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완성형,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겸한다.
RGB 효과 하나 없는데, 디자인 때문에 눈부셔
공기청정기라고 우겨도 이상하지 않은 케이스 등장
어느 날 아침, 잠을 자던 프렉탈 케이스가 신기한 꿈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났을 때,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귀여운 스피커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이번 케이스 리뷰는 이렇게 소개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프렉탈의 이번 시도가 신선했던 것이다. 그냥 변신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좀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메타모르포제. 어쩌면 프렉탈 디자인은 단순히 새로운 케이스 디자인을 선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변형에 의한 주제의 성격적 변화를 목적으로 했을 수도 있겠다. PC 케이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의 탈출.
▲ 백이면 백, 전혀 PC 스럽지 않은 PC 케이스라고 평할 수 있는 제품이다. PC 조립하고 공기청정기라고 거실에 놔둬도~ 절대 의심받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사는 유부남에게 최적화 된 완벽한 케이스 제품이다.
생각해보자. PC케이스는 언제까지나 PC케이스다워야 하는가? '잘 나왔다' '예쁘다'라는 칭찬조차 기존 PC 케이스 디자인을 기준으로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렇다면 아예 그 범위에서 벗어난다면? PC 케이스가 아니고 어디 이케아에서 볼 법한 디자인을 가져온다면?
사실 그런 시도는 몇 번 있었다. 하지만 파장을 일으키기에는 파워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Fractal Design Mood(프랙탈디자인 무드)는 그런 시도의 완성판이다. 멀리서 보면 PC 케이스인지 모른다. 잘 모르는 사람은 가까이서 봐도 모른다. 그런 멋진 케이스다. 사실, 기자도 공기청정기인 줄 알았다.
◆ 프렉탈디자인 무드
대응 규격: Mini-ITX
사이즈/중량: L212 x W212 x H453 / 5.9kg
호환성: VGA 최대 325mm, 쿨러 높이 최대 114mm (수랭 쿨러 280mm)
상단 팬: 180mm x1
전면 인터페이스: USB 3.2 Gen2x2 Type-C x1, USB 3.0 Type-A x2, 헤드셋 오디오 콤보 잭
판매/유통: 서린씨앤아이
# 일반적인 PC 케이스의 굴레 탈피
프렉탈 디자인 무드(이하 무드)는 SFF 규격 PC 케이스다. 그리고 현존 PC 케이스 중 가장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췄다. 첫 인상이 참 강렬했고, 예쁜 디자인의 스피커라 생각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필자와 같이 공기청정기와도 닮았다는 의견 말이다.
그런 오해 아닌 오해를 산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아무데나 갖다 놔도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거실에 두면? 어울린다. 안방에 두면? 어울린다. 침대 옆에 두면? 어울린다. 무서운 적응력이다. 원래 얼굴이 잘 생기면 어떤 옷을 입혀도 다 소화한다고 하지 않는가. 원빈이 어느 장소에 있던 무조건 빛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서 무드는 공간 절약에 최적화됐다. 기둥 형태다. 곧추 서 있으니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또한, 그 상태에서 겉면에 패브릭을 둘렀다. 패브릭 디자인은 감성적이라 일상에 잘 녹아드는 것이다. 카멜레온인가? 그런 것 같다.
그리고 패브릭은 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설계됐는데, 의자가 아닌 이상 패브릭 내구성에 딱히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통기성 원단이라 공기 흡입도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개인적인 욕심에서는 교체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기분에 따라 때론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으로 교체하는 생각이랄까!
마감 처리도 프렉탈디자인답게 깔끔하다. 나사 구멍?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철저하게 디자인을 강조해 화려함을 손상시키지 않았다. 플라스틱 상판은 반유광이라 하단과 대비되어 투톤으로 더 멋지다.
신경 쓰지 않으면 전혀 모를 법하도록 제품 전면부 하단에 I/O 포트를 배치했다. 여기에는 USB Type-C Gen2x2가 포함된다. 전송 속도가 꽤 빠르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USB 3.0도 두 개 있으니 딱히 부족한 건 없다.
# 인테리어 소품으로 훌륭한 무드
크게 조명, 마감, 가구 등으로 구성되는 인테리어는 공간 심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인테리어에 따라 특정 공간에서 받는 이미지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점은 빨강, 노랑, 주황 등을 주로 사용하는데, 해당 색상은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다. 또한 어두운 벽지보다는 밝은 벽지를 사용했을 때 방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인테리어가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카페, 집 등의 장소다. 카페야 워낙 다양하고, 집으로 예를 들면 최근 집 내부 인테리어는 공간 활용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좁은 집을 더 크게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해당 요소가 잘 드러나는 것이 모던한 스타일이다.
모던하게 구성된 집 내부는 마치 카페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특히 거실이 가장 중요한데, 모던하고 감성적인 카페처럼 꾸미려면 시공도 그렇지만 소품도 잘 골라야 한다. 공간과 조화가 되지 않는 소품이라면 애써 공들인 인테리어를 모두 그르칠 수 있다.
