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일하며 수많은 제품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다뤄 온 제가 직접 느낀 건, 똑똑한 소비는 세세한 정보와 꼼꼼한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세부 사항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놓치는 정보를 바탕으로 혼수 가전을 준비한다면, 예산은 줄이고 만족도는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혼수 가전은 단순히 집을 채우는 물건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함께할 도구들입니다. 결혼을 앞둔(저요!) 예비 신부의 눈으로, 그리고 가격 비교의 경험으로 발견한 구매 꿀팁을 지금부터 함께 나눠볼게요!
[나의 혼수원정기]
갖고 싶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일까?
세탁건조기가 난리라는데? 묻고 워시타워로 가!
세탁기와 건조기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 말은 즉, 우리집 빨래를 책임질 아이를 두개나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그만한 가전 하나 고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한 번에 두 개..? 다행히 이러한 저의 고뇌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이 있었어요. 바로 올인원 세탁건조기입니다.
세탁건조기는 말 그대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든 가전이에요. 공간도 2배는 절약되고 세탁 후 옷을 건조기로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는 그야말로 신(新)가전이죠. 하지만 막상 세탁건조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니 여러가지 걸리는 점이 많더라구요.
대세는 일체형 세탁건조기? 구매를 고민하게 된 이유
그리 넉넉하지 않는 다용도실에는 공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최고의 선택이나 다름없죠. 저 역시 이 부분이 가장 혹했답니다. 그런데 성능과 가격을 생각해보면 '과연 세탁건조기가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LG전자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 /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 두 제품의 차이가 궁금하시다면? (클릭)
세탁건조기는 성능보다는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어요.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편의, 세탁부터 건조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진다는 편의. 다만 이 편의를 누리고 싶다면 성능은 어느정도 타협해야 합니다. 특히 세탁기+건조기 조합보다 건조기의 용량이 적은 편이고 세탁기와 건조기의 동시에 작동시킬 수 없다 보니 상황에 따라 세탁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 세탁건조기는 아무리 저렴한 모델을 골라도 200만 원 중반을 훌쩍 넘습니다.
▲ 세탁기+건조기(타워형 세트) 가격. 세탁건조기보다 건조 용량이 더 크고,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세탁기에 건조기 기능을 추가한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세탁건조기가 왠만한 세탁기+건조기 세트보다 비쌌거든요. 아직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라 프리미엄까지 붙었는지 몇 만원도 아니고 수십만원 이상, 많게는 백만원까지 차이가 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구매할 수가 없었습니다. ▶ 요즘 인기라는 세탁건조기, 장점만 있을까?
세탁기 건조기, 수직으로 쌓을까 수평으로 펼칠까?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구매한다면 각각의 성능을 내 입맛대로 맞출 수 있답니다. 선택지가 늘어나다 보니 자신의 세탁 환경에 딱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죠. 일체감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다른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 세탁기와 건조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어요.
설치 방식은 크게 세가지입니다. 병렬로 나란히 두거나 직렬로 세우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공간에 둘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병렬 혹은 직렬로 설치하게 되는데 보통 결정권은 본인이 아닌 다용도실의 면적에게 있는 경우가 많죠. 사용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병렬 설치가 좋겠지만 아마 공간의 한계 때문에 직렬로 설치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저 또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구매하려면 직렬 설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 세탁기와 건조기, 같은 브랜드가 좋은 이유는? (링크)
수직으로 쌓은 세탁기와 건조기. 개별 제품이기 때문에 따로 조작해야 하는데 그럼 위에 올려 둔 건조기를 조작할 때 조금 불편하겠더라구요. 물론 요즘 다 앱으로 조작 가능하니 앱으로 하면 되겠지만 매번 세탁할 때마다 핸드폰부터 찾는 건 분명 귀찮을 테고 설치 키트의 높이까지 더해지는 만큼 세탁물을 꺼내고 넣는 것도 꽤나 힘들 것 같았어요.
▲ 직렬 설치시에는 키트와 앵글로 인해 세로로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세탁기 건조기 세트를 알아볼 때 조작부의 연동과 설치 시 전체 높이를 더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답니다.
타워형 세트가 도대체 뭐길래?
아무래도 디자인이나 연동 같은 편의 기능을 사용하려면 같은 라인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겠더라구요. 아예 직렬로 일체화되어 만들어진 타워형 세트 제품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 키가 작으면 타워형 세트가 좋다는 말이 있죠. 실제로 별도의 제품을 직렬로 설치하게 되면 저용량 제품이 아닌 이상 전체 높이는 2m가 훌쩍 넘습니다. 키가 작다면 건조기 상단의 조작부는 커녕 건조기 도어를 열고 닫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어요.
