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데온 RX 7900 GRE는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됐던 그래픽카드입니다. 우선 출시 전에 이름이 소문으로 돌았을 때는 'GRE가 도대체 무슨 의미냐'는 반응이 가장 먼저 나왔고요. 기억을 가다듬어 라데온 RX 6750 GRE를 떠올린 사람들은 '그럼 또 중국에만 출시된다는 것인가'라고 수근거렸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면서 '왜 이런 건 중국 시장에만 나오냐'라는 말이 나오게 됐지요. 과거형인 이유는 나중에 글로벌 시장에도 출시가 됐기 때문입니다. 중국보다는 좀 늦긴 했지만요. 이런 논란이 있었던 것도 다 기대가 커서 그랬던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가격 대 성능도 그렇고, 가장 저렴하게 7900 시리즈를 쓸 수 있다는 상징성도 있고요. 라데온 RX 7900 GRE라는 제품이 별 매력이 없었다면 오히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고 금방 묻혀버렸겠지요.
중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지만 넘어가고요. 어찌됐건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여러 시장에 출시됐으니 더 이상의 이야기거리는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알고보니 이 그래픽카드의 메모리 오버클럭에 제한이 걸려 있는 실수가 있었고, 3월 말에 출시된 최신 드라이버에서 이 문제가 해결됐거든요. 앞서 화제가 됐던 다른 소식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이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오버클럭은 하는 사람만 하는 고오급 기술이니, 이걸 보편적인 사용 방법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선 안되겠지요. 하지만 라데온 RX 7900 GRE의 메모리 오버클럭은 매우 쉬우며, 이로 인한 성능 상승폭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간단한지 스크린샷 한 장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우선 AMD 그래픽 드라이버의 성능 탭에서 튜닝을 선택합니다. 말 그대로 성능을 튜닝하겠다는 소리죠. 그 다음에는 그래픽카드를 대상으로 지정해야 하는데요. GPU 부분을 열어서 수동 튜닝을 '사용자 정의'로 고르면 됩니다. 그럼 아래 세부 항목이 열리는데 GPU를 오버클럭하고 전압을 낮추면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 사용량은 줄겠지만지만 거기까지 탐구하는 건 이 글의 몫이 아닙니다. 여기에선 비디오 메모리 오버클럭에만 집중할 거니까요.
GPU 튜닝 항목에서 'VRAM 튜닝'을 활성화하고 '고급 제어'도 켜면 메모리 클럭을 조절할 수 있는데요. 경험담에 따르면 2650MHz까지도 오버클럭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오는데요. 여기선 여유롭게 2600MHz으로 설정했습니다. 호기롭게 2640MHz나 2650MHz로 하니 게임 자체는 정상 작동하는데 아주 가끔 해상도를 바꿀 때 꺼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오버클럭 상한선은 그래픽카드와 거기에 장착된 메모리 칩에 따라서 달라지니, 얼마까지 보장한다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시중에 출시된 라데온 RX 7900 GRE는 기본적으로 2500MHz까지 작동 가능한 메모리 칩을 사용하고 있기에, 2500MHz는 큰 문제 없이 설정 가능하리라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본적으로 설정된 클럭이 너무 낮은 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여기에선 클럭이 오르면 전기도 더 먹을 거란 단순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오른쪽의 전원 튜닝도 활성화해서 전력 제한을 더 높게 설정했습니다. 또 실제 사용에 들어가기 전에 AMD 소프트웨어 최상단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누르면 간단한 안정성 테스트를 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 중에 화면이 꺼지거나 시스템이 멈추는 등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면 바로 리셋해서 한숨 돌리고, 오버클럭 값을 낮춰가며 재시도하면 됩니다. 또 내장 테스트만으로 멈추지 말고, 주로 사용하는 조건과 게임에서 안정성 테스트를 해 보기를 권장합니다. 내장 테스트를 통과하면 안정성에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확인은 확실하게 하는 게 낫겠죠?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는 국내에 출시 중엔 라데온 RX 7900 GRE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 784,990원을 자랑하는 SAPPHIRE 라데온 RX 7900 GRE PULSE D6 16GB입니다.
