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로피 디스크가 무엇인지 안다면 암 검진을 받을 때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나이 감별 방법으로 이슈가 된 사진. (출처: 해외 사이트)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사라져 누군가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바로 이 물건! 이걸 알고 있다면 암 검사를 받을 때라는 홍보 문구도 있다. 과연 이것은 무엇일까? PC를 옛날부터 접해온 사람이라면 익숙한 제품인 바로 이것은, 플로피 디스크다. 플로피 디스크는 보조 기억 장치의 일종으로, 옛날 HDD가 귀했던 PC에서는 메인 저장장치로도 사용되었다.
PC에 어떻게 HDD가 없었냐고 의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라떼는 그런 시절이 존재했다. 40MB 용량(절대로 400MB나 40GB의 오타가 아니다!)의 HDD도 100만 원가량을 호가하던 시절, 플로피 디스크의 존재는 매우 소중했다. 옛 추억에 빠져들게 만드는 플로피 디스크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왜 플로피 디스크인가?
▲ 디스켓은 디스크(Disk)에 작다는 의미인 ette를 붙인 명칭으로, 5.25인치 및 그 이하의 플로피 디스크를 말한다.
먼저 이름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 알아보자. 플로피 디스크는 영어로는 Floppy Disk라고 적는다. 플로피(Floppy)는 ‘퍼덕퍼덕 펄럭이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플로피 디스크는 합성수지 필름으로 만든 자기 디스크를 얇은 플라스틱 껍데기에 들어있는 형태다. 손으로 잡고 흔들면 펄럭이기 때문에 플로피 디스크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참고로 디스켓은 Disk에 작다는 의미인 ette를 붙인 것이다. 즉, 디스켓은 ‘작은 플로피 디스크’라는 뜻이므로 플로피 디스켓은 플로피가 이중으로 들어가는 잘못된 표기다. 라떼를 실수 없이 제대로 시전하고 싶다면 플로피 디스켓이 아닌 플로피 디스크라고 언급하도록 하자.
▲ 8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드라이브에 장착하는 모습. (출처: IBM)
최초의 플로피 디스크는 1960년대 말 IBM에서 개발되었으며,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1971년이었다. 지름이 8인치(200mm) 크기에 달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크기의 플로피 디스크와 구분하기 위해 8인치 디스크라고도 불린다.
천공카드나 자기테이프 같은 저장장치가 주로 쓰였던 시기에 비교적 안전하고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플로피 디스크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점점 작아지는 플로피 디스크
▲ 초창기에는 크기가 8인치였으나, 5.25인치에 이어 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출시되었다. (출처: IBM)
플로피 디스크는 8인치 크기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8인치 디스크는 일반 가정에서 PC가 보급되기 전에 사용된 플로피 디스크였기 때문에 특수 기관이나 기업 용도로만 쓰였다. 일반 가정에서 PC가 보급되면서부터 사용된 플로피 디스크는 5.25인치였다. 플로피 디스크가 8인치에서 5.25인치로 상당히 작아지면서 디스켓(Diskette)이라고도 불렸다.
5.25인치에서 이후 3.5인치로 더 작아졌다. 특히 3.5인치가 되면서 전체적인 디자인도 변경되었다. 기존 5.25인치 디스크까지는 8인치 디스크와 크게 차이 없는 디자인이었지만, 3.5인치 디스크는 더 단단한 플라스틱 케이스가 적용되었다.
또한, 기존에는 자기 디스크를 읽어 들일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있고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방식이라 관리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플로피 디스크를 보관할 때 제대로 종이 케이스에 씌워두지 않으면 데이터가 오류 나는 일이 허다했다.
반면, 3.5인치 디스크는 상단에 슬라이드 되는 방식으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에 장착했을 때만 자기 디스크가 노출되도록 했다. 따라서 보다 안전하게 디스크를 보관할 수 있었으며, 외부 충격에도 강해 휴대성도 더욱 높아졌다.
플로피 디스크는 크기가 점점 작아졌지만, 이와 반대로 저장용량은 더 커졌다. 플로피 디스크의 규격은 D(Single Density), DD(Double Density), HD(High Density), ED(Extended Density)로 나뉘는데 뒤로 갈수록 용량 밀도가 높아 더 큰 용량의 플로피 디스크를 제작할 수 있었다.
