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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세대의 발견] 2.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2026.10.30. 19: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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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을 역임한 김철희 연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의 연재(5회)를 통해, AI 시대 우리 청년들의 현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봅니다. 청년이 처한 환경과 그들의 선택을 살피고, 예산의 쓰임과 문제를 알고도 정책을 바꾸기 어려운 구조도 짚으며, 현장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지역·대학·기업의 책임과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아봅니다. 본문 의견과 방향 등은 IT동아의 편집 기조와 다를 수 있습니다.

1부 - 대학 졸업은 사회 출발이 아니다 (https://it.donga.com/109732/)

2부 - 문제는 청년이 아니다 - 그들의 과거·현재·미래에서 다시 보다

3부 - 청년예산 30조, 돈은 청년의 ‘언제’에 들어가는가

4부 - 문제를 알아도 왜 바꾸기 어려운가 —청년정책의 ‘외통수’

5부 - 청년의 사회 첫출발, 누가 언제 무엇을 책임해야 하나

[IT동아]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한 민간 채용 플랫폼의 공고를 분석했더니, 경력자만 찾는 공고가 82%였다. 별도로 조사한 대졸 구직자의 53.2%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험을 쌓을 첫 일자리를 찾는데, 그 일자리는 먼저 '경험'을 요구한다.

‘일단 회사 들어가서 배우라’는 말이 통하려면, 처음인 사람도 들어갈 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 문 앞에서 오래 기다리는 청년에게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느냐고 묻는 것만으로는 사정을 다 알기 어렵다. 일을 해볼 기회가 어디에 있었는지도 물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조언은 자신이 버텨온 삶에서 나온다. 그때의 방법을 지금 세대에 권하려면, 현재도 그 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취업을 미루고,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떠나고, 월급을 받아도 부모와 사는 행동도 그때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을 살펴보면 다르게 보인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보다 먼저,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느냐’를 물어보자.

출처=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출처=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과거 - 공부 잘하던 아이들은 세상을 배울 시간도 있었을까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늘 전 세계 상위권이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수학 성적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실시된 평가마다 OECD 회원국 중 1~4위권이었다. 그렇다면 학교에 다니는 동안 공부 밖의 세상을 경험할 시간은 얼마나 있었을까.

OECD는 2019년 한국 교육을 분석하며, 긴 학교 및 학습시간이 스포츠와 아르바이트 등 다른 활동에 쓸 시간을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일터를 경험한 학생도 많지 않았다. OECD의 2019년 청년보고서에 실린 국제 비교를 보면, 2012년 만 15세 학생의 인턴십 경험 비율은 한국 6%, OECD 평균 27%였다. 그때 만 15세였던 학생들이 지금 약 29세다.

몸을 움직이는 일상도 부족했다. WHO 연구진이 146개국을 비교한 결과, 2016년 한국의 재학 중인 11~17세 청소년 약 94%가 하루 60분의 신체활동 권고를 충족하지 못했다.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당시 아이들은 지금 대략 21~27세가 됐다.

함께 운동하고 무언가를 만들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을 만난다. 의견이 서로 갈리면 맞춰보고, 일이 틀어지면 방법을 바꿔 다시 해본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자기 선택을 해보는 연습은 이런 시간에도 쌓인다.

진로도 직접 해보고 비교할 재료가 있어야 고를 수 있다. 관심 있던 일을 막상 해보니 생각과 다를 수도 있다. 그 경험을 학교에 다닐 때 충분히 얻지 못했다면, 졸업 뒤에도 자신에게 맞는 일을 판단하기 위한 탐색과 시행착오가 더 필요하게 된다.

진로 결정을 미루는 것 같은 청년 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판단할 경험을 이제서야 하게 되는 이들도 있다. ‘왜 아직도 모르느냐’고 묻기 전에 무엇을 해보고 선택할 수 있었는지부터 들어봐야 할 이유다.

현재 - 감자튀김만 먹고 헤어지는 만남을 찾는 이유

지역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에는, 사람을 모아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고, 감자튀김(감튀)을 함께 먹은 뒤 헤어지는 모임이 생겼다. 감튀 모임을 취재한 보도에서 한 참여자는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이 참여자의 말에는 적어도,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꼭 친해져야 한다는 부담은 덜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다. 감튀를 다 먹으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함께할 일과 끝나는 시간이 분명한 만남이다. 물론 이를 청년 전체의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만남의 형식만으로 관계에 대한 태도를 단정하기도 어렵다.

현재 - 어렵게 취업했는데 왜 다시 직장을 찾을까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기다림도 짧지 않다. 2026년 5월 조사에서, 최종학교를 마치고 첫 임금근로 일자리를 경험한 15~29세 청년의 평균 취업 소요기간은 11.2개월이었다. 2006년에도 12개월이었다. 첫 취업까지 오래 기다리는 문제는 이젠 새롭지 않다.

