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김 씨가 있다. 한 사람은 냉장고, 세탁기 외에는 디지털 제품 힘을 빌리지 않는 자연인, 한 사람은 기기 의존도가 큰 문명인이다(문명인이 디지털 제품 사용자를 정의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이 기사에서는 편의상 문명인이라 칭하겠다).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위 영화 속 김 씨들을 보며 기사 속 두 김 씨의 이미지를
상상해 읽어보자. 없는 자와 가진자의 차이가 아닌 자연 방식과 디지털 방식의 차이다.
(사진: 네이버 영화 <김씨표류기> /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컷)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다르지만 나름 평화롭게 지내던 두 사람 사이가 삐딱선을 탄 것은 다름 아닌 의류관리기 때문이다.
사이 좋은 두 김 씨, 의류관리기 때문에 대립한 사연은?

▲ 관리가 까다로운 의류를 케어해주는 의류관리기 (사진: LG전자 스타일러)
스타일러(1,304,940원), 에어드레서류(750,570원)의 의류관리기는 세탁이 까다로운 의류를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가전이다. 요즘처럼 미세먼지 심한 봄철, 외부에서 장시간 입고 다닌 수트는 단순히 ‘툭툭’ 터는 것만으로 오염물질이 제거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트류는 세탁기에 넣고 돌릴 수도 없고, 데일리 의류기 때문에 세탁소에 맡기기도 아깝다. 의류관리기는 이런 옷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오염물질과 냄새, 각종 세균을 제거하고 다림질 효과까지 볼 수 있다.

▲ 의류관리기를 갖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냄새' 때문이었다고...
2019년, ‘욕망 가전(필수는 아니지만 갖고 싶은 가전)’ 트렌드에 편승해 의류관리기도 인기 가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한 설문조사 플랫폼에서 20~50대 성인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의류관리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는데, 사람들은 의류관리기를 ‘1) 옷에 밴 냄새 제거 2) 잦은 세탁으로 인한 의류 손상 방지 3) 미세먼지 제거 4) 프리미엄 의류 전문 관리’ 같은 이유로 갖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문명인 김 씨도 마찬가지였고, 그는 당시 가장 잘나가던 한 대형 제조사 의류관리기를 100여 만 원에 샀다.
자연인 김 씨는 문명인 김 씨가 이해 안 됐다. 로봇청소기나 건조기, 음식물처리기 같은 가전이야 생활 노동으로 대체하기 어려우니 납득할 수 있다만 의류관리 같은 건 탈취제, 옷 보관 커버 같은 것만 잘 사용해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의류관리기는 가격도 비싸지 않은가? 이에 문명인 김 씨는 의류관리기야 말로 생활 노동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 속 제품이라고 반박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
1라운드
냄새: 섬유 탈취제 vs 의류관리기 탈취 기능

먼저 사람들이 의류관리기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인 ‘냄새 제거’ 성능부터 확인해보자. 자연인 김 씨는 섬유 탈취제만 써도 악취 제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론상 분명 냄새 제거는 가능하다.
▶ 냄새만 제거하는 섬유 탈취제, 세균과 오염 물질은 그대로 남아

▲ 섬유탈취제는 냄새를 감싸서 증발시킨다 (사진: 픽사베이)
시판 중인 섬유 탈취제(11,640원)는 대개 수산화프로필, 베타 사이클로덱스트린, 염화아 연 같은 화학물질이 섬유 속 냄새 분자를 감싸서 기체로 증발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로써 냄새는 효과적으로 제거되지만, 섬유 속 세균과 오염물질까지는 손이 닿지 않는다.
어떤 탈취제들은 냄새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더 강한 향으로 덮어버린다. 악취는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같은 세균과 박테리아에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탈취제는 악취를 강한 향으로 덮기만 할 뿐 문제의 물질을 없애지 못한다. 오히려 기존 냄새와 향이 섞여서 더 기분 나쁜 냄새를 만들 수 있다.
한편 항균 성분이 들어간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세균 제거에 있어서 미덥지 못하다. 탈취제의 항균 작용은 다양한 성분의 항생제가 섬유 속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세균 번식을 막는 원리다. 이는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지 세균을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탁한 것처럼 청결하다 볼 수 없다.
▶ 냄새와 세균을 동시에 제거하는 의류관리기, 하지만 비싸고 사용시간 길어

