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의 DLC인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6월 21일에 나옵니다. 본편이 나올 때도 엘든링이라는 단어 한 마디로 발작을 일으키는 재의 귀인들이 수두룩하더니, 그 DLC도 광기에 쩔어 있는 빛바랜 자들이 줄지어 서 있네요. DLC를 기다리다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나머지 24시간마다 머리를 열심히 때려 기억이 지워지면 하루만에 DLC가 나온다는 밈도 유행하고요. 원래는 그 밈을 좀 써먹어 보려고 했는데 글을 준비하다보니 정말 엘든링 DLC 출시 하루 전에나 올리게 됐습니다.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냐고요? 진짜 하루만 기다리면 DLC가 나와요! 이제와서 뭔가를 준비하기엔 늦은 것 같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겠지요?
출시 전에 미리 결제하고 사전 다운로드까지 마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고요. 게임을 플레이할 시스템도 준비해 둬야죠. 엘든링처럼 극한의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일수록 장비빨이 중요하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피지컬적인 능력이 더 중요하겠지만, 그게 뭐 하루 이틀 사이에 느는 것도 아니거니와 엘든링 DLC를 기다리고 있던 자들은 본편을 이미 몇 번씩 클리어하면서 단련을 했을테니 거기서 더 늘어나기도 쉽지 않을테니까요. 물론 프롬 소프트는 순순히 클리어하도록 두진 않겠지만요.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장비빨을 세워줄 하드웨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내려는 건데요. 손에 익은 키보드 마우스 게임 패드는 당연히 다들 갖고 있을테고, 콘솔 게임기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라는 게 없으니 그렇다면 컴퓨터 기준으로는 부품 업그레이드가 남는군요.
지금 엘든링을 위해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말이냐며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신 분들이 꽤 있을 거라는 거 잘 압니다. 엘든링이 처음 나왔을 때는 최적화도 부족했고 요구 스펙도 높은 편이었지만 그것도 2년 전 일이고요. 지금은 엘든링이 요구하는 코어 i7-8700K와 라이젠 5 3600X, 지포스 RTX 1070과 라데온 RX 베가 56이라는 스펙을 맞추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요. 무엇보다 엘든링은 수직 동기화가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게임이기에, 아무리 좋은 그래픽카드를 꽂아도 초지일관 60프레임의 게임 화면을 보여 줍니다. 모드를 설치해서 이 제한을 푸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모드를 설치하면 버그가 늘어나고 업데이트가 안되고 온라인 접속도 안되고 최악의 경우 스팀 계정까지 밴 당한다는 괴담도 있다보니 선뜻 손이 가질 않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모드를 설치하지 않아도 프레임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죠. 바로 AMD의 플루이드 모션 프레임, 줄여서 AFMF입니다. 엘든링은 몹시 불친절한 게임이라 게임도 어렵고 기괴한 번역투로 글을 옮겼을 뿐더러 기술적으로는 초해상이나 프레임 생성 같은 편의 기능들을 지원하지도 않지만, 그런 건 라데온 그래픽카드 사용자들이 알 바가 아닙니다. 드라이버 레벨에서 AFMF를 적용해서 강제로 프레임 생성 기능을 활성화하면 게임 프레임이 120fps로 뻥튀기되거든요. 완벽한 무제한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60프레임이 나오던 게임이 120프레임만 되도 체감하는 효과는 확 달라지지요. 60fps라면 일반 모니터 수준인데 120fps 쯤 되면 게이밍 모니터의 제 성능을 상당 부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AFMF를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라데온 드라이버의 게임 설정에서 AMD Fluid Motion Frames를 켜면 됩니다. 그럼 레이턴시를 줄여주는 라데온 지연 방지 기능과 AFMF가 함께 활성화됩니다.
테스트 환경입니다.
CPU: AMD 라이젠 9 7900X
메인보드: MSI MPG X670E CARBON WiFi
메모리: DDR5-6400 32GB 듀얼채널
파워: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쿨러: MSI MEG 코어리퀴드 S360
삼성 970 EVO 512GB(운영체제 설치용)
마이크론 MX500 2TB SSD(게임 설치용)
윈도우 11 23H2
테스트에 사용한 그래픽카드입니다.