그런데 기다림 끝에 기업의 문을 여는 조건은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기업 채용계획에서 경력직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높아졌다. 채용할 100명 중 경력자를 찾는 자리가 약 17명분에서 38명분으로 늘어난 셈이다. 오래 풀지 못한 첫 취업의 어려움에 경험을 먼저 요구하는 채용이 겹쳐 있다.

구직이 길어지면 생활비가 들고 경력 공백도 신경 쓰인다. 원하는 일을 더 기다릴지, 우선 합격한 곳에 입사할지 고민하게 된다. 당장 가능한 일을 택한 청년은 취업한 뒤에도 진로를 찾는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일자리는 얻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문제는 남은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청년패널 분석에서는 교육/기술 수준보다 낮은 직무를 수행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청년의 실제 이직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 청년에게 이직은 첫 취업 때 좁혀두었던 선택을 다시 해보는 과정일 수 있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만 보면 참을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처음 어떤 조건에서 입사했고 무슨 일을 맡았는지 들으면, 왜 다른 일을 찾으려 하는지 이해할 단서가 생긴다.

‘나때는 안 맞는 일도 다 참고 했다’는 경험은 이해할 만하다. 다만 그 조언을 현재의 청년에게 건넬 때는 버티는 동안 어떤 경력이 남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이후 다른 회사 측에서 '무엇을 해봤는지' 묻는 상황이라면, 근무 기간 동안 담당했던 업무도 나름대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 - 향후 생활을 계산하는 청년

취업했는데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에게는 '이제 독립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따라붙는다. 월급을 받으니 충분히 독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보증금을 마련하고 매달 주거비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얼마나 남을까.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부모와 살면서 독립할 계획이 없는 청년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60.5%가 독립할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들에게는 따로 살 비용을 마련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부모에게 기대려는 마음으로 보았던 행동에서 소득과 독립 비용 사이의 간격이 드러난다.

내 집 마련의 전망도 달라졌다. OECD에 따르면, 서울의 중간 소득 가구가 자기 자금과 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은 2012년 전체 주택 100채 중 32채였다. 2025년에는 약 7채로 줄었다. 대출 상환액이 가구소득의 25%를 넘지 않는다는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다.

중간 소득 수준이라도 살 수 있는 집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우리도 아껴서 집을 샀다’는 말에 대해, 청년이 알고 싶은 것은 '지금의 월급을 모아 언제,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다. 부모와 같이 좀더 살며 저축하거나, 주거비가 덜 드는 곳을 찾는 선택에도 이 계산은 들어간다. 즉 독립 의지를 이야기할 때 오늘의 소득과 주거비를 함께 봐야 한다.

미래 - 앞으로 경력은 어디서 쌓을까

이후로는 경험을 쌓는 과정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6년 분석에서 AI에 업무 수행을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 폭이 컸다고 밝혔다. 다만 사람의 업무를 돕는 방식의 AI 활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같은 감소 패턴이 뚜렷하지 않았다. 경력자 선호와 채용 조정도 함께 작용했을 수 있어, 이 결과를 AI만의 영향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신입직원이 자료를 찾아 초안을 쓰고, 선배직원의 수정/검토를 받는 과정은 일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AI가 초안 수정/검토를 맡으면 숙련자라면 자신의 경험으로 내용을 판단하고 고칠 수 있다. 신입직원에게는 그 판단력을 익힐 업무와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니 ‘일단 들어가서 배우라’는 조언에는 '들어갈 기회'와 '들어간 뒤 배울 기회'가 모두 있어야 한다.

출처=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출처=생성형AI로 작성한 이미지

선택 - 청년의 행동 뒤에 어떤 선택지가 있었을까

청년의 행동을 성격으로 설명하면, 조언은 '태도를 고치라'는 말에 머물기 쉽다.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좀더 오래 참고, 좀더 아끼라는 것이다. 그 말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들에게 실제로 어떤 길이 열려 있었는지도 알아야 한다.

학교에서 해본 경험이 첫 일자리로 이어졌는지, 기업에서 처음 맡은 일이 경력으로 쌓였는지, 회사 소득으로 살 곳을 마련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 과정은 청년 혼자 만들 수 없다.

청년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기 전에,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느냐’를 함께 들어보자. 늦게 얻은 경험으로 진로를 찾고, 첫 선택을 고쳐가며, 감당할 수 있는 생활을 만들려는 노력도 그 답 안에 있다.

출처=김철희
출처=김철희

김철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행정학 박사)

정당, 국회·대통령비서실과 서울시에서 30여년간 정책 형성부터 입법, 행정집행까지 경험한 공공정책 전문가.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행정론을 강의하며, 정책의 구조적 문제와 국가정책의 실행력을 연구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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