 있으니 영향이 좀 덜할 수도 있겠지만 GTX 1660 Ti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 없어 판매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소비자 입장에선 나쁜 것이 아니다. 비슷한 가격대로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하니 당연히 환영 받을 일이다. 일부에서 통수니 어쩌니 해도 가격은 낮추거나 같은 가격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걸 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엔비디아의 RTX 3050 투입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아주 잘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실제 사양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글을 이어가며 설명하겠다.
지포스 RTX 3050은 상위 모델인 RTX 3060과 동일한 GPU를 사용한다. 칩 자체는 동일하지만 내부 구성을 변경하고 일부 유닛을 제한한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변화된 부분을 짚어 보면 쿠다 코어를 구성하고 있는 SM이 28개에서 20개로 낮춰지며 3584개 였던 쿠다 코어도 2560개로 조절됐다. SM마다 할당된 텍스쳐 유닛도 그 만큼 줄어들어 80개만 사용하게 되었으며 메모리 버스와 연결되는 ROP도 32개만 사용한다. 메모리 버스는 192비트가 아닌 128비트를 사용한다.
상위 모델과 비교하면 아쉬운 사양이겠지만 GTX 1650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쿠다 코어가 많아진데다 18 RT-TFLOPS와 73 Tensor-TFLOPS를 처리할 수 있는 RT 코어와 텐서 코어까지 탑재하고 있어 레이트레이싱과 AI를 필요로 하는 최신 게임에선 성능 이상의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최신 고화질 TV에 사용되는 HDMI 2.1을 표준 출력으로 지원하고 있는데다 HEVC에 이어 표준 동영상 압축 코덱으로 떠오른 AV1 까지 자체 디코딩할 수 있어 그래픽카드를 필요로 하는 모든 조건에서 더 나은 선택을 보장한다.
경쟁사 처럼 PCI Express Lane을 제한한 것도 아니라서 구형 시스템에서 성능 저하가 발생할 일도 없고 앞으로 꼭 있어야 하는 AV1 디코더도 빼지 않았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단, 엔비디아가 도입한 LHR 모델이라서 채굴 성능은 기대보다 못할 수 있다. 어차피 채굴 시장에는 쓰지 말라는 제품이니 당연한 결과다.
ASUS ROG STRIX RTX 3050 8GB의 특징
지포스 RTX 3050의 출고가격은 249달러다. 이 가격대 제품으로 3팬 모델은 좀 과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어차피 제 값 보다 비싸다면 조건이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하기 마련이니 이 점을 노린 것도 전략이다.
ASUS가 설계하고 생산한 ROG STRIX RTX 3050 8GB는 사실 상 상위 모델과 동일한 기판과 쿨러를 사용한다. 리뷰용으로 대여 받은 제품이라 내부 구조까지 뜯어보진 않았지만 상위 모델인 ROG STRIX RTX 3060 8GB와 완벽하게 동일한 디자인으로 설계됐고 쿨러나 팬도 같은 부품을 사용한다.
어차피 GPU 자체도 동일하니 그 기판과 설계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메모리 버스 차이는 그 자리를 비워두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하니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 실제 기판 안쪽을 보면 빈 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쿨러 성능은 지포스 RTX 3060 뿐만 아니라 3060 Ti를 통해서도 검증된 모델이라 딱히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AXIAL-TECH 팬과 회전 방향을 역전 시긴 구조로 쿨링 성능과 소음을 좀 더 개선했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
어쨌거나 듀얼 팬이나 싱글 팬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 지포스 RTX 3050으로는 좀 과한 제품이지만 그 만큼 고품질 제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이만한 제품도 없는 건 사실이다.
모든 제품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엔비디아가 공개한 자료 상으로는 트리플 팬 구조의 지포스 RTX 3050은 ASUS ROG STRIX RTX 3050 8GB를 포함해 딱 두 가지 제품만 존재 했고 나머지 한 제품은 COLORFUL 제품였다.
테스트 시스템 및 조건
지포스 RTX 3050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인텔 12세대 코어 i7-12700K와 ASUS MAXIMUS Z690 APEX 메인보드 그리고 마이크론의 DDR5 4800 16GB x 2를 사용했다.
CPU와 메인보드 모두 오버클럭에 특화된 모델이라 좀 더 나은 프레임을 위해 오버클럭도 생각해 봤지만 평균적인 시스템 환경을 감안해 CPU와 메모리 오버클럭은 하지 않았다. 대신, E 코어는 비활성화해 일부 게임에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운영체제는 윈도우11이며 최신 패치를 모두 적용했다. 드라이버는 지포스 RTX 3050을 지원하는 비공개 버전(511.32)을 사용했고 AMD는 공개된 최신 버전을 사용했다.
참고로,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는 앞서 소개한 ASUS의 ROG STRIX RTX 3050 8GB이며 이 제품은 오버클럭이 되지 않은 레퍼런스 클럭으로 셋팅된 모델였다. 아마 실제 제품 출시 때에는 오버클럭 모델이 시장에 투입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포스 RTX 3050,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
지포스 RTX 3050의 성능은 위 차트에 그려진 그대로다.
상위 모델과는 생각보다 차이가 좀 큰 편이다. 내부 유닛 구성이나 메모리 버스 차이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주다 보니 예상 보다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나마 가격대가 비슷한 지포스 GTX 1660 보다는 프레임 차이가 꽤 있어 가격 차이 이상의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지포스 GTX 1660 Ti가 없어 비교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RT 코어나 텐서 코어를 뺀 기본 성능 만으로도 지포스 GTX 1660 Ti 정도는 가볍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포스 RTX 3050과 라데온 RX 6500 XT의 비교는 가격을 넘어선 성능 차이가 확인됐다. 성능만 보면 지포스 RTX 3050과 라데온 RX 6500 XT는 결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50달러 라는 가격 차이를 감안해도 말이다.
