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절대 다수의 게이머가 Full HD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현 세대 메인스트림 그래픽 카드는 Full HD에서 멈추기에는 성능이 너무 넘쳐난다. 게다가 4K 해상도 모니터 가격도 20만원 대까지 떨어진터라, 4K 모니터서 Full HD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양측의 해상도가 어긋나면서 흐릿해 보이기 때문에 게임 경험이 썩 좋지 못하다.
QHD 게이머 증가세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이런 점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오늘날 메인스트림 급 그래픽 카드는 여전히 Full HD 해상도를 타겟팅 하고 있음에도 사실상 QHD 플레이에 지장이 없다.
이런 추세는 당연히 QHD용 그래픽 카드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그만큼 양사의 눈치 싸움이 치열한 분야기도 하다. 당장 엔비디아만해도 지포스 RTX 4070의 가격을 인하하면서 RTX 4070 Super를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같이 출시된 RTX 4070 Ti Super는 기존 제품을 단종 시키고 같은 가격으로 런칭하면서 말이다.
아무튼, 엔비디아가 선공을 때렸으니 AMD도 반격할 차례. 지난해 DIY 시장용으로는 중국 한정 출시한 라데온 RX 7900 GRE의 글로벌 런칭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 런칭 당시보다 공식 가격 인하 카드까지 더해서 말이다.
덕분에 올해 QHD 게임용 그래픽 카드 시장은 공식 가격 599달러의 지포스 RTX 4070 Super와 549달러의 라데온 RX 7900 GRE의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QHD 게이머들을 노린 AMD와 엔비디아 양사의 신규 카드 대결을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테스트해보자.
라데온 RX 7900 GRE, 가격 인하 동반된 비장의 카드
라데온 RX 7900 GRE는 레퍼런스없이 제조사들의 커스텀 디자인 제품만 시장에 출시되었고, 현재 출시된 제품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팩토리 오버클럭이 적용되었다. 때문에 레퍼런스 클럭 기준의 성능을 점검하는 것은 기준 성능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그래픽 카드 부스트 클럭 시스템 특성과 실제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이 기본 오버클럭된 상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따라서 이번 기사에서 샘플로 채택된 XFX 라데온 RX 7900 GRE 역시 팩토리 오버클럭 되었지만 레퍼런스 클럭에 맞추지 않고 그대로 테스트에 사용하였다.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라데온 RX 7900 GRE의 스펙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
제품은 이름 그대로 라데온 RX 7900 시리즈에 쓰인 칩렛 구조의 Navi31 코어에 기반하며, 스트림 프로세서만 보면 라데온 RX 7900 XT의 약 95% 수준이다. 단지, 동작 클럭과 ROP, 시스템 메모리 등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요소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정도의 성능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RX 7900 XT에 근접한 스펙인데다 런칭 시점이나 글로벌 출시 시기의 MSRP를 볼 때 높은 가성비가 기대되는 만큼, AMD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모델이다.
테스트는 인텔 코어 i9-14900K 기반 시스템에서 진행되었다. 테스트 시점에서 라데온 RX 7900 GRE와 지포스 RTX 4070 Super FE 모두 최신 버전의 드라이버를 사용하였고, 언제나처럼 각 게임의 그래픽 옵션은 최고품질 프리셋을 적용했다.
RX 7900 GRE vs RTX 4070 Super 기본기 대결, 3DMark 테스트
먼저, 그래픽 카드 성능 확인 단계의 기본기로 잡은 3DMark를 이용한 테스트 결과를 정리했다. 흔히 깡성능으로 불리는 타임 스파이와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에서의 GPU 성능은 모두 라데온 RX 7900 GRE가 좋게 나왔다.
그리고 레이트레이싱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구현한 라데온 RX 7900 GRE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은 RTX 4070 Super 보다 좋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음으로 게임을 위한 그래픽 카드의 소모값. 소비전력(전체 시스템 기준)과 GPU 온도를 측정했다. 테스트에 쓰인 라데온 RX 7900 GRE는 제조사 커스텀 모델이며, 테스트는 3DMark Time Spy Stress Test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게임, 옵션, 랜더링, AI 등 워크로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기 바란다.