가장 싸다고는 해도 2.5슬롯의 두께에 3개의 쿨링팬이 달려 있으니 쿨러 성능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서 백플레이트는 기본이지요.
그리고 DP 3개, HDMI 1개 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그래픽카드와 달리, DP 포트 2개와 HDMI 포트 2개를 구성한다는 점도 이 모델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비교용으로는 지포스 RTX 4070 슈퍼를 사용했습니다. 이것도 지포스 RTX 4070 슈퍼 중에서는 유독 저렴한 85만 원 짜리 모델인데요. 그래도 가격은 라데온 RX 7900 GRE가 여전히 더 쌉니다. AMD 라데온 RX 7900 GRE는 원래 지포스 RTX 4070과 비슷한 가격에 출시됐지만, 성능으로 보나 글로벌 출시 시기로 보나 자연스럽게 지포스 RTX 4070 슈퍼와 엮이게 됐는데요. 기존 테스트에서 라데온 RX 7900 GRE는 지포스 RTX 4070 슈퍼와 동급의 비슷한 성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메모리 오버클럭을 더한 라데온 RX 7900 GRE는 지포스 RTX 4070 슈퍼보다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해도 되겠죠.
그래서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 조합은 이렇게 3개입니다. 지포스 RTX 4070 슈퍼, 라데온 RX 7900 GRE, 메모리 클럭을 2600MHz로 오버클럭한 라데온 RX 7900 GRE. 드라이버는 3종 모두 2024년 4월 17일 기준으로 최신 버전을 사용했습니다.
라데온 RX 7900 GRE PULSE D6 16GB
지포스 RTX 4070 SUPER STORM X Dual OC D6X 12GB
테스트 환경입니다.
CPU: AMD 라이젠 7 7800X3D
메인보드: MSI MPG X670E CARBON WiFi
메모리: DDR5-6400 32GB 듀얼채널
파워: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쿨러: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삼성 970 EVO 512GB(운영체제 설치용)
마이크론 MX500 2TB SSD(게임 설치용)
윈도우 11 23H2
3D마크 타임 스파이
3D마크 타임 스파이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익스트림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
3D마크 스피드웨이, 포트 로얄
아토믹 하트
호그와트 레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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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해저드 RE4
사이버펑크 2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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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P의 거짓
쉐도우 오브 더 툼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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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레드 데드 리뎀션 2
라데온 RX 7900 GRE의 GPU 클럭에는 손을 대지 않고 메모리 클럭만 올렸을 뿐인데, 평균 게임 프레임의 상승 폭이 적지 않습니다. 오버클럭에 자신이 있다면 GPU 오버클럭까지 병행해 더 높은 성능을 쓸 수 있겠으나, 메모리 오버클럭만으로도 지포스 RTX 4070 슈퍼와 동급이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내기에는 충분합니다. 라데온 RX 7900 GRE가 지포스 RTX 4070 슈퍼보다 더 저렴한 그래픽카드라는 걸 감안하면, 메모리 오버클럭을 더해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도 평가됩니다.
라데온 RX 7900 GRE는 라데온 RX 7900 XT에서 코어 수, GPU 클럭, 메모리 클럭을 낮춘 모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GPU 칩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똑같은 나비31이라는 코드네임을 쓰지만 라데온 RX 7900 GRE의 구성이 더욱 간략해졌거든요. 하지만 사용하는 메모리 칩의 스펙은 같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라데온 RX 7900 GRE와 라데온 RX 7900 XT는 모두 2500MHz으로 작동을 보장하는 메모리 칩이 달려 있거든요. 다만 라데온 RX 7900 XT는 설계 스펙 그대로 2500MHz로 설정되어 출시된 반면, 라데온 RX 7900 GRE는 그보다 꽤 낮은 2250MHz로 설정됐습니다. 그래서 라데온 RX 7900 GRE의 메모리 오버클럭은 '오버' 클럭이라기보다는 원래 작동해야 할 클럭대로 설정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그래서 오버클럭하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안정성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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