레이트레이싱이 적용 된 게임, 쓸만한가?
알다시피 레이트레이싱이 적용되면 최소 20~30% 정도 프레임이 하락한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그 정도 프레임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레이트레이싱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프레임을 보장 받아야 하는데 DLSS의 도움 없이 순수한 랜더링 성능만으로 지포스 RTX 3050의 레이트레이싱 효과는 1080p를 완벽하게 소화하긴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된다.
경쟁사 라데온 RX 6500 XT는 원래 구조적으로 무늬만 있는 레이트레이싱이나 마찬가지라서 저런 결과가 당연하지만 그래도 전담 유닛이 포함된 구조라서 기대가 좀 컸을텐데 좀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DLSS로 얻어지는 프레임 향상과 화질은?
레이트레이싱으로 떨어진 프레임을 복원할 최선의 방법은 DLSS를 사용하는 것이다. DLSS는 RTX 시리즈만의 고유 기능으로, 옵션에 따라 원본 보다 나은 화질을 제공할 만큼 뛰어난 품질과 프레임 상승 효과를 자랑한다.
지포스 RTX 3050도 텐서 코어가 내장된 RTX 시리즈인 만큼 DLSS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DLSS 없이는 평균 프레임이 63 FPS 였던 God of War가 품질과 밸런스, 성능, 울트라 성능 모드를 거쳐가며 최고 104 FPS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DLSS의 프레임이 증가는 화질 저하가 필연적이라서 가급적 DLSS 보다 원본 그대로 게임을 즐기는 것을 추천하지만 AMD의 FSR 만큼 그 차이가 심한 것은 아니라서 성능 모드까지는 큰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AMD FSR은 울트라 품질이 아닌 이상 눈에 띄는 화질 저하가 있어 실질적인 프레임 증가에 제한이 많다.
게임이 아닌 3D 랜더링, 실제 성능은?
요즘은 그래픽카드를 게임에만 사용하지 않는다.
각종 영상 편집이나 CG 작업에도 그래픽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최종 결과물을 랜더링 하는 작업에선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작업 시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정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성능 차이를 확인해 봤다.
작업에 사용한 툴은 블랜더다. 워낙 유명한 툴이니 따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한데 Classroom이라는 샘플을 사용해 장면 하나만 랜더링 할 경우 CPU와 GPU를 모두 활용하거나 GPU만 사용한 조건에 따라 위와 같은 작업 시간이 측정됐다.
결과를 보면 앞서 확인된 게임 성능과 차이가 크지 않지만 제품간 차이는 더 두드러졌다.
경쟁사의 라데온 RX 6500 XT는 CUDA가 아닌 HIP(Heterogeneous-computing Interface for Portability)이라는 API를 통해 처리되기 때문에 완벽하게 동일한 조건은 아니지만 그런 차이를 무시해도 될 정도로 심각하게 작업 시간이 길게 나타났다. 메모리 용량이 4GB 뿐이라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텐데 비교 테스트에 사용된 GTX 1650 Super도 4GB 모델였다.
지포스 RTX 3050, 오버클럭 마진은 충분한가?
지포스 RTX 3050의 기본 성능은 충분히 확인해 봤고 이제 오버클럭 마진을 알아볼 시간이다.
오버클럭은 GPU 개발사가 정한 클럭 이상으로 동작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 한계가 얼마인지는 제품에 따라 달라지고 이 또한 GPU 개발사가 얼마나 마진을 남겨 놨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요즘은 칩 자체에서 스스로 클럭을 조절하기에 예전 만큼 마진이 높은 편은 아닌데 그래도 기본 클럭이 낮은 모델이나 전력 소모가 적은 하위 라인업들은 여유가 좀 있는 편이었다.
지포스 RTX 3050은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자동 오버클럭 기능을 통해 +172Mhz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172Mhz는 적용 가능한 전체 클럭과 전압대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최고 클럭을 의미하는데 지포스 RTX 3050의 레퍼런스 클럭(부스트)이 1777Mhz니까 거의 10% 가까운 여유 클럭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찾아낸 클럭을 지포스 RTX 3050에 적용하면 부스트 클럭은 1866Mhz가 되고 베이스 클럭은 1641Mhz로 작동하게 된다.
클럭 증가분 만큼 프레임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결과는 얻어낼 수 있을텐데 필자의 예상대로 6084점 였던 3DMARK 타임스파이 GPU 점수가 6432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 정도면 게임에선 최소 5% 이상의 프레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200달러대 원탑,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50
이제 지포스 RTX 3050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지포스 RTX 3050의 성능은 비슷한 가격대의 GTX 16 시리즈를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지포스 GTX 1660 보다 30달러 비싸지만 성능 차이는 그 이상이고 20달러 차이인 지포스 GTX 1660 슈퍼와 비교해도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기본 성능이 아닌 레이트레이싱과 DLSS 기술까지 추가된 것을 감안하면 두말할 것 없이 선택은 지포스 RTX 3050이다.
AMD가 야심차게 준비한 라데온 RX 6500 XT도 비교 대상은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지포스 RTX 3050이 압도적으로 좋다. 라데온 RX 6500 XT가 50달러 더 저렴하지만 기본적인 성능만으로도 그 차이는 충분히 좁힐 수 있다.
의미 없는 레이트레이싱 성능이나 PCI Express x4 Lane, AV1 디코더 제외 등 라데온 RX 6500 XT에서 빠지거나 불리한 부분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지포스 RTX 3050 쪽으로 손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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