NVIDIA는 메인스트림에서 하이엔드 사이에서 3개를 골랐습니다. 지포스 RTX 4060는 39만 원부터, 지포스 RTX 4060 Ti는 51만 원부터, 지포스 RTX 4070 슈퍼는 85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AMD는 신형인 라데온 RX 7000 시리즈와 한 세대 전인 라데온 RX 6000 시리즈를 섞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경쟁 상대보다 가격대가 낮은 모델들을 넣기 위해서인데요. 라데온 RX 7600은 35만 원부터, 라데온 RX 6800은 49만 원부터, 라데온 RX 7900 GRE는 7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다들 동급의 지포스보다 몇 만원씩 저렴합니다.
엘든링 1920x1080 해상도
엘든링 2560x1440 해상도
엘든링 3840x2160 해상도
1920x1080이나 2560x1440에서는 어떤 그래픽카드던 60프레임이 나오고요. 4K 해상도에서는 NVIDIA와 AMD의 보급형 카드들이 모두 50프레임 가까운 평균 프레임을 기록하면서 살짝 버거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다른 카드들은 모두 60프레임을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AFMF를 켰을 때의 성능입니다. 엘든링에 걸린 60프레임의 제한을 넘어서 120프레임의 화면을 볼 수 있거든요. 라데온의 보급형인 RX 7600도 풀HD는 물론, 2560x1440 해상도에서 120fps를 유지하며 4K 해상도에서도 60fps를 넘겨 체급 이상의 프레임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엘든링이나 내일 나올 그 DLC, 황금 나무의 그림자처럼 게임 레벨에서 수직 동기화를 강제하고 프레임 제한이 걸렸다면, AFMF를 지원하는 라데온 RX 6000, 7000 시리즈 그래픽카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드 설치같은 위험 부담 없이 안전하게 체감 프레임을 60fps의 두 배인 120fps로 늘릴 수 있거든요.
그럼 프레임 제한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엘든링 말고,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제약 없이 발휘하며 NVIDIA와 AMD 양대 진영의 초해상과 프레임 생성 기술을 모두 지원하는 게임에이라면 어떨까요? 여기에 딱 맞는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디렉터스 컷은 2024년 5월에 PC로 출시된 신작이고요. 그래픽에 많은 신경을 쓴 신작 게임답게 AMD FSR과 NVIDIA DLSS 초해상 기술은 물론이고, 그 최신 버전에서 제공하는 프레임 생성 기능을 모두 지원합니다. 이런 게임이라면 특정 회사 기술은 지원하지 않아 불공평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겠지요. 또 게임 그래픽 기술적으로도 앞서 나갈 뿐만 아니라 게임 그 자체도 우수한 평가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해 대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디스플레이 옵션에서 업스케일 기능과 프레임 생성 기능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포스와 라데온 모두 여기에서 옵션을 설정해서 테스트했습니다. 라데온은 FSR, 지포스는 DLSS를 선택했습니다.
1920x1080
1920x1080, DLSS/FSR 업스케일
1920x1080, 프레임 생성
2560x1440
2560x1440, DLSS/FSR 업스케일
2560x1440, 프레임 생성
3840x2160
3840x2160, DLSS/FSR 업스케일
3840x2160, 프레임 생성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는 업스케일링이나 프레임 생성을 켜지 않은 순수한 성능에서도 라데온 그래픽카드들이 지포스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업스케일이나 프레임 생성을 켜도 그 우세는 변하지 않으며, 조건에 따라서는 더욱 격차를 벌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사용한 라데온 그래픽카드들이 NVIDIA의 경쟁 모델들보다 몇 만원씩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가성비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처럼 콘솔 게임기로 먼저 출시되고 나중에 PC로 이식한 게임의 경우, 콘솔 게임기와 아키텍처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라데온의 성능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성능이야 개발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지 않을까요? 그것 역시 장점이자 실력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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