▲ 고온 스팀을 사용해 냄새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의류관리기 (사진: 삼성전자 에어드레서)
문명인 김 씨는 의류관리기 하나면 ‘원터치 원케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의류관리기는 보통 고온 스팀을 사용해 냄새를 제거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제거된다. 또 스팀을 옷에 분사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내부를 고온으로 유지하니 살균에 있어서는 섬유 탈취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다. 단 냄새 제거에 20~30분 정도 시간이 걸리고 휴대가 불가하니 섬유 탈취제처럼 외부에서 사용할 수 없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
■ 정리 ■

2라운드
세탁: 홈드라이클리닝 vs 의류관리기 데일리케어

음식이나 기름때 같은 오염 자국은 섬유 탈취제로 해결할 수 없다. 보통은 세탁소 드라이클리닝을 이용하지만 자연인 김 씨는 홈드라이클리닝을, 문명인 김 씨는 의류관리기를 사용하면 제거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 의견이 맞을지 살펴보자.
▶ 저렴한 가격에 셀프 드라이클리닝, 단 의류 손상 위험도 커

▲ 홈드라이클리닝은 전용 세제를 사용한 물빨래와 같다
자연인 김 씨가 애용하는 홈드라이클리닝(6,310원)은 미온수에 전용세제를 풀어 세탁하는 습식 세탁법이다. 전용세제 가격은 1병당 8천~1만 원 선으로 최대 8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그는 세탁소 드라이클리닝 1회 비용으로 80배 이상 드라이가 가능하고, 세탁소에 옷 찾으러 가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방식의 경우 제한되는 의류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 모피코트(2,182,890원)나 무스탕(792,000원)류는 전용 세제를 써도 물을 사용해선 안 된다
홈드라이클리닝은 블라우스, 정장 바지, 니트 등 부피가 작은 단색 위주 옷만 가능하다. 수축하기 쉬운 레이온이나 실크, 색이 빠지거나 변형되기 쉬운 가죽, 벨벳, 모피 등 동물성 섬유는 손상될 위험이 크다. 그러니 세탁소에 맡기는 게 낫다.
홈드라이클리닝의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의류 컨디션 유지에도 불리하다. 애초에 섬유라는 존재는 물에 담그면 수명이 줄어들게 되어 있다. 특히 홈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오염 부위를 심하게 비비다가 광택이 사라지거나 수축되기 쉽기 때문에 옷을 망가뜨릴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여러 소재가 혼용된 옷들도 많아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 데일리케어는 가능하지만 얼룩 제거는 불가

▲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과 의류관리기의 데일리케어는 다른 개념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의류관리기’로 얼룩 제거가 가능하다는 문명인 김 씨의 주장. 그의 말은 틀렸다. 세탁소 드라이클리닝이 의류의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석유계 용제를 사용하는 건식세탁법을 쓰기 때문이다. 즉 ‘물 없는 세탁기’라서 의류관리기의 ‘의류케어’와는 완전히 개념이 다르다(자세히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자).
그런데도 ‘우리 집 세탁소’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의류관리기의 고온 스팀 기능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옷을 세탁하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제거하지 위함도 있다.

▲ 의류관리기는 보통 먼지 제거, 바이러스 제거, 드라이 순으로 옷을 관리한다 (사진: LG전자 스타일러)
정리하자면 의류관리기는 얼룩 제거는 안 되지만, 각종 유해균을 제거해서 데일리케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탁 효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또 옷을 물에 담그지 않기 때문에 의류 손상 위험도 적으니 홈드라이클리닝보다 사용하기 훨씬 편하다.
■ 정리 ■

3라운드
미세먼지 제거: 손 vs 의류관리기 미세먼지 제거 모드

미세먼지가 심한 요즘에는 먼지에 장시간 노출된 외투를 걸치고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 찝찝하다. 그래서 자연인 김 씨는 귀가하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고 있는 힘껏 옷을 두드려 패고, 문명인 김 씨는 곧바로 의류관리기에 옷을 넣어 전원 버튼을 누른다. 과연 두 사람의 방법은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까?
▶ 즉석에서 큰 먼지 제거는 가능하지만 미세먼지 제거는 불가

▲ 미세먼지 심한 날 입고 돌아다닌 옷처럼 처치 곤란한 경우가 또 있을까?
자연인 김 씨의 의류 구타는 큰 먼지 제거에는 분명 효과가 있다. 강력한 힘으로 섬유를 타격하면 옷 속에 있는 먼지가 떨어져나온다. 강한 진동으로 침구 속 진드기, 각질 등을 분리하는 침구청소기도 이 같은 원리에서 착안한 제품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제거할 순 없다. 미세먼지가 무엇인가? 직경 10㎛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다. 이런 먼지는 모터 힘을 빌린 빠른 진동 정도여야 분리되지, 겨우 사람의 스피드로는 떨어져 나오지 않는다. 또 타격, 마찰력 등에 의해 옷감이 손상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관이나 거실처럼 통풍이 안 되는 공간에서 할 경우, 애써 털어낸 먼지가 본인과 가족의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