여기서 바로 무드의 진가가 드러난다. 사실 PC 케이스를 거실에 놓고 쓰는 건 정말 쉽지 않다. PC 케이스는 누가 봐도 PC 케이스다. 그럼 미니 PC를 쓰면 되지 않냐고? 그러면 성능이 아쉽다. 그럼 데스크톱을 써야 하는데, 결국은 PC 케이스를 최대한 안 보이게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아무 곳에나 둬도 잘 어울린다. 그게 무드다. 프렉탈디자인이 의도한 바가 그런 것이다. 모던하고 감성적인 장소라면 그 순간부터 무드는 무적이다.
# PC 케이스로 돌아가는 순간
생긴 건 일반적인 PC 케이스의 굴레를 벗어났다고 해도,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무드를 본래 PC 케이스로 되돌리는 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시스템 후면(원형 구멍 때문에 통풍구처럼 보이는) 패널을 손으로 쉽게 분리해 주고, 나사를 두 개 풀고 티셔츠 벗기듯 외부 프레임을 들어주면 된다. 그러면 쑥 빠져나온다.
열면 딱 보이는 것이 내부 섀시. 그리고 상단의 180mm 쿨링팬이다. 상단 180mm 쿨링팬은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다. 엄청 큰 쿨러가 열기를 상단으로 날려버린다. 이 큰 팬이 3pin으로 전원을 공급받아 동작한다. 저전력이라는 의미다.
메인보드야 Mini-ITX 고정인데, 파격적인 디자인에 비해 확장성도 나쁘지 않다. 최대 280mm 라디에이터, 최대 114mm 높이의 공랭 쿨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이면 대부분 수랭 쿨러를 사용하게 된다. 물론 조립은 순정 쿨러 기준으로 했다. 왜냐하면 겉으로 안 보이니까 보이는 측면에서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저장장치도 크게 아쉬울 게 없다. 어차피 대세가 M.2 규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2.5인치 드라이브 브라켓 2개와 3.5인치 드라이브용 마운트를 포함한다. 대부분 사용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지만, 고용량 스토리지가 필요할 때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
그래픽카드는 PCIe 4.0 라이저 케이블이 포함됐고, 최대 325mm 길이의 제품군을 지원한다.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의 경우 그래픽카드 길이가 이를 넘어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래픽카드 구매 전 확인해 봐야 한다. 참고로 확장 슬롯 크기도 2.5 슬롯 이하로 보는 것이 좋다.
아! 하나 빼먹었다. 앞서 언급했던 시스템 후면 패널은 먼지 필터가 있다. 이 후면 패널이 GPU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케이스 내부에 선정리 공간도 제법 넉넉한 편이다. 설계는 정말로 잘 했다. 게다가 모든 부품이 딱 정해진 곳 외에는 절대 설치할 수 없다. 때문에 조립 잘못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다.
◆ 시스템 구성
① CPU - R5 7600 - 6C12T / 3.8~5.1GHz / L2+L3 38MB / TDP 65W
② M/B - ASRock B650M PG Lightning
③ RAM - 클래브 CRAS V RGB 6400 16GB x 2ea 서린씨앤아이
④ SSD - 1TB
⑤ VGA - 엔비디아 RTX 3070FE
⑥ PSU : SFX 750W
⑦ 쿨러 - AMD 순정 공랭
⑧ OS - Windows 11 Pro 22H2
** 대만 컴퓨텍스 2024 현장에서 만나 본 제품
** 편집자 주
"세상에 이런 케이스~ 너무나 흥미로운 시도"
알에서 나오기 전의 새는 알 안이 세계의 전부였다. 그러나 끝없는 투쟁 끝에 알을 깨고 나옴으로써 비로소 새롭게 태어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자에게는 무드가 그런 케이스로 보인다. 기존 PC 케이스의 전형적인 디자인을 깨고 나가기 위해 투쟁했고, 결국 선을 넘어선 디자인을 얻게 됐다.
설령 나중에는 그다지 놀랍지 않은 디자인이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칭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2.5 슬롯 미만에 그래픽카드 길이를 신경 써야 한다는 특이점 등은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Mini-ITX 치고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구성이다. 280mm 수랭 쿨러도 장착할 수 있고, 상단의 커다란 쿨링팬으로 발열도 관리할 수 있다. 전면 I/O 포트도 전송 속도가 빠른 USB Type-C 포트가 있어 제법 쓸 만하다. 단순히 보기만 좋은 게 아니라 편의성도 뛰어난 셈이다.
즉, 새로운 디자인의 PC 케이스를 찾을 때,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며 PC까지 집 안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참여시키고 싶을 때는 무드를 적극 추천한다. 현시점에서는 이만한 케이스가 없다.
By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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