하지만 타워형 세트라면? 키트, 앵글 없이 깔끔하게 이어지니 높이가 5cm 이상은 낮아집니다. 키 161cm으로 대한민국 표준 키인 저도 건조기 도어가 눈앞까지 내려와 훨씬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겠더라구요. 중앙에 있는 컨트롤 패널 하나로 세탁기, 건조기 모두 조작 가능하니 건조기 조작도 문제없습니다.
▲ (왼쪽) LG 트롬 워시타워 / (오른쪽) LG 트롬 건조기+세탁기 직렬 설치
뭐니뭐니 해도 미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합니다. 아무리 색깔을 맞춰도 두 제품을 얹어 놓는 방식은 이질감이 아예 없을 수 없거든요. 두 제품 간의 미묘한 크기 차이와 두 제품 사이의 붕 뜬 공간이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죠. 타워형 세트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완벽하게 균형 잡힌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어 깔끔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신혼집에는 딱이었답니다.
LG 워시타워 VS 삼성 원바디
자, 이제 세탁기 건조기의 구매의 큰 산 하나만 남았습니다. 세탁 가전의 양대산맥, LG전자와 삼성전자 중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
먼저 LG전자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LG전자의 타워형 세트 라인인 LG워시타워는 건조기의 색상과 세탁기의 색상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조합 색상은 그린, 그레이, 네이비, 베이지 등으로 다양한데요. 릴리 화이트, 스페이스 블랙과 같은 일부 색상은 조합을 지원하지 않으니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아요.
▲ LG 트롬 워시타워는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세탁은 인버터 DD 모터를 활용한 6모션을 지원합니다. 모터와 드럼을 연결하는 벨트를 제거하고 세탁통을 직접 움직여 마치 손빨래를 하는 듯한 섬세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했죠. 건조 기능 또한 동일한데요. 세탁물을 털고 널어주는 6가지 모션으로 옷감 손상을 줄일 수 있답니다.
▲ '종료 후 세탁물' 케어 기능을 설정하면
세탁, 건조가 끝난 뒤 바로 꺼내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냄새와 구김을 방지할 수 있어요.
프리미엄 라인에서는 트루스팀 기능을 지원합니다. 살균, 탈취, 구김 완화를 이끌어내는 LG전자 세탁 가전의 핵심 기능이에요.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위생을 생각한다면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죠.
▲ LG 워시타워는 LG 트롬 건조기처럼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탑재해 저온으로 제습합니다.
▲ 트루스팀 기능을 탑재한 제품은 없는 제품보다 10~20만 원 정도 더 비쌉니다.
프리미엄 라인에서는 트루스팀 기능을 지원합니다. 살균, 탈취, 구김 완화를 이끌어내는 LG전자 세탁 가전의 핵심 기능이에요.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위생을 생각한다면 고려해 볼만한 옵션이죠.
LG 워시타워 모델명 읽는 방법 LG 워시타워 W20WHN
W 우선 가장 먼저 등장하는 'W'는 제품군, 즉 워시타워를 의미해요. 간혹 W위에 'L'이 붙은 제품이 존재하는데요. 이 'L'는 LDC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이랍니다. LED 디스플레이스 제품이라면 W 단독으로 시작한답니다.
20 그 뒤를 잇는 숫자는 건조기의 용량입니다. 세탁기 용량이 아니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주세요.
W 숫자의 뒤에 나오는 알파벳은 색상입니다. G(그린), M(그레이), Y(네이비), E(베이지), K(스페이스 블랙) W(릴리 화이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색상의 첫 알파벳을 가져온 것이 아니니 이 부분에 대한 혼동도 주의해주세요. 참고로 두 색상의 조합이라면 'WL22GEHU'처럼 해당되는 색상을 나란히 기입합니다.
색상 다음에 적힌 정보는 유통 경로나 건조기 모터입니다. A는 온라인 전용, Z는 베스트샵 전용 등이죠. D라면 DD모터 건조를 의미합니다.
N 마지막 알파벳은 프리미엄 기능의 유무를 알려줘요. 스팀이 있다면 'N'을 스팀이 없다면 표기하지 않습니다. 'U'는 23년형, 24년형에 한해 자동세제 투입이 가능한 모델이며 'M'는 세탁기 용량이 25kg이라는 것을 의미해요.