▲ 돌돌이는 머리카락 제거용이지 먼지 제거로는 비추다
한편 먼지제거용 브러시, 테이프 접착력으로 이물질을 떼어내는 일명 ‘돌돌이(9,880원)’를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도구들이 제힘을 발휘하는 것은 머리카락이나 반려동물 털 같은 큼직한 이물질이다. 의류에 묻은 먼지들은 강속구에 맞서는 4번 타자처럼 허리에 힘을 빡 주고 의류를 연타해야 제거 가능하다.
▶ 미세먼지 제거는 효과적이지만 소음과 진동이 있어

▲ 의류를 흔들어 먼지를 분리하는 스타일러의 무빙행어와 바람으로 먼지를 씻어 내리는 에어드레서의 기술
문명인 김 씨가 쓰는 의류관리기의 미세먼지 제거 기능은 자연인 김 씨의 물리력보다 훨씬 훌륭하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미세먼지 코스’라고 불리는 모드를 작동시키면, 분당 200회 속도로 진동을 일으켜 먼지를 떨어트리거나 강력한 바람으로 먼지를 날려 보낸다. 진동 기능은 LG전자 스타일러에서, 바람 기능은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 스타일러의 미세먼지 흡착 과정 (사진: LG전자 스타일러)
의류관리기의 먼지 제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에서 계속 언급한 ‘고온 스팀’을 의류에 쏘아 수분이 먼지를 안고 떨어지도록 2차 공격을 가한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의 힘으로 제거 불가능한 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호흡기가 약하거나, 물건을 입에 넣고 빠는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만족도가 높다.
단 단점도 있다.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강력한 물리력은 결과적으로 꽤 거슬리는 소음과 진동으로 이어진다.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40~45db의 소음, 최대 200mm/s²가 넘는 진동을 일으키는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생활 공해가 될 수 있다.
■ 정리 ■

4라운드
의류 보관: 옷 커버 vs 의류관리기 전용 케어 모드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옷 보관 성능이다. 마침 두 사람은 겨울 종결과 함께 값비싼 패딩과 코트 등을 장기간 보관하려 한다. 자연인 김 씨는 옷 커버를 주문했고, 문명인 김 씨는 의류관리기가 있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과연 옷을 장기 보관하는 데는 어느 쪽이 좋을까?
▶ 다량의 옷을 장기 보관하는 데는 좋지만 냄새와 습기 차단은 불가

▲ 먼지와 해충 차단은 가능하지만 습기 차단은 어려운 부직포 옷 커버
자연인 김 씨가 주문한 부직포 소재 옷 커버(8,270원)는 먼지와 해충 차단은 가능하지만 냄새나 습기까지 차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옷을 다량, 그것도 철이 돌아올 때까지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단 습도를 적정량 유지하지 않으면 고급 의류가 아닌 곰팡이 배양소가 될 수 있으니 옷장 내부에 제습제(14,900원)나 소형 제습기(198,870원)를 꼭 배치하자.
참고로 세탁소에서 주는 비닐 커버에 옷을 보관하는 사람도 있는데 비닐 소재는 습기가 차기 쉽다. 잠깐만 보관하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2주 이상 보관하는 것은 비추다.
▶ 모피, 가죽 등 동물성 고급 의류 보관에 탁월하나 수납에 한정적

▲ 삼성전자 에어드레서와 LG전자 스타일러의 전용 의류 케어 모드
문명인 김 씨는 모피, 무스탕 등 동물 가죽을 사용한 고급 의류가 많다. 그래서 의류관리기의 ‘소재별 전용 케어 코스’를 사용해 옷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세탁소에 옷을 맡기는 일도 적어졌다(아니 거의 없어졌다). 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는데 의류관리기는 옷 커버처럼 옷을 장기 보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옷장에 의류관리 기능이 탑재돼 있는 엠에이치앤코 올인원 의류케어 옷장 1200(429,000원)
물론 다른 옷을 케어하지 않고 철이 지난 옷 몇 벌만 12개월 내내 관리한다면 무방하지만, 의류관리기를 옷장으로 쓰려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관리해야 할 고급 의류가 많다면 문명인 김 씨처럼 의류관리기에 옷을 주기적으로 맡기거나, 의류관리기 기능을 탑재한 가구 사용을 고려해보길 바란다.
■ 정리 ■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 이현수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











