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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기술지주 자회사 메디센싱 “한일전기와 폐음 분석 AI 기반 스마트 청진기 개발 나선다”

2026.11.02. 14: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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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딥테크 스타트업의 알고리듬과 생활가전 분야에서 62년 노하우를 갖춘 중견 가전 기업의 노하우가 만났다. 2026년 10월 7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자회사인 메디센싱이 중견 가전기업 한일전기와 가정용 인공지능(AI) 전자청진기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의 만남이 진료실 속 의료기기가 일상 가전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산업적 전환점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과거 전자청진기 수요는 대형 병원의 원격 진료나 의료진의 청진 보조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아 천식이나 영유아 호흡기 질환, 고령층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집에서 미리 살피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보호자가 가정에서 직접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면, 불필요한 응급실 내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은 이미 사후 치료에서 사전 예방과 상시 관리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시장조사기업 인더스트리 리서치 비즈(Industry Research Biz)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청진기 시장 규모는 2026년 7530만 달러(한화 약 1030억 원)로 추산되며, 2035년에는 1억 3797만 달러(한화 약 1890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메디센싱의 AI 기술과 한일전기의 양산 및 유통망이 만난 이유도 국내외 시장 공략에 있다.

AI 기술과 전통 제조업이 만나 의료부문 시너지 낸다

두 기업이 함께 만드는 가정용 AI 전자청진기는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가슴이나 등에 대고 숨소리(폐음)를 측정하면 인공지능이 그 소리를 분석한다. 호흡기 질환은 증상이 눈에 띄게 악화하기 전에 폐 속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로 먼저 징후를 드러낸다. 기관지가 좁아질 때 나는 쌕쌕거림(천명음)이나 폐포에 염증이 생겼을 때 들리는 바스락거림(수포음)이 대표적이다. 숙련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집중해서 들어야 구별할 수 있는 이 미세한 파동을 기계가 포착해 분석 결과를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준다.

기존에도 스마트폰 마이크나 보급형 센서를 활용한 호흡 측정 시도가 존재했다. 하지만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채 사라진 제품이 많았다. 소리를 받아들이는 하드웨어 부품과 소리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개발한 탓이다. 전자청진기는 피부와 맞닿는 진동판과 마이크 센서, 그리고 미세한 전류 신호를 증폭하고 걸러내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수집되는 소리의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딥테크 스타트업 메디센싱이 한일전기와 함께 가정용 AI 전자청진기 공동개발에 나선다 / 출처=메디센싱
딥테크 스타트업 메디센싱이 한일전기와 함께 가정용 AI 전자청진기 공동개발에 나선다 / 출처=메디센싱

하드웨어 단계에서 심장 박동 소리나 옷깃이 스치는 마찰음, 실내 가전제품의 진동 소리가 섞여 들어가면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 모델을 붙여도 정확한 판독을 내리지 못한다. 반대로 잡음을 줄이겠다고 하드웨어 필터를 과하게 걸면 정작 질병 판별에 필요한 특정 주파수 대역의 폐음까지 함께 지워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메디센싱과 한일전기는 개발 역할을 나눠 이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메디센싱은 인공지능 알고리듬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서버 개발 외에도 기기 내부에 들어가는 회로기판 설계까지 직접 도맡는다. 소리가 마이크로 들어오는 물리적 수집 단계부터 전기 신호 변환, 주파수 전처리, 인공지능 판독, 앱 화면 출력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로 연계해 설계한다. 기기가 바뀌거나 측정 환경이 달라져도 분석 성능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공지능응용학과 연구팀의 원천 기술이 이 일괄 개발 구조의 밑바탕이 됐다.

한일전기는 하드웨어 기획과 외형 디자인, 금형 제작 및 대량 양산 기술에 힘을 보탠다. 의료기기가 주는 차가운 인상을 덜어내고, 아이의 피부에 닿아도 놀라지 않는 친숙한 외형과 조작감을 구현하는 일은 수십 년간 가전을 만들어온 한일전기의 몫이다.