다음으로 삼성전자의 타워형 세트 라인인 삼성 원바디를 살펴볼까요? 삼성 원바디는 색상 조합이 제한적입니다. 화이트면 화이트, 블랙이면 블랙 세탁기와 건조기의 색을 통일해야 하죠.
삼성 원바디의 세탁은 버블로 이루어집니다. 세제를 녹여 만든 버블이 옷감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오염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세탁이 진행됩니다. 건조는 60도가 넘지 않는 저온 건조를 지원하는데요. 에어홀에서 따뜻한 바람이 고르게 퍼져 나와 옷감 손상 우려를 줄이고 빠르게 건조할 수 있죠.
▲ 세탁실에 곰팡이가 생기는 게 걱정된다면 '공간 제습' 기능을 제습기 대신 유용하게 쓸 수 있겠죠?
프리미엄 라인의 눈에 띄는 기능으로는 ‘공간제습’이 있습니다. 세탁기와 건조기 내 내부 습도 뿐 아니라 세탁기와 건조기가 설치된 공간까지도 뽀송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랍니다.
▲ 세탁기 끝나면 자동으로 문을 열어서 빨래에 냄새가 나는 것을 방지합니다.
삼성 원바디 모델명 읽는 방법 WF2520HCVVD
WF 가장 먼저 등장하는 'WF'는 삼성전자의 세탁 가전 라인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단독 라인도 'WF'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꼭 원바디 모델인지 확인해 주세요!
2520 뒤이어 나오는 두개의 숫자는 세탁기 용량이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숫자 두개는 건조기 용량입니다.
HC 숫자와 이어지는 두개의 알파벳은 개발 연도에요. HC는 2023년, HD는 2024년 제품이죠.
VV 개발연도 이후에 나오는 두개의 알파벳은 색상입니다. 삼성 원바디는 색상 조합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WW(화이트), EE(그레이지), VV(블랙 캐비어), KK(새틴 블랙), BB(새틴 라이트베이지), RR(새틴 아이보리), FF(새틴 그린), GG(세틴 세이지그린) 등 같은 알파벳이 반복된답니다.
D 마지막은 기능입니다. 'C'는 별도의 부가 기능이 없는 일반 제품군이구요. 'P'는 자동세제투입, 자동문열림, 공간제습을 모두 지원하는 프리미엄 라인입니다. 이외 'A'는 자동세제투입+공간제습, 'K'는 자동문열림+공간제습, 'B'는 자동문열림, 'D'는 자동세제투입, 'H'는 공간제습을 지원하는 제품이에요.
내돈내산! 지갑을 열게 만든 그 제품!
▲ 비슷한 용량이라도 LG 워시타워가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저희집은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 구축 아파트 1층인데요, 세탁실이 습하면 결로랑 곰팡이가 생길 것 같아서 삼성 원바디의 공간 제습 기능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가격대도 LG 워시타워가 삼성 원바디보다 가격대가 비싼 편(세탁 및 건조 용량이 같아도)이라, 가성비를 따지고 보면 삼성 원바디를 구매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저는 LG 워시타워를 구매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트루스팀 기능 때문입니다. 제가 고른 모델은 LG전자 트롬 워시타워 W20WD (2,302,740원)인데요, 오브제컬렉션 디자인이 아닌 보급형 디자인, 자동 세제함 기능이 빠져 있지만 트루스팀 기능을 탑재한 LG 워시타워 중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모델입니다.
▲ 세탁 24kg, 건조 20kg으로 2~3인 가구가 쓰기에도 적절해요.
신혼 생활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빨래할 일이 많아지는데요, 두 사람이 함께 살다 보면 수건, 침구류, 외출복까지 세탁량이 늘어나고, 위생 관리도 더 신경 쓰이기 마련이죠. 이럴 때 LG 워시타워의 트루 스팀 기능이 있다면 한결 편하고 위생적인 세탁이 가능해지겠더라고요.
▲ 키가 161cm인 저도 쉽고 편하게 세탁물을 꺼낼 수 있었어요.
트루 스팀 기능은 뜨거운 스팀을 활용해 99.9% 살균 효과를 제공합니다. 세탁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집먼지 진드기, 세균, 유해 물질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예민한 피부를 가진 분들이나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혼부부에게 딱이라고 생각해요.
출근 전, 다림질할 시간이 부족할 때도 유용했어요. 스팀이 섬유 깊숙이 침투해 주름을 펴고 옷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특히 와이셔츠나 원피스처럼 구김이 신경 쓰이는 옷을 자주 입는 신혼부부라면 더욱 편리할 것 같네요.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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