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입니다. 2023년 계획표의 3을 4로 바꾸기엔 아직 이르다는 죄책감을 피할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깔끔하게 클리어하기엔 진작에 글러먹었음을 체감하는 시기죠. 곳곳에선 2023년이 이제 다 끝난 것마냥 정규방송을 휴방하고 시상식을 열어 (자기네 방송 위주로 열심히 활동한 사람에게) 올해의 뭐뭐뭐라는 감투를 씌워 주느라 바쁜데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저도 하나 뽑기로 했습니다. 고티는 GOTY인데 게임 오브 더 이어가 아니라 게이밍 CPU 오브 더 이어, 올해의 게이밍 CPU 되겠습니다.
올해의 게이밍 CPU를 뽑기 전에 그 후보부터 뽑아야겠지요. 별거 없습니다. 단순히 올해의 게이밍 CPU라고 하면 여러 후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올해의 가성비 게이밍 CPU, 올해의 전성비 게이밍 CPU 같은 식으로 나간다면 따져볼 게 매우 복잡해지고요. 하지만 가격 빼고 전력 빼고 오로지 성능만으로 평가한다면 그 후보는 2개 뿐입니다. 인텔과 AMD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걸로 하나씩 고르면 되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두 회사의 플래그쉽 모델인 코어 i9-14900K와 라이젠 9 7950X3D입니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제각각 다릅니다. 인텔은 재탕이라 설명이 필요 없고요. AMD는 이미 증명을 해서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코어 i9-14900K는 인텔의 최신 아키텍처인 랩터레이크 리프레시를 썼지만 본질적으로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랩터레이크와 같습니다. 이 아래 모델인 코어 i7-1700K는 덩치 크고 전기 많이 먹는 P 코어 대신 E 코어라도 몇 개 더해서 멀티스레드 성능을 높였는데 코어 i9-14900K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코어 구성이 전작인 코어 i9-13900K와 완전히 같기에 요리보고 저리봐도 재탕이란 소리를 피할 수가 없는 물건입니다.
라이젠 9 7950X3D는 AMD의 젠4 아키텍처 기반에 대용량의 3D V 캐시를 적층해 게임 성능을 높인 모델입니다. 원래대로라면 3D V 캐시가 어쩌고 젠4 아키텍처가 저쩌고 같은 설명을 해야 겠지만, 컴퓨터 좀 써본 사람들이라면 AMD 라이젠 3D 모델이 최고의 게이밍 CPU라는 걸 다들 알고 있습니다. 사실 그걸 몰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면 라이젠 7000X3D 모델 중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인 라이젠 7 7800X3D가 인텔의 최신 플래그쉽인 코어 i9-14900K보다 게임 성능이 더 좋다는 건 이미 증명이 됐고요. https://gigglehd.com/gg/15039643 그 상위 모델이라면 라이젠 9 7950X3D라면 당연히 더 높은 성능을 내겠죠.
다들 뻔히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테스트 결과는 보셔야 되겠죠? 했던 테스트 또 한다는 말을 피하기 위해서 기존 테스트에 변화를 좀 주었습니다. 지난번 테스트는 지포스 RTX 4090으로 진행했는데요. 지포스를 한 번 썼으면 이번에는 라데온이 나와야겠죠. 그래서 라데온의 플래그쉽 모델인 라데온 RX 7900 XTX를 썼습니다. 또 2023년에 새로 나온 게임들을 꾸준히 추가해서 테스트 항목이 좀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는 한결같습니다. 모든 게임에서 라이젠 9 7950X3D가 코어 i9-14900K보다 앞서는 건 아닌데요. 대부분의 게임에서 좋게 나오는 건 맞고요. 인텔이 앞서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그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거기에 전력 사용량을 추가하면 두 플랫폼 사이의 격차는 훨씬 더 크게 벌어집니다. 플래그쉽 CPU에 플래그쉽 그래픽카드 조합에 인텔이 끼어 들어간다면 아무리 못해도 850W 파워가 필요합니다. AMD는 650W로 되는데 말이죠.
인텔
CPU: 코어 i9-14900K https://gigglehd.com/gg/15039643
메인보드: MSI MPG Z790 엣지 TI 맥스 WIFI
파워: MSI MPG A1000G PCIE5 80PLUS GOLD https://gigglehd.com/gg/13458212
AMD
CPU: 라이젠 9 7950X3D https://gigglehd.com/gg/13828916
메인보드: MSI MPG X670E 카본 WiFi https://gigglehd.com/gg/14908890
파워: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https://gigglehd.com/gg/13318499
공통 스펙
쿨러: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https://gigglehd.com/gg/11407122
메모리: DDR5-6000 32GB 듀얼채널
윈도우 설치용 NVMe M.2 512GB, 게임 설치용 SATA 6Gbps 2TB
그래픽카드: SAPPHIRE 라데온 RX 7900 XTX NITRO+ Vapor-X OC D6 24GB
드라이버: 아드레날린 에디션 23.12.1
운영체제: 윈도우 11 22H2
아토믹 하트
호그와트 레거시
발더스 게이트 3
바이오해저드 RE4
컴패니 오브 히어로즈
사이버펑크 2077
더트 5
F1 22
포스포큰
호라이즌 제로 던
P의 거짓
배틀그라운드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스타필드
토탈 워: 워해머 3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레드 데드 리뎀션 2
시스템 전체 전력 사용량
누군지 이름은 까먹었지만 하여간 어떤 유명 연예인이 그러더라고요. 연말 시상식에서 하나 타고 싶다면 3분기에 바짝 뛰어라, 1, 2분기에 히트쳐봤자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CPU는 기억에 남고 자시고 할 게 없습니다. 1년마다 한번씩 새 제품이 꼬박꼬박 나오니까요. 그래도 늦게 나온 게 더 유리하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왜냐면 늦게 나온 만큼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해 개선할 시간을 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텔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그런 정석에서 비켜난 존재입니다. 자잘하게 손을 대긴 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새 아키텍처가 아닌 재탕이거든요. 그것도 경쟁 상대인 라이젠 7000X3D가 1분기라는 이른 시기에 나온데 비해,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더 늦은 3분기에 나왔지만 그 실체는 재탕이라 그닥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클럭을 올려 전작보다 성능은 좀 더 나아졌을지 몰라도 여전히 경쟁 상대보다 게임 성능은 낮고, 전력 사용량은 많습니다. 그래서 2023년 올해의 게이밍 CPU는 코어 i9-14900K가 아니라, 모두들 예상했던 대로 라이젠 9 7950X3D를 꼽고자 합니다.
가장 위에서 방송사 연말 시상식이 (자기네 방송 위주로 열심히 활동한 사람에게) 올해의 뭐뭐뭐라는 감투를 씌워 주는 행위라고 했습니다. 이 2023 Gaming CPU of the year도 마찬가지 이유로 올라온 글 아니냐고, 라이젠 9 7950X3D를 꼽은 것도 AMD를 띄워주기 위한 거 아니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쩌라고요? 라이젠 9 7950X3D의 게임 성능이 코어 i9-14900K보다 높고, 전력 사용량은 훨씬 더 낮다는 증거는 반구대 암각화도 아니고 벤치마크로 증명된 사실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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