핵심은 제품 기획 초기 단계부터 공산품이나 웰니스 기기가 아닌 정식 의료기기 기준에 맞춰 설계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시중의 많은 건강관리 기기가 까다로운 인허가 장벽을 피해 단순 참고용 기기로 출시되곤 한다. 반면, 양사는 하드웨어의 전기적 안전성과 전자파 적합성, 소프트웨어의 임상적 유효성 기준을 처음부터 반영해 개발을 추진한다. 김성은 메디센싱 대표는 “대학 연구실에서 쌓아 온 폐음 분석 기술이 한일전기의 제품 개발 역량을 만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기기로 이어지게 됐다. 개발 단계부터 의료기기 인증 기준을 갖춰, 국내외 가정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소리의 맥락을 읽는 메디센싱의 기술력

한일전기가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동반자로 선택한 메디센싱은 2024년 6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공지능응용학과 김성은 교수가 설립한 교원창업 기업이다. 김성은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전자전기공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원을 거치며 생체신호 처리와 인공지능, 의료기기를 융합하는 연구를 이어온 전문가다.

메디센싱은 몸에서 나는 소리를 AI로 읽어 내고, 그 AI를 기기 안에서 바로 돌리는 기술을 보유했다. 과거 김성은 교수 연구팀은 마이크 특성이 달라지거나 주변 소음 환경이 변하더라도 일관된 판독 정확도를 유지하는 도메인 적응 기술에 집중했고, 관련 성과를 국제 학회와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이후 2026년 4월, 폐음 인공지능 분류 기술 특허가 등록되면서 메디센싱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특허를 이전받아 상용화 궤도에 올렸다.

메디센싱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자회사다 / 출처=메디센싱
메디센싱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자회사다 / 출처=메디센싱

메디센싱의 또 다른 무기는 인공지능 모델의 경량화 설계 능력이다. 정교한 딥러닝 모델은 연산량이 방대해 고성능 서버가 필요하지만, 메디센싱은 적은 연산 자원만으로 작은 기기 안에서 분석이 돌아가도록 AI를 설계한다.

원천 기술은 육아 서비스로도 이어지고 있다. 메디센싱은 육아 AI 에이전트 앱 다독의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육아 기록을 말로 남기고 아이에 관해 궁금한 것을 AI에게 물어보는 앱으로, 아이가 내는 소리를 알아듣는 기능과 전용 기기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AI를 청진기 외의 다른 기기에도 적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넓혀 갈 계획이다.

메디센싱의 성장 가교 역할한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스타트업이 중견 가전기업과 가정용 AI 전자청진기 공동개발을 진행하기까지, 그 뒤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의 노력이 숨어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는 2026년 3월, 메디센싱의 기술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초기 투자를 단행하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체 기술만으로 하드웨어 양산과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중재자로 나섰다. 스마트 헬스케어 신사업 동력을 찾던 한일전기와 제품화 파트너가 필요했던 메디센싱의 이해관계를 정확히 짚어내고 두 기업의 강점을 결합하는 가교 구실을 해낸 셈이다.

또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교육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브릿지(BRIDGE) 사업'을 통해 메디센싱의 기초 체력을 다졌다. 대학이 보유한 연구 성과를 고도화해 기술 이전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이 사업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메디센싱에 지식재산권(IP) 기획 지원과 투자유치 설명회(IR) 고도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서울과기대 테크노큐브 304호에 위치한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 출처=서울과기대
서울과기대 테크노큐브 304호에 위치한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 출처=서울과기대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창업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후속 지원을 이어가는 김동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대표의 '지속 투자' 철학은 성과로 증명 중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14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4개의 GP·LP(무한책임투자자·유한책임투자자) 펀드를 운용·출자하고 있다. 투자 기업 대상으로 법률·비즈니스 솔루션 프로그램, 보도자료 및 홍보 지원, 시제품 제작 지원, 비즈니스 교육, 펀드 연계 후속 투자 지원 등도 활발히 진행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는 딥테크 자회사들을 잇달아 발굴하며 포트폴리오를 두텁게 쌓고 있다. 메디센싱과 한일전기의 가정용 AI 전자청진기 공동개발 계약은 대학의 원천 기술 발굴부터 산학협력단의 특허 육성, 기술지주의 투자와 중견기업 매칭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산학협력 생태계의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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