전체 시스템 전력 기준으로 측정하긴 했지만, 동일한 시스템에서 그래픽 카드면 바꾼 상태로 측정한 만큼 실제 그래픽 카드의 소비전력 차이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에 따르면 라데온 RX 7900 GRE의 소비전력이 스펙상 차이(40W)보다 좀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테스트에 쓰인 제품이 팩토리 오버클럭 모델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전력에 비래하는 특성인 발열은 커스텀 쿨링 솔루션의 영향으로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어서 실제 게임 성능은 어떤지도 알아보자.
라데온 RX 7900 GRE vs 지포스 RTX 4070 Super 실전 성능
먼저 레이 트레이싱과 업스케일링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일반적인 게임 성능을 비교했다. P의 거짓과 스타필드, 엘런웨이크2, 사이버펑크 2077, 포르자 호라이즌 5 등 테스트 게임 10개 중 8개에서 라데온 RX 7900 GRE의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팩토리 오버클럭 모델인 만큼 레퍼런스 클럭 모델이 나온다면 그 차이는 줄어둘 수 있겠지만, 공식 가격(MSRP)를 감안하면 이 경우에도 가성비면에서의 우세는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서 확인한 레이 트레이싱 옵션(최고)을 적용했을 때의 게임 성능이다. 라데온 RX 7000 시리즈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구현되는 만큼, 완전히 하드웨어 가속 방식이 쓰인 지포스 RTX 4070 Super의 성능이 더 좋게 나왔다.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을 제외하면, RTX 4070 Super 대비 RX 7900 GRE의 성능 비율이 대략 80% 중후반 이상이며,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같은 일부 게임은 90% 중후반 대로 거의 동급 성능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라데온 RX 7900 GRE의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납득할만한 성능 차이로 평가할 수 있다.
레이 트레이싱은 성능 저하가 큰 옵션이라, 해당 옵션을 지원하는 게임은 업스케일링 기술도 동시 지원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 테스트한 레이 트레이싱 지원 타이틀도 모두 업스케일링 기술을 지원하며, 업스케일링 옵션은 '품질'을 적용했다.
참고로 메트로 엑소더스 EE는 엔비디아 DLSS만 지원하기에, RX 7900 GRE와 비교하는 이번 테스트에서는 제외했고, 셰도우 오브 더 툼 레이더는 AMD FSR는 지원하지 않지만 인텔 XeSS를 지원하기에 RX 7900 GRE는 XeSS(품질)를 적용해 테스트했다.
역시 기본이 되는 레이 트레이싱 성능 차이로 인해, 업스케일 기술로 보완했음에도 라데온 RX 7900 GRE의 성능이 지포스 RTX 4070 Super보다 아쉽게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절대 성능을 보면 라데온 RX 7900 GRE도 플레이에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이버펑크 2077도 시스템 요구 사양 권장 성능인 30FPS을 기록했고, 앨런웨이크2도 평균 40프레임에 가까운 성능을 발휘한다.
라데온 RX 7900 GRE, QHD 게이머의 새로운 키 아이템?
최대 PC 게임 플랫폼의 올 2월 하드웨어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Full HD 사용자가 절대 다수이지만, 다른 해상도는 모두 줄어든 가운데 QHD 해상도를 즐기는 게이머들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 서두에 이야기한 것 같이 현재 메인스트림급 그래픽 카드의 성능 향상 및 고해상도 모니터의 가격이 대중화되면서, 모니터와 게임 해상도의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QHD 쪽으로 게이머들이 이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AMD는 지포스 RTX 4070 Super 저격을 위해 무려 중국 DIY 시정 출시 당시와 비교해 라데온 RX 7900 GRE의 가격을 100달러나 인하해 글로벌 출시를 단행했고, 덕분에 지포스 RTX 4070 Super보다 공식 가격(MSRP)이 50달러 낮게 책정되었다.
이번에 새로 글로벌 출시된 라데온 RX 7900 GRE는 이처럼 게이머들이 옮겨가는 QHD 시장을 겨냥한 지포스 RTX 4070 Super 저격을 위해 나온 모델이다. 절대적이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이번 테스트 결과를 보면 기본 성능은 대체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아쉽긴 하지만 2세대로 업그레이된 광선 가속기(RA)와 아키텍처 개선 덕에 라데온 RX 6000 시리즈 때처럼 극단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업스케일링 기술을 조합하면 레이 트레이싱 게임도 부족함없이 즐길 수준의 성능을 내준다.
따라서 시장가격만 적절히 형성된다면,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QHD 게임 환경을 고민 중인 게이머에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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