초창기 개발한 8인치 디스크의 용량은 80KB였다. 이후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8인치 디스크의 용량은 1D 규격이 250KB, 1DD 규격이 616KB였다. 5.25인치 디스크의 용량은 2D 규격이 360KB, 2HD 규격이 1.2MB였다. 마지막으로 3.5인치 디스크의 용량은 1D 규격이 360KB, 2DD 규격이 720KB, 2HD 규격이 1.44MB, 2ED 규격이 2.88MB였다. 이 중 가장 널리, 가장 마지막까지 사용된 것은 2HD 규격의 3.5인치 디스크였다.
이런 용량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책 1권 정도 분량인 16만 글자 기준의 용량이 300KB 전후임을 고려하면 2HD 규격의 3.5인치 디스크에 무려 4~5권 정도의 텍스트를 넣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이미지 파일은 용량이 크기 때문에 DSLR 카메라로 중간 해상도(2816x1880)로 찍은 사진 1장(약 1.1MB) 정도 넣을 수 있다.
응답하라 8090! 디스켓 전성시대
크기가 작은 플로피 디스크인 5.25인치 디스켓과 3.5인치 디스켓이 등장하면서 디스켓의 본격적인 전성시대가 열렸다. 특히 정보의 보관과 배포하는 역할을 모두 도맡았다. 모든 데이터를 디스켓에 저장하고 손쉽게 다른 PC에서도 읽어 들일 수 있었다. 즉, 8090 시절의 디스켓은 현재의 USB 메모리 같은 역할을 했다.
데이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게임도 모두 디스켓으로 출시되었다. HDD가 없던 과거 PC는 부팅용 MS-DOS 디스켓으로 부팅한 후 디스켓을 꺼낸 후 DOS 기반에서 구동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나 게임을 구동하는 형식이었다. 디스켓 1장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나 게임은 디스켓 자체에서 실행이 가능했지만, 디스켓 2장 이상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나 게임은 데이터를 설치할 수 있는 별도의 HDD가 필요했다.
▲ 디스켓 3장을 넣어야 했던 고인돌 게임.
특히 PC로 게임 하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게임이 디스켓으로 출시되었다. ‘고인돌’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고전 게임인 ‘프리히스토릭(Prehistorik)’은 약 680KB 용량이며, ‘페르시아의 왕자’도 500KB 전후 용량이었다. 두 게임 모두 디스켓 1장에 넣을 수 있어 많은 사람의 인기를 얻었다. 물론, 정품이 아닌 불법 복제로 즐긴 사람이 더 많다.
▲ 1990년 초반, 한국 최고 인기 PC 게임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젤리아드. (출처: HAKUSHIN RETRO GAME SHOP)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면서 게임 용량도 점차 커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장의 디스켓으로 구성된 게임도 출시되었다. 인기 게임 ‘젤리아드’는 2D 규격 5.25인치 디스켓 3장이었고, 시에라의 ‘킹스퀘스트 6’는 2HD 규격 3.5인치 디스켓 12장 등 많은 디스켓을 사용했다. 국산 게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창세기전 1’도 초창기에는 2HD 규격 3.5인치 디스켓 10장으로 출시되었다.
디스켓, 에러와의 전쟁?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던 시절은 그야말로 에러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부 충격에 너무나도 약한 플로피 디스크는 아무리 잘 보관하거나 잘 포장해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그나마 외부 충격에 좀 더 강해진 3.5인치 디스켓이 등장하면서 에러 문제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완벽하게 해결해 주진 못했다. 대신 전용 케이스나 케이스 박스 등을 사용해 외부 충격에 좀 더 대비하곤 했다.
▲ 추억의 3.5인치 디스켓 돌아가는 소리. 마지막에는 역시...?
문제는 일반적인 개인 데이터 복사를 위한 디스켓의 에러뿐만 아니라 시판되는 정품 소프트웨어나 게임 디스켓에 에러가 손쉽게 생겼다는 것이다. 여러 장의 디스켓으로 구성된 게임의 경우, 게임을 설치하다가 에러가 발생하면 정품을 샀음에도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구매처나 제작사에 연락해 해당 디스켓을 교환 받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하나의 게임을 디스켓 교체만 하다가 1~2주를 날리는 경우도 존재했다.
▲ 출처: 아마존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은 품질이 좋은 디스켓을 선호했다. 안정성이 뛰어난 디스켓을 제조하는 업체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해외 제조 업체는 3M, 국산 제조 업체는 SKC가 있었다.
▲ 출처: 아마존
3M는 누구나 알고 있는 포스트잇이나 테이프 제조 업체로 잘 알려진 곳이고, SKC는 SK그룹 계열 화학, 소재 전문 회사로 과거에는 선경화학으로 불렸다. 두 업체에서 제조한 디스켓은 다른 제조 업체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에러가 덜해 큰 인기를 얻었다.
