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클래식 카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클래식 카는 단지 오래된 차가 아니라 변화의 전환점을 보여준 차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날까지 150년 가까이 이어진 자동차 역사 속에서 차량의 디자인은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돼 왔으며, 그 요인은 지리적 특성부터 사회의 생활 관습, 그리고 경제의 원리 등 그 다양성의 폭은 매우 넓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 속에서 어떤 차들은 시간을 뛰어 넘는 ‘클래식 카(classic car)’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자동차 역사 속의 다양한 클래식 카는 정말 다양하지만, 그러한 폭 넓은 다양성의 요인은 사실 몇 가지의 거시적 관점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이것을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패러디임’이라는 개념은 미국의 과학기술역사학자 토마스 쿤(Thomas S. Kuhn; 1922~1996)이 1962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과학적 혁신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기술이나 가치관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가 주장한 바가 아니더라도 자동차의 발전 모습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그리고 또 다른 다양한 요인 등에 의해 매우 다양한 모습과 영향력으로 역사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토마스 쿤이 주장한 개념인 패러다임이라는 의미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 본다면, 17세기부터 시도된 증기동력의 자동차 제작이 시도된 이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하고 창안한 국가는 독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마차에 엔진을 얹은 구조에서 벗어나 비로소 차체 앞쪽에 엔진을 탑재해서 뒷바퀴를 구동하는 오늘날의 자동차로의 실용화와 기술적 발전을 보이기 시작한 곳은 프랑스였습니다.
그리고 영국과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정교한 수공예적 생산방식에 의한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자동차 기술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이르러 헨리 포드에 의해 수공예에서 벗어난 규격화된 부품의 조립이라는 개념으로 제조되는 포드 모델 T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방식이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유럽의 소량 생산 방식에 의한 최고급 차량의 제조와 미국의 규격화된 부품을 조립해 염사의 대중적 차량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의 산업이라는 거대한 두 가지 흐름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후에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유럽은 고급화와 소형화의 방향이, 미국은 대형화와 고출력이라는 특성이 나타나면서 두 지역의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은 보다 명확하게 대비되는 특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한편 1970년대의 석유 위기로 고급화나 고출력만을 추구하던 유럽과 미국 중심의 자동차 기술에서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더해지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공기의 저항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인을 연구해야 하는 공기역학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 등장한 경제적인 소형의 일본제 자동차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에 이르러 일본 자동차의 경제성과 감각적 디자인을 갖춘 품질로 변화의 흐름을 이끌게 됩니다. 그리고 ‘J-factor’라고 불리던 일본의 기술과 감각적 디자인은 자동차산업에서도 영향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한국의 자동차 역시 일본 자동차 기술의 경제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서유럽 본고장의 디자인 방법론에 의한 객관적 디자인 미학과 아울러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면서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2000년대부터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국경을 뛰어넘는 인수합병 등으로 자동차 가업이나 브랜드의 국적성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브랜드 중심의 기술 특징과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구성된 종합적 상품의 개념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2010년대에 한국의 ‘K-culture’의 부각과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2010년대 후반부터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자율주행기술의 등장으로 공간의 사용성과 경험이 중심이 되는 종합적 이동수단의 개념으로써 모빌리티(Mobility)의 개념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모빌리티의 개념은 단순히 한 대의 완성된 자동차만을 의미하지 않고 육, 해, 공의 다양한 이동 매체를 통한 포괄적 이동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됩니다.
이에 따라 미래의 모빌리티는 단순히 육상의 자동차만이 아니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와 다양한 목적기반 차량(PBV; Purpose Built Vehicle) 등으로 다양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타나게 되며, 기술의 개발도 다양한 방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요약해보면 자동차의 역사는 17~18세기의 초기 자동차로부터 오늘날의 21세기 디지털 기술 등장에 이르기까지 서유럽 중심의 자동차의 탄생과 기능적 진보, 미국 중심의 제조기술 진보, 오일쇼크 이후 일본과 한국 자동차의 등장, 21세기에 이르러 종합적 상품의 자동차, 그리고 디지털 모빌리티로 변환 등의 거시적 관점의 패러다임 변화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각 패러다임의 전환기에는 그 기점을 제시한 차량들이 등장해 왔으며, 그런 전환점이 된 차량들을 역사 속의 클래식 카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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