CD 등장, 디스켓의 몰락
디스켓은 1990년대를 대표하던 저장장치였다. 누구도 디스켓이 최고의 저장장치인 것을 부정하지 않았고 몇십 년이 지나더라도 디스켓을 계속 사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디스켓의 몰락은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이뤄졌다. 바로 20세기 말에 등장한 CD(Compact Disc) 때문이었다.
CD는 비록 디스켓과 달리 데이터를 쓰고 지울 수는 없고 오직 기록된 데이터를 읽을 수만 있었다. 대신 디스켓과 비교해 용량이 매우 컸고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특히 용량이 매우 컸다는 부분에서 CD가 디스켓을 빠르게 대체해 갔다. 초창기 CD의 최대 용량은 650MB로, 당시 보편화된 HD 규격 3.5인치 디스크(1.44MB)의 약 450장 분량이다.
마침 소프트웨어와 게임의 용량이 계속 커지면서 사용되는 디스켓만 수십 장에 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저장장치가 필요했던 참이다. 윈도우 95는 디스켓 25장, 게임도 디스켓 5장은 기본이고 10장이 넘는 것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디스켓은 아무리 잘 만들었더라도 이동 과정 등을 통해 어떻게든 에러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에러가 없는 CD가 대체재로는 제격이었다.
▲ 전지현이 죽여버린 ODD의 마지막 불꽃 (클릭)
특히 1990년도 후반쯤 CD 드라이브가 PC에 빠르게 보급되면서 디스켓이 발을 디딜 곳이 빠르게 줄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CD 드라이브와 함께 공생하면서 A 드라이브는 3.5인치 디스켓 드라이브, C 드라이브는 HDD, D 드라이브는 CD 드라이브인 것이 국룰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현재는 3.5인치 디스켓 드라이브나 CD 드라이브는커녕 DVD 드라이브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예 5.25인치 크기 드라이브 슬롯 자체를 제공하지 않는 PC 케이스도 많다.
M 세대는 알 텐데…Z 세대는 모른다?
▲ 플로피 디스크, 요즘 학생들은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이제는 플로피 디스크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로 세대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오래된 저장매체가 되었다. 흔히 말하는 586세대(1980년대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와 X세대(1970년대생)는 플로피 디스크가 익숙했던 세대였고, 그 이후 세대인 M세대(1980~1990년대 중반)는 플로피 디스크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다.
반면, Z세대(1997~2012년생)는 플로피 디스크 자체를 거의 접하지 못했던 세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를 주로 접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플로피 디스크는커녕, CD나 DVD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CD나 DVD를 잡는 법도 잘 모르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는 플로피 디스크의 역사와도 직결된다. 플로피 디스크는 나름 2000년대 중반까지 사용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플로피 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매체(CD, e-mail) 등이 서서히 등장했지만,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는 소규모 저장장치로 사용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USB 메모리가 급속도로 대중화되며 크기와 용량 모두 밀려버린 플로피 디스크는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결국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반 PC에서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아예 없어졌고 이와 함께 플로피 디스크도 추억으로 사라졌다.
추억은 향기를, 플로피 디스크는 아이콘을 남겨
▲ 12살 아들에게 오래된 플로피 디스크를 보여줬는데...
그는 "와... 멋지다! 저장 아이콘을 3D로 인쇄하셨군요"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해외 사이트)
비록 플로피 디스크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을지 몰라도 PC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플로피 디스크는 저장장치라는 이미지가 각인되어 현재까지도 각종 프로그램에서 저장 버튼의 아이콘으로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통화 아이콘이 수화기인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이것도 언젠가는 USB 메모리 아이콘으로 바뀔 날이 오겠지만, 그래도 플로피 디스크가 주는 이미지나 감성이 더 강력하긴 하다. 그만큼 플로피 디스크는 컴퓨터 역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해외 일부 관공서, 비행기, 연구소 PC 등에서는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기기 안정성을 위해 오랜 기간 검증된 컴퓨터를 사용하는 우주선이나 보안 기기 등에는 오래된 구식 PC가 탑재된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 핵 공격 명령용으로 8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고 일부 구형 비행기는 여전히 내비게이션 항로 업데이트 용도로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 중이다. 과거 중요 시스템들이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대처하진 못한 셈이다. 하지만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 플로피 디스크에 대한 기억들은 거의 사라졌고 앞으로의 세대는 접할 일도 없으니, 이제는 추억 속으로만 남지 않을까 싶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임강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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